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잇단 자막 논란 "넘 잘나가나?"

2020.08.26 페이스북 트위터

'보건교사 안은영', 사진제공=넷플릭스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넷플릭스에 또다시 자막 논란이 불거져 눈총을 받고 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후 최고 수혜자로 분류되던 넷플릭스가 잇단 자막 오류 및 부적절한 표현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쯤 되니, 일각에서는 "논란으로 이슈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모양새다.

#넷플릭스, 그릇된 표기의 역사

넷플릭스는 지난 24일 배우 정유미, 남주혁이 출연하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예고편을 공개하며 등장인물의 욕설을 여과 없이 노출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아, XX 이게 뭐지?"라고 이를 그대로 옮겨 적은 자막을 표기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넷플릭스는 이 예고편을 수정해 현재는 해당 표현을 볼 수 없다. 하지만 논란은 이미 시작된 뒤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잡음도 나왔다. 모든 콘텐츠의 본편 뿐만 아니라 예고편은 대중에게 공개하기 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사를 받는다. 그런데 심사 때 제출됐던 ‘보건교사 안은영’의 예고편에는 문제가 된 표현이 ‘묵음’ 처리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넷플릭스를 향한 성토의 목소리가 큰 건, 이런 자막 논란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영화 ‘사냥의 시간’을 둘러싸고 잡음이 새 나왔다. 당초 극장 상영이 목적이었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넷플릭스 최초 공개로 돌리며 영화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 작품에서는 독일어 자막을 다는 과정에서 ‘동해’가 ‘일본해’가 표기됐다. 
 
문제가 된 장면은 주인공 준석(이제훈 분)이 총포상 봉수(조성하 분)에게 "지금 동해에 있다"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해당 장면에서 ‘Japanischen Meer(일본해)’로 표기된 것이 포착됐고, 넷플릭스 측은 ‘Ostmeer(동해)’로 급히 수정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배우 주지훈, 류승룡 주연작인 ‘킹덤’ 역시 자막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 작품의 대만판 제목은 ‘이시 조선’이었다. 여기서 ‘시’는 ‘시체 시’(屍) 자를 썼다. 이 작품이 좀비를 소재로 다루기 있기 때문에 ‘이씨 조선’을 비틀어 제목을 붙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씨 조선’ 자체가 조선을 폄훼하는 표현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씨 조선’이란 ‘이씨(李氏) 성을 가진 자들이 건립한 조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 나라가 특정 가문에 의해 좌지우지됐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를 대만판 ‘킹덤’의 제목으로 붙인 것은 넷플릭스의 안일한 판단이었다는 것이 지배적 반응이다.

지난 달에는 넷플릭스에 공급된 배우 송강호 주연작 ‘택시운전사’가 비판을 받았다. 일본 넷플릭스는 ‘택시운전사’의 소개글에 "폭동을 취재하겠다는 독일 기자를 태우고 광주를 목표로 향하는 택시운전사. 두 사람은 아직 모른다, 이것이 인생을 바꾸는 만남이 되는 것인지. 실화에 근거한 감동의 이야기"라고 썼다. 여기서 ‘폭동’이라는 표현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택시운전사’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매우 중요한 역사인,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그린 작품이다. 이를 ‘폭동’이라 규정한 것은 심각한 역사 왜곡 소지가 있다.

당시 넷플릭스 측은 이 표현을 수정했고 여러 매체를 통해 "‘택시운전사’의 일본어 설명 문구를 검토했고, 해당 문구를 민주화 운동으로 수정했다"라고 밝혔다.

#논란 반복 이유는?

넷플릭스는 전세계 190개국에 서비스되는 현존하는 최대 규모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이다. 자막은 30여개 언어로 제공되며 더빙의 경우 13개 언어로 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번역 작업은 국경을 허문 서비스를 하는 넷플릭스의 가장 큰 업무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 내부에는 자체 번역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는 외주 업체를 통해 번역 및 더빙이 진행된다. 이는 충분히 효율적인 업무 분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을 경우, 그 잘못의 주체를 넷플릭스가 아닌 외부로 전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같은 논란은 최근 몇 년 간 급격하게 성장한 넷플릭스가 여러 문제를 바로잡아가는 과정이라 볼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겪으며 더욱 단단한 매뉴얼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잖다. 넷플릭스는 성장세와 함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 투자 규모 역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향후 번역 및 더빙을 거쳐야 하는 작품의 수가 크게 늘어난다는 의미다.그러나 올해에만 자막을 비롯한 표기 논란이 벌써 4차례 불거졌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건 단순히 의미가 잘못 전달되고 부적절한 표현을 쓰는 것을 넘어선 문제"라며 "‘이시조선’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역사 왜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가 이 문제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문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윤준호 칼럼니스트 



CREDIT 글 |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