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언택트’ 시대에 전하는 ‘1억뷰’ 이상의 가치

2020.08.24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이 또 한 번 ‘방탄소년단’했다. 그러나 이번엔 어딘지 좀 특별하다. 7년의 활동을 통틀어 처음 영어로 전체를 소화한 곡이자, 예정에 없던 디지털 싱글인 ‘Dynamite’는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104개 국가 및 지역의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톱50’ 1위로 첫 진입, 한국 가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뮤직비디오는 공개 24시간 만에 1억 뷰를 돌파하는 진기록을 세웠으며, 2억 뷰 돌파 또한 목전이다. 노래 제목처럼 ‘폭발’적인 반응. 그간 뚜렷한 메시지와 완벽한 퍼포먼스로 어김없이 사랑받아온 그들이지만, 이번엔 뭔가 좀 다르다. 심상치 않은 행보다.

 

방탄소년단은 올 초 ‘BTS MAP OF THE SOUL TOUR’ 월드투어를 계획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일정을 무한 연기했다. 물론 국내외 문화공연계 전반이 침체된 상황이긴 해도, 국내 가수 최초로 17개국 스타디움 규모의 37회차 공연을 사실상 전면 취소하게 된 방탄소년단에게 심리적, 금전적 타격은 더욱 컸을 것. 업계는 방탄소년단의 유례없는 글로벌 인기 행진에 제동이 걸린 것에 우려를 표했고, 퍼포먼스가 중요한 투어형 그룹에게 글로벌 무대가 사라진 것에 안타까운 시선이 쏟아졌다. ‘한류 주춤설’도 불거졌다. 이제야 겨우 ‘입덕’한 글로벌 팬들은 그들의 무대를 실제로 볼 기회가 사라졌고, 국내 팬들 또한 피튀기는 예매 전쟁을 통해 얻어낸 ‘BTS MAP OF THE SOUL TOUR – SEOUL’ 티켓을 손수 취소하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무력감을 느꼈을 이들은 바로 당사자들. 리더 RM은 투어가 무기한 연기된 이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준비해오던 것들이 정말 많았다. 진짜 많이 연습하고, 오래 준비했다. 2주 동안 집에 있다 가끔 미친 사람처럼 울컥 올라와서 혼자 소리 지르기도 했다. 속상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현실적으로 많이 없었다”고 답답함을 내비친 적도 있다.  

 

이 상황에서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승부를 본다. 시대를 대변하는 가장 뜨거운 아티스트의 소임을 다하듯 ‘바로 지금’의 노래로 찾아온 것. 방탄소년단 스스로도 무력감을 느끼는 상황이자, 전 세계적으로 반복되는 무기력함 속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신나고 가벼운 곡을 통해 우울한 마음을 두드린다. 그간 자아 성찰적이고 고뇌에 차 있던, 최근엔 다소 무겁고 어둡기까지한 내면의 감정들을 앨범에 꾹꾹 눌러 담아 표현해온 그들이지만, 이번엔 그저 함께 아무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는 경쾌하고 시원한 비트와 가사로 ‘다이너마이트’처럼 속을 ‘뻥’하고 뚫어낸다. “많은 분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데, 다이너마이트가 힐링송이 됐으면 좋겠다. 이번 곡으로 많은 분들이 큰 힘과 위로를 얻어가셨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한 멤버 정국의 말처럼, 희망적인 가삿말과 익숙한 디스코풍 비트는 큰 위로가 되어주고 있다. 사실 ‘승부’라기보단 그저 함께 즐겨주길 바라는 마음이 곡의 곳곳에서 비춰진다.  

 

“Shoes on get up in the morn / Cup of milk let’s rock and roll / King Kong kick the drum rolling on like a rolling stone / Sing song when I’m walking home / Jump up to the top LeBron”(아침에 일어나 신발 신고 / 우유 한 잔 이제 시작해볼까 / 킹콩, 드럼을 연주해 구르는 돌처럼 거침 없이 / 집으로 걸어가며 노래해 / 높이 뛰어올라 마치 LeBron처럼)

 

“Cos ah ah I’m in the stars tonight / So watch me bring the fire and set the night alight / Shining through the city with a little funk and soul / So I’mma light it up like dynamite, woah” (오늘밤 난 별들 속에 있으니 / 내 안의 불꽃들로 이 밤을 찬란히 밝히는 걸 지켜봐 / 펑크와 소울로 이 도시를 밝혀 / 빛으로 물들일거야 마치 다이너마이트처럼)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위의 가사에서 보이듯, 방탄소년단은 ‘Dynamite’로 지금의 삶의 소중함에 대해 노래한다. 꼭 대단하지 않아도 ‘행복’과 ‘자신감’은 인생을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 여럿이 모여 즐기는 파티는 아닐지라도, 소소한 일상 속에서 나만의 파티를 즐기자는 것은 물론, 갑갑하고 어두운 상황에서도 각자의 안에 숨겨진 에너지를 찾아 환하게 세상을 밝히자는 메시지는 굉장히 고무적이다. 안무 퍼포먼스도 마찬가지. 칼군무적 장점을 최대한으로 발휘해 힘을 주기보단,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가볍고 흥겨운 안무들로 구성해 흥겨움을 더한다. 제이홉은 “이 곡을 들었을 때, 새 앨범에 넣기보다 ‘바로 지금’ 같이 즐기고 싶은 마음에 싱글로 공개하게 됐다”고, 진 또한 “‘환하게 불을 밝힐 거야’라는 가사가 있는데 이게 ‘바로 지금’ 우리가 들려드리고 싶은 노래”라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무력감을 딛고, 역시나 ‘지금’에 가장 충실한 노래를 한다. “요즘 상황이 너무 힘들지 않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고 저희 역시 계획했던 많은 것들을 할 수 없었다”며 “무대에도 서고 싶었고, 그런 상황 속에서 허탈하고 무력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 감정을 헤쳐나갈 돌파구가 필요했던 찰나에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한다”며 지민은 ‘Dynamite’가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기존의 곡들을 통해 보여준 메시지처럼 본인들이 가진 상황적인 고민과 시대적인 고민을 연결시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곡을 또 한 번 꺼낸 소년들. 가사와 비트는 새털처럼 가뿐하지만, 사회적 분위기와 지금 시기의 누구나 할 법한 고민들을 담아낸 마음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는 사랑받는 아티스트의 역할과 소임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기도, 가장 방탄소년단다운 선택이기도 하다.

 

사실상 국내 차트에서는 영어로 된 곡이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기엔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팬들을 직접 대면할 순 없더라도, 세계어인 영어로 된 노랫말로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자체는 방탄소년단에게도 큰 도전이었고, 지금의 성과는 그들의 또 하나의 ‘성취’다. 가사뿐 아니라 기존에 연달아 고수하던 실물 앨범이 아닌, 예정에 없던 디지털 싱글로 발매한 것 또한 파격적인 시도. RM은 ‘Dynamite’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Dynamite’ 발표는 전혀 계획에 없었던 일”이라며 “올 초부터 하반기에 나올 앨범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곡을 작업하던 와중, 지금 상황이 상황인 만큼 팬들과 빨리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에 ‘Dynamite’를 내놓게 됐다. 도전이었다”고 설명했다. 정국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에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음악, 더 나아가서 우리 자체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됐던 거 같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많은 것을 할 수 없게 된 시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돌파구로써, 활력소로써 이들은 또 하나의 새로움에 도전했기에 ‘Dynamite’의 성취는 큰 의미가 있다.

 

기존의 팬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까지 ‘Dynamite’에 연일 호평을 쏟아내는 중이다. 24일 방탄소년단은 ‘Dynamite’의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과 어쿠스틱 버전 음원까지 발매하는 상황. 오는 30일에는 미국 ‘MTV VMA’에서 신곡 무대를 최초 공개한다. 올 여름이 다 끝나기 전, 이 글에 기재된 기록 이상의 것들이 ‘다이나마이트’처럼 ‘뻥’하고 터지길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이여름(칼럼니스트) 



CREDIT 글 | 이여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