'집콕 문화'가 부른 '집예능' 전성시대!

2020.09.01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SBS




집 관련 예능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달 25일 SBS 2부작 '나의 판타집'이 시청률 4.2, 3.8%(이하 닐슨코리아)라는 나름 호성적을 기록하며 파일럿 방송을 마쳤다. 스타 출연자가 평소 로망으로 꿈꾸던 ‘워너비 하우스(판타집)’와 똑같은 현실의 집을 찾고 직접 살아보면서 자신이 꿈꾸는 판타지의 집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담은 관찰 예능이다.


양동근은 세 아이와 아내가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테마파크형 집을, 이승윤은 남자의 로망이 가득한 아이언맨 하우스같은 집을 꿈꿨고 제작진은 이를 충족할 집을 찾아내 체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허영지는 어린 시절 추억의 유리하우스가 있는 자연 속의 집을 희망했고 제천의 그런 집에서 언니, 반려견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난 6월 말 시작 당시 2%대였던 시청률이 계속 상승해 최근 회에서 4%를 넘긴 tvN '신박한 정리'도 ‘집 예능’으로 분류될 포맷이다. 신애라 박나래 윤균상이 스타의 집안 물건을 정리하고 행복한 공간을 만드는 노하우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넷플릭스에서 관심을 모은 '곤도 마리에: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계열의 집 정리 프로그램으로 미니멀을 추구하는 삶의 공간 개조기다. 물건을 좀처럼 버리지 못해 쌓이고 복잡해지는 집안 내부를 과감히 비우고 수납과 인테리어를 통해 집안에 새로운 공간과 여유를 만들어낸다.



이 외에도 일요일 저녁 인기 예능으로 자리 잡은 MBC '구해줘! 홈즈' 그리고 지난 4월 시작해 8월 종영한 케이블채널 SBS FIL의 '홈데렐라' 등 집 예능은 최근 채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중 지난해 3월 시작한 '구해줘! 홈즈'를 제외하면 나머지 집 예능의 유행은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병 시대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원래 집 예능은 부동산이 주 테마인 경제 채널이나 인테리어가 인기 아이템인 여성 채널 등에서는 꾸준히 다뤄져 왔지만 지상파 등 주요 채널에서 요즘처럼 다수가 눈에 띄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TV 프로그램은 당연히 시대나 사회상의 영향을 받는다. 예능의 최근 주류 중 하나인 여행 포맷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방지를 위해 불특정 다수와 마주칠 수 있는 투어 방식보다 특정 지역에서 정해진 스타들끼리 체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tvN '바퀴 달린 집' '여름방학' MBC 파일럿 '안 싸우면 다행이야', JTBC '인더숲' 등 많은 최근 예능이 그러하다.


사진제공=tvN



최근 집 예능이 자주 시도되는 것도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 대중들의 관심이 집과 집안 내부로 쏠린 결과인 듯하다. 그런데 집 예능은 특히 시대의 영향에 민감해 보인다.


집 예능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러브하우스'는 1990년대 말 IMF 외환 위기로 대폭락했던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가 각종 정책을 실시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던 시기와 시작이 맞물려 있다.


30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인 '구해줘! 홈즈'도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이슈로 달아오르던 2019년 론칭했고 이후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세와 시청률 상승세가 함께 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집 예능 호황은 계절 영향도 있어 보인다. '나의 판타집'에 등장하는 스타들의 워너비 하우스는 수영장으로 대표되는 액티비티 시설들이 많이 있는데 여름에 더욱 돋보이는 아이템들이다. 안팎을 오가며 집과 관련된 다양한 상황을 펼쳐 보여주기에도 여름이 가을, 겨울보다 수월하다.


'신박한 정리'가 여름을 거치며 계속 시청률이 상승하는 것도 날이 더울수록 집안이 미니멀하게 정리된 효과가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영향도 있을 것이다.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은 기온이 내려가면 휑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여름에는 덥고 습한 느낌을 낮춰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나의 판타집'의 정규 편성 여부와 상관없이 집 예능은 당분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름이 끝나고 선선한 계절로 접어들면서 집 예능의 장점이 극대화되는 시점은 지났지만 코로나 유행병의 기세가 꺾이기는커녕 더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택 근무와 자녀들의 등교 중단이 더 강화되면서 사람들이 집 안에 머물 시간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중 대면이 더욱 제한되는 상황에서 예능의 소재는 집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집 예능을 통해 미적 감각이 충만하게 건축된 집과 인테리어를 보고, 잘 정리돼 비우는 기쁨의 대리만족을 부르는 집 내부를 만나는 일은 즐겁다. 코로나 시대 자발적 고립의 답답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집 예능들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최영균(칼럼니스트)



CREDIT 글 | 최영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