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화려한 조명이 꺼지고 난 후

인성 교육과 전인 교육 중요성 다시 조명

2020.08.20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사)한국연예제작자협회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이 이끄는 JYP엔터테인먼트는 아직 학생 신분인 연습생들의 학교 생활을 중시하는 편이다. 그 안에는 학업 성취도도 포함된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연예인에게 학교 성적이 무엇이 중요한가?" 맞는 말이다. 연예인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에게는 춤과 노래 실력, 외모가 대중의 마음을 끄는 더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연예인으로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연습생 10명 중 1∼2명이 데뷔한다면, 데뷔한 10명 중 1∼2명 정도가 스타가 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연예인의 수명은 대단히 짧다. 그래서 그 이후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본적인 학업을 마치는 것을 권장하는 것이다. 

이는 현실이다. 대중의 입맛은 쉽게 변한다. 인기는 한순간에 사그라진다는 의미다. 그 후의 삶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100세 시대? 꽃은 20∼30대에 진다

인생 초창기에 전성기를 맞은 삶과 인생 막바지에 전성기를 누린 삶. 과연 어떤 삶이 더 풍요롭고 윤택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명확한 답을 내릴 순 없다. 하지만 적잖은 이들이 인생의 졸업을 고민하는 시기에 평온하다면, 자신의 삶이 꽤 만족스러웠다고 느낀다는 통계가 있다. 나이 먹어 몸이 무겁고 적극적인 경제 활동이 어려운 시기에 삶이 피폐하다면 이를 반전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돌(IDOL)의 전성기는 항상 젊을 때다. 요즘은 10대 초·중반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데뷔하는 것이 보편적 공식이다. 2∼3년 간 담금질하는 시기를 겪은 후 스타덤에 오르면,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기는 3년 안팎이다. 

그리고 그 무서운 ‘7년차 징크스’가 찾아온다. 표준계약서 상 최대 기간인 7년의 전속 계약 기간이 지나면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그룹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거나, 현 소속사와 다시 손잡고 그룹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사실, 7년간 명맥을 유지하고 재계약을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성공한 그룹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배부른 고민’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보이그룹의 경우 군입대로 인한 공백기를 겪고, 그 사이 파릇파릇한 후배들이 자신들이 누리던 자리를 꿰차면 예전의 인기를 되찾긴 쉽지 않다. 여기에 그룹 멤버들이 스캔들이나 내부 불화, 재계약 불발 등으로 하나 둘 이탈하면 그룹의 영향력은 크게 훼손된다. 결국 그룹을 존속시키더라도 그들의 전성기는 20대 때 이미 끝나버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거세된 사춘기, 뒤늦게 찾아오다

화려한 조명이 꺼진 뒤, 아이돌들에게는 사춘기가 찾아온다. 보통 사람들이 10대 때 겪는 사춘기를 뒤늦게 앓는 것이다. 바쁜 활동 시기, 그들에게는 사춘기를 누릴 권리나 자유조차 없었던 탓이다.

‘중2병’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 나이로 치면 15세다. 부모를 비롯해 어른들이 세워놓은 가치관을 배격하고 반항하며 또래 문화 속에서만 똬리를 트는 시기다. 부모와 가족 등 피붙이 등은 이 시기를 감내하며 자녀들이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보살핀다.

하지만 아이돌로 데뷔하길 꿈꾸는 이들에게 사춘기란 사치다. ‘데뷔’라는 절체절명의 목표 아래 그들의 감정은 통제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연습생 생활을 포기해야 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업계가 생각보다 좁다. 특정 회사에서 연습생으로 있다가 문제를 일으키고 방출되면, 소문이 다 퍼져서 다른 회사에도 연습생으로 들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 설리, 사진=스타뉴스DB


게다가 그들에게는 ‘합숙’이라는 무시무시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정서적으로 가장 예민할 시기에 자라온 환경과 성향이 전혀 다른 연습생들과 함께 먹고 잔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 안에 마찰과 대립이 생겨도 그룹을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참고 견뎌야 한다. 그 과정 중에는 잠을 줄이면서 연습을 거듭하고, 체중 관리를 위해 곡기를 끊어야 한다. 

이처럼 기본권이 거세된 생활 속에서 그들의 사춘기는 억눌린다. 그리고 스타덤에 오르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점이 되면, 해소하지 못한 사춘기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 또한 그룹 활동이 끝나 화려한 조명이 사라진 후 잠을 줄여서 활동했던 과거와 달리 스케줄이 없어 시간적 여유가 많이 생기게 되면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기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잊히고 있다는 초조함,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심리적 안정을 무너뜨리는 것. 대중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스타로 보여지지만 내면은 아직 외롭고 상처 많은 소년소녀다.  

실제로 몇몇 아이돌 가수들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특히 SNS를 통해 그들의 사생활을 여과없이 노출할 수 있게 되면서 그들이 SNS에 올린 글이나 사진으로 인해 논란이 불거지는 일은 다반사다.
  
억눌렸던 욕구를 부정적으로 표출하는 그들에게 인기는 독이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에게 낱낱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악플의 공격으로부터 피할 공간도 없다. 지난해 생을 마감한 아이돌 출신 고 설리나 구하라가 생전 악플에 힘겨워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만약 그들이 남들처럼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사춘기를 보내고,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아이돌 활동이 끝난 후에도 충분한 정서적 관리가 이루어졌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를 낳지 않았을 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아이돌이 끝난 후,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나?

주변을 둘러보면 ‘연기돌’(연기+아이돌)이 참 많다. K-팝 가수로 활동하며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은 터라 그들을 앞세우면 해외 수출에 도움이 된다. 그러니 제작사나 방송사들은 배우로서 훈련이 되지 않은 이들을 기꺼이 주인공으로 쓴다. 그 중 몇몇은 발군의 연기력을 보이며 배우로서 자리매김하지만, 1회성으로 소비되고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적잖다. 

그들이 연기에 도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예인으로서 생명력을 잃지 않기 위함이다. 20대가 지나면 전성기가 끝나는 아이돌과 달리 배우는 나이 먹을수록 더 영근 연기를 선보이고, 나잇대에 맞는 배역을 받을 수 있다. 반드시 주인공으로 발돋움하지 않더라도 조연 배우로서도 충분히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미르, 사진=스타뉴스DB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가수로서 연예 활동을 유지하는 것은 그룹 내에서 극히 몇 명만 가능하다. 요즘은 보컬, 댄스, 랩 등 파트 별로 멤버를 구성하기 때문에 혼자서는 무대를 꾸밀 수 없는 ‘반쪽 가수’가 태반"이라고 꼬집었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1인 크리에이터는 전성기가 지난 아이돌들의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다. 엠블랙의 미르와 지오, 달샤벳 세리, 크레용팝 웨이, NRG 천명훈 등이 유튜버로 변신했다. 장기간 아이돌로 활동하며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터라 그들은 다른 유튜버에 비해 초기부터 구독자를 빠르게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속사의 치밀한 기획과 마케팅을 배제하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콘텐츠 공급이 어려워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잦다.

이 관계자는 "치열했던 아이돌 생활을 마친 후 어떤 삶을 살아야 할 지 몰라서 방황하는 이들이 많다. 무엇을 해도 과거의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받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며 "그들의 삶의 방향은 아무도 제시할 수 없고, 책임질 수도 없다.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요즘 아이돌을 보유한 회사들의 인성 교육과 전인 교육이 강조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준호 칼럼니스트


CREDIT 글 |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