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퀴리', 편견을 넘은 위대한 여성 선각자의 투쟁기!

2020.08.25 페이스북 트위터

뮤지컬 '마리 퀴리'



어린 시절 읽던 위인전의 제목은 ‘마리 퀴리’가 아닌 ‘퀴리 부인’이었다. 두 개의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이자 여성 최초의 소르본 대학 교수였던 마리 퀴리의 전기에 굳이 ‘퀴리 부인’이란 제목을 붙인 이유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위대한 과학적 업적을 이룬 여성 과학자를 독립적인 존재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라듐을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마리 퀴리가 폴란드계 여성이 아닌 위대한 과학자로 인정받기까지의 여정을 담아냈다.


마리 퀴리는 두 번의 노벨상을 받았고, 소르본 대학의 최초의 여성 교수가 되는 위대한 과학자다. 방사선으로 암 치료법을 개발해 인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 하지만 러시아 지배 하의 폴란드인이자, 무엇보다도 여성이었던 그는 그에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첫 번째 노벨상 수상에서도 공동 연구자이자 남편인 피에르 퀴리가 탄원하여 겨우 공동 수상자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작품 속 마리는 이런 세상에 대해 “누가 했는지를 보지 말고 무엇을 했는지를 봐달라”고 외친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 이름 그대로 존중받기를 원했던 한 사람의 투쟁기다. 작품은 폴란드인, 그리고 여성이라는 멍에에 가려졌던 순수한 과학적 열정을 지닌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를 보여주는 데 치중한다. ‘이름’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소재로 사용된다. 소르본 대학 학생들은 그를 ‘미스 폴란드’라고 부른다. 마리에게 본인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다.


첫 장면부터 이름의 메타포는 강렬하게 사용된다. 작품은 프랑스로 향하는 기차에서 시작한다. 소르본 대학으로 향하는 마리 퀴리는 새로운 꿈을 찾아 떠나는 폴란드 소녀 안느 코발스키를 만난다. 마리는 주기율표의 비워진 자리에 자신이 부여한 원소 이름을 채워 넣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마리 퀴리는 첫 번째 발견한 원소에 힘없는 조국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폴로늄’이라고 붙인다. 그리고 스스로 빛을 내는 원소를 발견하고는 ‘라듐’이라고 명명한다. 라듐은 사회적인 편견 속에서 스스로 빛을 내지 않으면 주목받을 수 없었던 마리 퀴리이자 당시의 여성이었다.

뮤지컬 '마리 퀴리'


하지만 라듐은 프로메테우스의 불처럼 적절히 사용하면 유용하지만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모든 것을 태워버릴 위험한 물질이었다. 방사능 물질에 대한 위험을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들은 라듐 치약, 라듐 시계, 라듐 화장품, 라듐 물까지 만들어 사용했다. 이런 일들은 주로 여성에게 주어졌고 그 일을 하는 이들을 라듐 걸스라고 불렸다. 직공들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라듐 제품을 만들다가 방사능에 중독되어 죽어갔다. 마리의 폴란드인 친구였던 안느 코발스키는 라듐의 위해성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마리는 오랜 친구이자 지지자이면서 동시에 라듐의 피해자인 안느 코발스키와 대립하는 관계에 놓인다.

 

마리에게 라듐은 과학자로서의 명성과 지위, 그리고 맘껏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 빛이었다. 이제는 그 빛을 스스로 차단해야 한다. 한편 라듐은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암의 치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딜레마 상황에 놓인 마리 퀴리는 과학자로서 윤리적인 책임을 지는 동시에 자신이 발견한 라듐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선택을 지지하고 돕는 것은 안느 코발스키를 비롯한 여성 연대다. 순수하게 자기 학문을 향해 외롭게 갔던 마리 퀴리에 대한 믿음과 지지였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여성 서사가 탄탄한 웰메이드 뮤지컬이다. 2017년 창작뮤지컬 인큐베이팅 사업인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에서 개발되었다. 2018년 초연의 마리 퀴리는 라듐의 윤리적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인물이었고,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연이 거듭되면서 작품의 결점을 깔끔하게 보완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삼연째인 이번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의 공연은 무대를 중극장으로 옮기면서 오케스트라를 보강하는 등 규모에 맞는 변화를 주었다. 주로 대극장 무대에 서왔던 옥주현이 중소극장 뮤지컬에 처음 서면서 극장을 가득 메우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작품을 거듭하면서 수정, 보완되면서 완성도를 높여가는 창작뮤지컬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박병성(공연 평론가) 

 

 



CREDIT 글 | 박병성(공연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