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숲2' 조승우-배두나의 대립만큼 첨예한 두 시선

방대한 밑밥 양에 질린 시청자 마음 잡을 필살기는?

2020.08.26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tvN


tvN 토일 드라마  ‘비밀의 숲2’(극본 이수연, 연출 박현석)가 퍼즐 조각들을 어지럽게 쏟아냈다. 각각의 조각들을 들여다보느라 아직 큰 그림을 예측할 수가 없다. 

높은 기대 속에 출항한 ‘비밀의 숲2’가 지난 주말까지 4회에 걸쳐 다양한 사건들을 펼쳐 보였다. 통영에서 예비 대학생 두 명이 파도에 휩쓸려 사망한 사건부터 사인(死因)이 의문스러운 지검장 출신 변호사의 죽음, 그리고 동두천 세곡 지구대 순경이 집단 따돌림 끝에 사망한 사건 등 죽음에 대한 이유를 분분하게 하는 사건사고들이 차례로 소개됐다.

아직은 어떤 연관성도 보이지 않는 사건들이 그저 나열됐다. 조급한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기다리기 힘들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초반의 답답함은 시즌1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높은 몰입감과 훌륭한 완결성으로 호평받은 시즌1의 후광효과로 치솟은 기대치에 못 미치는 탓이다. 게다가 사건들이 현재는 이유 없이 처진 병풍처럼 서 있을 뿐, 주인공들은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굵직한 사안을 더 중요하게 다루며 시청자들 역시 그렇다고 믿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검경수사권 조정은 ‘비밀의 숲2’가 전면에 내세운 소재로서 이번 시즌을 관통하는 스토리가 될 것이다. 이에 지난 4회에서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논의가 왜 시작됐는지, 수사권을 두고 어떤 시비가 붙고 있는지 각각 검찰과 경찰의 대표로 검경협의체에 모인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서 짧지만 강렬하게 설명됐다.

단순히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각각의 명분으로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이 이 사안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풀어졌다. 대검찰청 형사법제단의 우태하(최무성) 단장과 경찰청 수사구조혁신단 최빛(전혜진) 단장이 핏대를 세우고 흥분해서 논쟁하는 모습을 통해서 저들의 갈급함도 느끼게 했다.
  
여기에 적절한 예까지 들어주며 시청자들의 이해를 더욱 높였다. 일선 형사 대표로 협의체에 참석한 용산서 장건(최재웅) 경위는 피의자를 호송하라는 검찰의 지시를 거부하자 다 잡은 전세 사기범에 대해 영장청구를 해주지 않더라는 최근의 사례를 밝혔다. 치졸한 검찰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면서 검경의 대립각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에피소드였다.

이렇듯 심도 있고 중차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와중에 곧이어 밝혀진 세곡 지구대 순경 사망 사건은 경찰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었다. 서로의 약점을 잡으려는 검찰과 경찰이라 서로의 부끄러운 실체를 까발리는 에피소드들이 핑퐁처럼 등장하겠다는 예상을 하게 한다.

이어서 이들 사건이 큰 줄거리에 꼭 필요한 에피소드이자 더 굵직한 사건의 밑밥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금세 하게 된다. 앞서 등장했던 사건들이나 이에 결부된 사람들도 결국에 차근차근 아귀가 맞춰질 퍼즐 조각일 것도 짐작하게 된다.

사진제공=tvN


이쯤 되니 벌써부터 이번 시즌은 재미없다고 고개를 젓는 시청자들이 나오고 있다. 소개된 사건들이 밑밥이라고 점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수가 너무 많이 읽히는 것이라 재미가 반감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큰 패를 까고 시작한 ‘비밀의 숲2’인데, 이 카드가 시즌1과 비교해 과연 얼마만큼 극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느냐며 의구심도 제기한다.
 
그러나 밑밥이라는 사실을 다 알면서도 그 접점을 알 수 없어 궁금하게 만들고 재밌다는 평을 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흩어져 있는 퍼즐 조각이 어떻게 맞아들어갈지, ‘비밀의 숲2’가 완성할 빅픽처에 기대를 높이고 있다. 조각이 많을수록 하나로 이어질 때 느껴질 전율이 더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처럼 ‘비밀의 숲2’에 재미를 느끼고 기대를 더 높이는 시청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비밀의 숲2’에서 벌어지는 검·경간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시즌1에서는 황시목(조승우)과 한여진(배두나)이 공조하는 동지였지만, 이번에는 각각 몸담은 조직의 입장을 사수하기 위해 대립하는 적이 됐다. ‘비밀의 숲’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이번 시즌을 기다린 마음은 똑같았던 시청자들이 막상 베일을 벗은 시즌2에서 기대하는 바나 느끼는 바가 달라져 의견이 나뉘는 모습이나 정의실현이라는 공동의 큰 뜻을 나누던 황시목과 한여진이 각각 검찰과 경찰로서 기대하는 바가 갈리는 모습이 대칭을 이루는 것이다.

주지할 사실은 이수연 작가가 드라마 방송 직전 인터뷰를 통해 ‘비밀의 숲2’에서 황시목과 한여진이 대립하는 이유가 드라마가 끝나는 16회쯤 드러날 것이라고 알린 점이다. 두 사람의 대결구도가 궁극적으로 작가의 빅픽처를 위한 것인데, 그 사실을 굳이 드라마 방송 전에 알린 이유는 무얼까. 마치 자신의 메시지도 무얼지 미리 짐작해보라는 듯하다. 

이렇게 보면, 황시목과 한여진이 대립관계가 된 이유가 결말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린 저의나 드라마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이든 팬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이수연 작가다. 사소한 사건도 흘려보지 않는 팬들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 이 작가는 이번 시즌에서 한두 수 정도 읽히는 것은 아무렇지 않고 오히려 자신 있게 마지막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이수연 작가는 다 계획이 있으리라. 황시목이 원주지청으로 발령이 나서 가던 길에 휴게소에서 산 알감자부터 이자카야에서 우태하(최무성) 부장은 맛있다고 먹은 내장 요리를 황시목은 거북해하며 냄비 안에 돌려놓는 모습 등 사소한 식사 장면들까지도 꼼꼼하게 설정한 듯하다.

그러니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뿐만 아니라 조승우와 배두나를 비롯해 흠잡을 데 없는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흡족하게 되는 드라마다. 특히 의뭉스러운 우태하를 그리는 최무성이나 이름만큼 적나라한 최빛을 연기하는 전혜진,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듯한 서동재 역의 이준혁 등이 ‘비밀의 숲2’를 흔쾌히 지켜보게 하는 삼각편대가 되고 있다.

이제 겨우 퍼즐 조각을 쏟아낸 ‘비밀의 숲2’다. 심지어 주인공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활약상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이들이 어떻게 퍼즐을 맞춰나갈지 조금은 더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끝내 황시목과 한여진은 다시 동지가 될 수는 없을지, 시즌2에 의견이 갈리기 시작한 ‘비밀의 숲’ 팬들이 다시금 한마음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조성경(칼럼니스트)


CREDIT 글 | 조성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