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방송사의 시계도 멈췄다!

2020.08.25 페이스북 트위터

코로나19 재확산에 KBS2 새수목 드라마 '도도솔솔라솔'은 제작발표회를 취소하고 방송일자도 연기했다. 사진제공=KBS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고 있다.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발효됐고, 정부는 3단계 시행도 검토하고 있다. 3단계는 지난 2월에도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다. 

대중의 불안감이 더 큰 이유는, 코로나19가 대한민국에서 인구 밀집도가 가장 높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과 수도권에는 대중의 눈과 귀를 대변하는 방송사와 언론사들이 모여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상반기, TV 시청률은 오히려 상승곡선을 그렸다. 대중이 외출을 삼가고 TV를 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TV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 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속 발생하며 녹화가 중단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방송 역시 중단될 수밖에 없다. 대중이 "코로나19가 턱 밑까지 왔다"고 느끼는 이유다.


#드라마가 멈췄다

상반기 코로나19의 창궐로 반사 이익을 누린 업체를 찾자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를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배우 주지훈·배두나가 출연한 드라마 ‘킹덤’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집안 생활의 비중이 늘어난 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넷플릭스에 접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제작을 잠정 중단했다. 한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는 방증이다. 영화 ‘수상한 그녀’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의 차기작인 ‘오징어 게임’ 등의 촬영이 멈췄다. 넷플릭스 콘텐츠는 제작을 마친 후 공개돼 방송 편성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향후 언제 촬영이 재개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넷플릭스 측은 언론을 통해 "정부의 권고사안과 한국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제작진의 안전을 위해 모든 콘텐츠 제작 일정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창작자와 제작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재개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영방송이자 재난주관방송사인 KBS 역시 지난 8월22일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일조하기 위해 주요 드라마의 제작을 8월24일부터 30일까지 1주일 동안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새롭게 준비 중이던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 ‘바람피면 죽는다’ ‘암행어사’ ‘오! 삼광빌라!’ ‘비밀의 남자’의 촬영이 중단됐다. ‘도도솔솔라라솔’의 경우 26일 제작발표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이를 연기하는 동시에 방송 일자도 뒤로 미뤘다.
 
KBS는 종방을 앞뒀던 드라마 ‘그놈이 그놈이다’의 출연진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던 터라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녹화 참여자 대다수가 이미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을 받은 이들도 자가 격리나 자택 대기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했다. CJ ENM은 지난 8월22일 "(자회사인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과 협의 하에 출연진과 제작진의 안전을 위해 tvN과 OCN 드라마 제작을 8월24일부터 31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고, JTBC 역시 ‘18어게인’과 ‘경우의 수’ ‘사생활’ ‘런온’ ‘라이브 온’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총 6편의 촬영을 일시적으로 멈췄다.

넷플릭스가 코로나 19 재확산에 황동혁 감독의 신작 '오징어게임' 촬영을 중단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예능도 멈췄다

주 단위로 촬영하는 예능 프로그램 역시 코로나19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지역 간 이동이 불가피하고 대규모 인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 야외 촬영 예능은 집단 감염 위험이 더 높다.

이에 야외 촬영이 주를 이루는 KBS 2TV ‘1박2일’은 촬영을 연기했고, tvN ‘서울촌놈’ 역시 오는 8월31일까지 셧다운됐다. SBS도 이에 동참한다. 간판 일요 예능인 ‘런닝맨’과 ‘집사부일체’의 이번 주 촬영이 취소됐다. 두 프로그램 모두 취재진과 제작진이 특정 공간 혹은 특정 인물을 찾아가는 컨셉트이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높은 상황 속에서 녹화를 강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여파는 가요계에도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케이블채널 Mnet ‘엠카운트다운’은 휴방을 결정했다. 가요 프로그램의 특성한 그룹 단위 인원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고, 그들과 동반 이동하는 스태프도 십수 명에 달한다. 게다가 대다수 가요 프로그램의 출연진 대기실은 비좁다. 무대가 있는 녹화장의 인구 밀집도 역시 매우 높다. 집단 감염의 우려가 큰 촬영 현장이라는 의미다. 

만약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지 않는다면 ‘엠카운트다운’에 이어 다른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 역시 휴방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컴백을 앞둔 가수들의 잠정 휴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미 상반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컴백을 미뤘던 가수들이 여름 시장에 집중적으로 몰려 나와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현재 분위기라면 이런 일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며 "좌석 간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지키며 어렵게 다시 열린 공연 시장 역시 재차 닫힐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 역시 가요 프로그램 녹화장이나 공연장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위험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며 "대중이 근거리에 모여 환호성을 지르고 교감하는 K-팝 가수의 공연장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n차 감염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숙소 생활을 하는 K-팝 그룹 멤버들 역시 한 명이라도 확진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촌놈' 등 야외 촬영 예능프로그램들도 코로나19 재확산에 모든 촬영을 중단했다. 사진제공=tvN


#방송 제작 현장, 왜 더 위험한가?

방송 제작 현장은 기본적으로 집단 작업을 통해 이뤄진다. 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일반적인 회사들은 재택 근무를 하거나, 언택트(untact) 업무를 볼 수 있다지만, 방송 제작 현장에서는 이런 시도조차 불가능하다. 게다가 장시간 한 공간에 함께 있어야 한다. 확진자가 단 한 명이라도 나온다면 동료들 모두 감염을 걱정해야 한다.


게다가 녹화가 시작되면 출연진들은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지금 당장 TV를 틀어봐도 마스크를 쓰고 연기를 하거나 예능을 진행하는 출연자는 없다. 현재 상황에서 마스크는 코로나19로부터 자신과 타인을 보호할 수 있는 최고의 안전 장비다. 일의 특성상 이를 벗어야 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은 커지게 된다.

적잖은 방송 관계자들은 보도 기능의 마비를 우려하고 있다. 요즘 수많은 매체가 등장했다고 하지만 방송사와 신문사 등은 여전히 가장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언론사들의 방역이 뚫리고 취재 기능이 마비된다면 대중은 현재 상황을 체크하고, 정보를 제공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하게 된다는 의미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기자들은 사건의 최전선에 배치되고,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역할을 하는 취재진의 경우 의료진 못지않게 철저히 방역 수칙을 지키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매뉴얼을 탄탄히 구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윤준호(칼럼니스트)


CREDIT 글 |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