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애라의 '신박한 정리'가 이끈 인생 변화 나비효과

정리와 비움만으로 발생하는 뜨거운 감정의 회오리

2020.08.19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출처=방송캡처


코로나가 재유행하면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됐다. 다시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한 기업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코로나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집에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들이 굴뚝 같다. 그런 마음이 드는 차에 tvN 월요 예능 ‘신박한 정리’(연출 김유곤)가 잔잔하지만 뜨거운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정리와 비움이 인생에 통찰력을 주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그런 의미에서 ‘신박한 정리’는 제목처럼 아주 신선한 기획인지는 의문이다. 신애라와 박나래 두 사람의 이름을 딴 ‘신박한 정리’는 윤균상까지 세 사람이 한 팀이 돼 의뢰인인 연예인의 집을 찾아가 필요 없는 물건은 정리하고 가구를 재배치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달라진 공간이 변화의 재미를 주는 것인데 사실 포맷도, 연출도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 인기가 높았던 ‘러브하우스’나 연예인 관찰 예능의 조금 다른 버전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신박한 정리’는 강력한 끌림으로 채널을 고정하게 한다. 정리가 별것 아니라고 치부하는 사람들이나 중요성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정리하는 행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해주고 있다. 집을 정리하고 꾸미는 팁부터 인생 정리의 깨달음까지 다양한 교훈을 얻게 한다.

매회 의뢰인들이 새롭게 정리된 집에서 큰 감정의 회오리를 느끼는 모습만 봐도 작은 변화가 일으키는 힘의 파장을 알게 한다. 자신이 현재 사는 집에서 원래 가지고 있던 물건들의 배치만 다르게 했을 따름인데, 뭐가 그리 감동일까 의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간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던 짐들과 함께 마음의 묵은 짐을 내보내거나 돌보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면서 함께 눈물짓고 함께 해소한다.

사진출처=방송캡처


4회 의뢰인이었던 개그우먼 정주리는 어린 아들 셋을 키우느라 폭탄을 맞은 듯 정리가 되지 않는 집에서 살다가 환골탈태한 집을 보며 연거푸 눈물지었다. 그와 절친한 박나래는 감동하는 친구의 모습에 함께 울었다. 7회에서 윤은혜는 그동안 자신의 자존감인 듯 갖가지 신발들을 모으다가 이를 대거 정리하면서 자신의 마음도 내려놨다. 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공간이 없어서 차마 마음먹지 못했던 그림 그리기 취미를 되살릴 수 있게 되자 감격에 눈가가 촉촉해졌다. 8회에서는 배우 장현성의 가족들이 달라진 집에서 새롭게 서로를 마주하게 되면서 그동안 다 털어놓지 못했던 마음을 나누는 모습으로 눈시울을 붉혔고, 보는 이들까지 먹먹하게 했다.


집도 구성원도 예전과 다름없는 내 집, 내 가족인데 정리가 되고 공간이 새로워지니 마음이 달라지고 주고받는 말도 달라지는 것을 ‘신박한 정리’가 보여줬다. 집을 정리했을 따름인데, 마음이 정화돼 마치 새로운 삶이라도 살 것 같다. 이쯤이면 집 정리가 곧 인생 정리가 된다. 코로나로 답답하게 집에서만 지내면서 집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마음 역시 내 삶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마음이다. 


프로그램의 중심축이자 실제로도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신애라는 의뢰인들이 추억과 사연이 있다며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에 대해서 사진으로만 담아둬도 충분하다면서 비우기를 강조한다. 처음에는 그 종용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비운 만큼 새롭게 보이는 장면이 주는 기쁨과 감동이 그 당혹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김유곤 PD는 “집이라는 공간에 삶이 녹아있으니까 그게 변했을 때 주는 마음의 울림이 있나 보다. 특히 엄마나 아내인 입장들은 주방에서 그렇게 감정이입을 많이 한다. 그만큼 삶의 무게가 녹아있나 보다”며 의뢰인들이 보인 감동의 제스처들을 해석했다.

사진출처=방송캡처


이어서 “단순히 정리하는 게 아니라 비우면서 내 삶을 돌아보는 과정이 그 울림을 크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방송에는 다 나오지 않지만, 의뢰인이 일주일 동안 스스로 버리고 비우는 시간을 가지는데 “그 과정의 엔딩점이 집의 변화이니까 감정적으로 심리치료 같은 효과가 있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과거 ‘러브하우스’ 같은 프로그램과 비교가 되기도 하지만, ‘신박한 정리’는 자기가 버리는 과정과 단계가 있으니까 더 큰 몰입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비움이라는 키워드만큼이나 프로그램이 주는 울림이 큰데, 김 PD는 신애라 덕분이라고 전했다. 다른 기획으로 섭외하려 했던 신애라가 역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며 제안해 ‘신박한 정리’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김유곤 PD를 비롯해 연예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애라의 다양한 경험이 그를 비움이라는 성찰로 이끌었던 모양이다. 그가 깨달은 인생 정리의 교훈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승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현성은 방송 출연 후 윤균상에게 그동안 수많은 예능과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자기 삶이렇게 큰 변화를 준 건 ‘신박한 정리’가 처음이라는 문자를 남겼다는 후문이다. 신애라라는 한 사람의 삶이 프로그램에 녹아들고, 한 인생의 변화가 또 다른 인생의 감화로 이어진 효과다. 

비단 출연자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도 그 감동과 깨달음의 파장이 퍼지고 있다. 총 8회로 기획됐던 ‘신박한 정리’가 시청률 3%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12회로 연장이 결정됐고, 현재 분위기로는 앞으로 프로그램을 더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호응이 뜨겁고 프로그램이 전하는 메시지를 지지한다는 뜻이다.

채움을 미덕으로 삼고 맥시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박나래가 방송 중 ‘신박한 정리’ 100회에 자신의 집을 정리하겠다고 약속 아닌 약속을 한 바 있다. 박나래가 집을 정리하는 그날이 오면 어떤 감동의 해일이 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커진다.

조성경(칼럼니스트)


CREDIT 글 | 조성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