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괴담' 짧은데 무섭다!

2020.09.01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넷플릭스



뭘 봐야 할지 모른 채 하염없이 추천 목록만 돌리던 여름의 끝자락. 극심한 넷플릭스 증후군을 단번에 완치시켜 준 반가운 콘텐츠가 있다. ‘도시괴담’이 그것. 넷플릭스 뜨는 콘텐츠에 이름을 올린 ‘도시괴담’은 국내 최대 뮤직비디오, 광고 제작 스튜디오 쟈니브로스가 제작했다. 연출은 쟈니브로스 설립자이자 방탄소년단,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EXO, 신화 등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홍원기 감독이 맡았다.



‘도시괴담’은 총 8부작 옴니버스 시리즈로, 한 편당 러닝타임은 약 5~6분 내외로 짧다. 잠들기 전 침대에서,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가볍게 보기 좋다. 유튜브 등의 영향으로 영상 소비 호흡이 짧아진 대중의 기호와 트렌드를 발 빠르게 알아챘다는 점에서는 일단 합격. 그렇다면 내용은 어떨까. 절반의 성공, 절반의 아쉬움이 남는 시리즈다.

 

앞뒤 맥락 없이 다짜고짜 놀라게 하기만 하는 공포 문법은 촌스러워진 지 오래다. 시청자를 긴장감으로 서서히 옥죄다가 훅! 하고 떨어트리는 게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그런 점에서 ‘도시괴담’은 5분 남짓한 짧은 러닝타임에도 시청자를 은근하게 벼랑 끝으로 내몰다가 순식간에 간담 서늘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아쉬운 점은, 공포가 정점에 달하고 난 그 이후다. 마치 스스로 공포적 성취에 도취한 듯 하이라이트를 터트리고 난 후에도 이를 계속 끌고 간다. 공포가 그만큼 지속한다면 좋을 테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한 모양새다. 숨 막히게 리드미컬한 연출보다는, 기괴한 비주얼의 나열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일단 한번 놀라고 난 뒤에는 긴장감이 빠르게 식어버린다. 학교괴담을 소재로 한 ‘장난’과 차원 이동 괴담을 다룬 ‘엘리베이터’가 이러한 아쉬움을 남겼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감탄을 자아낸 에피소드도 있었다. ‘손 없 날’이라는 전통풍속과 인터넷 방송, 보정 애플리케이션을 절묘하게 엮어낸 3화 ‘합방’ 에피소드가 그 주인공. 댓글을 활용한 연출이나 장편 작품으로 확장해도 될 만큼 신선한 스토리가 ‘재관람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무서우면서도 흥미로운 에피소드였다.

 

여름이면 TV에서 해주던 ‘납량특집’이 있었다. 1994년 MBC 납량특집 드라마 ‘엠’(M)은 최고시청률 52%를 기록하며, 그해 시청률 신기록을 달성했다. KBS ‘전설의 고향’ 시리즈도 오랫동안 사랑받은 납량특집 드라마다. 여러 레전드 편을 남겼던 SBS ‘토요 미스터리 극장’은 지금까지도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해진 콘텐츠 플랫폼, CG 등 제작비의 상승, 높아진 대중의 눈높이 등 여러 이유로 ‘납량특집’은 어느샌가 TV에서 사라졌다. 이제는 이름조차 생소한 여름밤의 추억이 돼버렸다.


사진제공=넷플릭스


TV뿐만 아니라 스크린에서도 공포물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한국형 공포영화의 새 장을 열었던 ‘여고괴담’이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이후에도 ‘알포인트’, ‘폰’, ‘가위’ 등 신선한 연출로 주목받은 공포영화들이 간간이 등장했지만 앞서 언급한 TV에서 ‘납량특집’ 드라마가 사라진 것과 비슷한 이유로 잘 만든 공포영화를 스크린에서 접하기 어려워졌다.

 

그런 점에서 ‘도시괴담’은 그 시도 자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트렌드를 십분 반영한 반가운 공포물이다. ‘도시괴담’을 연출한 홍원기 감독은 2010년 제1회 아이폰4 필름 페스티벌 출품작인 ‘좀비헌터’로 이미 공포 장르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준 바 있다. ‘도시괴담’으로는 그 애정에 더해, 힘 있는 기획력까지 보여줬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 ‘R.E.C’나 ‘디센트’, ‘사일런트 힐’이 대놓고 떠오르는 장면도 더러 있는 데다가, 단편이다 보니 개연성 부족이라는 지적은 피해갈 수 없겠지만, 평범한 일상을 배경으로 한 초단편 공포 옴니버스라는 새로운 시도가 오랫동안 침체였던 공포물에 적지 않은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공포 웹툰과의 컬래버레이션도 시도해봄직 하다.

 

김수현(칼럼니스트)

 



CREDIT 글 | 김수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