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의 또 다른 멤버는 프로듀서!

2020.08.13 페이스북 트위터



이든, 사진제공=KQ엔터테인먼트


곡의 히트곡이 중요한 시절이 있었다. 노래 하나만 성공시키면 그 곡으로 그룹 하나를 먹여 살릴 수 있던 그런 시절. 다음은 세계관이었다. 무릇 아이돌이라면 앨범에서 그룹까지 자신들만의 고유한 서사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야 충성도 높은 팬덤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히트곡과 세계관의 정다웠던 한 철이 지나고, 이제는 프로듀서의 시대가 찾아왔다. 좋은 곡을 써 가수에게 제공하는 작곡가와도 다르고, 그동안 소속사 ‘사장님’들이 대충 담당해왔던 책임자와도 다른 그 이름. 케이팝 신은 물론 가요계 전반을 둘러봐도 국내에서는 그 숫자가 극히 드물어 용어 정의조차 희미했던 ‘프로듀서’는 지금 흥하는 케이팝 그룹들과 함께 새삼 주목받는 포지션으로 이름값을 올리고 있다. 단순히 곡을 쓰는 것을 넘어 해당 그룹의 컨셉과 방향성, 운명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당당한 조커. 그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특별한 조합을 모아보았다. 


에이티즈(ATEEZ) - 이든(EDEN)
최근 해외를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8인조 보이그룹 에이티즈는 데뷔부터 지금까지 쭉 프로듀서 이든과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김형준(SS501), 비투비, 여자친구 등에게 곡을 제공한 작곡가이자 싱어송라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든은, 2010년 후반 큐브 엔터테인먼트를 거쳐 지금의 KQ엔터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해당 레이블의 인하우스 프로듀서(프리랜서가 아닌 특정 회사에 소속된 전속 작곡가/프로듀서)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에이티즈와의 작업은 연습생 시절부터 동고동락해온 시간의 흐름과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결과물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해적왕’이라는 다소 마니악한 컨셉트로 출발했지만, 힙합과 EDM, 팝을 조화롭게 엮어내는 프로듀서 이든의 예사롭지 않은 감각과 멤버들의 퍼포먼스 실력이 만나며 빠른 속도로 팬덤을 늘여가고 있는 주목할 만한 조합이다. 

러블리즈 – 윤상(1Piece)
아이돌과 유명 프로듀서의 만남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를 이름이 아닐까 싶다. 데뷔곡 'Candy Jelly Love'(2014)에서 정규 2집 리패키지 앨범 ‘지금 우리’(2017)까지 3년여의 세월이 남긴 이들의 흔적은, 그대로 걸그룹 프로듀서로서 음악가 윤상의 새로운 도전이자 보이그룹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프로듀싱을 받을 기회가 드문 신인 걸그룹의 도전이기도 했다. 스스로 ‘러블리즈의 아버지’를 자청하며 직접 음반 발매 쇼케이스 진행까지 맡았던 윤상은 서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까지도 유효한 러블리즈 특유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해냈다. 여리지만 강단 있는, 밝으면서도 어딘가 한구석 쓸쓸한 러블리즈만의 애틋함은 윤상의 음악이 가진 고유한 음악적 색깔과 모습을 겹치며 케이팝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오묘한 걸그룹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방탄소년단 – 피독(P-dogg)
‘가수와 프로듀서가 서로를 잘 아는 인하우스 시스템이 좋다’는 소문 아닌 소문을 만든 장본인. 무명 작곡가 시절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 방시혁이 운영하던 작곡 관련 커뮤니티에 올린 곡이 좋은 평을 받아 에이트와 임정희에게 곡을 주며 시작된 피독의 경력은 이후 빅히트에 정식으로 합류하며 꽃을 피웠다. 피독과 방탄소년단 하면 떠오르는 ‘힙합과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한 팝 사운드’는 이제 방탄소년단은 물론 케이팝을 대표하는 음악적 아젠다가 되어 끝없는 분석과 재생산의 대상이 되었다. 이들의 협업은 힙합 아이돌을 표방했던 데뷔작 '2 COOL 4 SKOOL'(2013)에서 에드 시런, 니키 미나즈, 체인스모커즈 같은 세계적인 팝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화학작용은 활동의 기본인 음악 작업은 물론 방탄소년단의 주요한 성공 요소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는 다층적이고 세밀한 세계관까지 촘촘히 이어지며 가수와 프로듀서 간의 유대가 좋은 결과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황현, 사진=스타뉴스DB


온앤오프(ONF) – 황현(MonoTree)
2020년 지금 가장 뜨거운 조합. 2017년 데뷔한 6인조 보이그룹 온앤오프는 그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등 SM 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의 앨범에서 ‘숨은 명곡’ 혹은 ‘타이틀보다 좋은 수록곡’으로 은은하게 명성을 쌓아가던 황현(모노트리)가 처음으로 그룹 단위의 프로듀싱에 도전한 경우였다. 데뷔작 'ON/OFF'(2017)에서 2019년 10월 발매한 'GO LIVE'까지 2년여간 꼬박 쌓아온 이들의 합은 2020년 미니 3집 타이틀곡이었던 ‘사랑하게 될 거야’의 입소문과 엠넷 ‘로드 투 킹덤’ 출연으로 눈부신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화제를 모았다. 비트, 멜로디, 가사, 세계관 모두 미니멀리즘과는 담을 쌓겠다는 듯 앞만 보고 달려가는 황현의 음악과 온앤오프가 만들어낸 과잉의 이미지는 쿨함에 지쳐있던 케이팝 팬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으며 ‘황토벤’, ‘황버지’ 같은 새로운 수식어와 함께 그룹의 인기 또한 동시에 끌어 올리고 있다. 

선미 – FRANTS(프란츠)
선미와 프로듀서 프란츠의 인연은 두 사람이 JYP엔터테인먼트에 함께 몸담고 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JYP의 인하우스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원더걸스, 갓세븐, 트와이스, 데이식스 등의 음악을 작업하던 프란츠는 당시 서서히 자작곡 숫자를 늘려가고 있던 선미의 좋은 음악적 스승이자 파트너였다. 자작곡 ‘Why So Lonely’를 차트 1위에 올린 자신감을 바탕으로 솔로 독립 이후 서서히 자신만의 음악적 영역을 넓혀가던 선미는 첫 솔로 앨범 'WARNING'의 파트너로 프란츠를 지목한다. 타이틀곡 ‘사이렌’은 물론 수록곡 ‘ADDICT’, ‘Black Pearl’를 함께 작업한 그는 선미만의 중저음 보컬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가장 풍부하고 매력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프로듀서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한다. 이후 ‘날라리’, ‘보랏빛 밤’으로 이어진 이들의 만남은 똑똑하고 부지런한 아티스트와 센스 있는 프로듀서가 유연하게 교차한 바람직한 조합으로 앞으로도 케이팝 팬들의 기억 속에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갈 것이다.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




CREDIT 글 |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