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녀석들', 단순 먹방 넘은 진화된 맛의 파라다이스

2020.08.12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출처='맛있는 녀석들' 캡처



2015년 1월30일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이 첫 회를 방송했을 당시 여론은 잠잠했다. 왜냐하면 당시 시청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먹방(먹는 방송)’ 콘텐츠에 이골이 났기 때문이다. 처음엔 잘 차려진 음식을 맛있게 먹던 먹방 콘텐츠는 시간이 지나면서 요리경연, 맛집소개, 세 끼 만들어 먹기, 해외로 나가기, 음식점 카운슬링으로까지 형식이 넓어지면서 수없는 ‘푸드테이너(푸드+엔터테이너)’를 양산했다. 하지만 지금 주위를 둘러보라. 먹는 것을 가지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누가 남았는가. 백종원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 ‘맛있는 녀석들’도 있다.


‘맛있는 녀석들’은 횟수로는 290회, 햇수로는 6년이 됐다. 수많은 먹방 콘텐츠 속에서 그 나름의 생명력을 유지한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기간이다. 첫 방송을 할 당시 ‘개그콘서트’를 통해 인기를 얻었던 김준현 외에는 그냥 그저 그런 먹보 캐릭터의 개그맨들을 모은 조합이라고 프로그램을 생각하던 사람들은 이제 프로그램의 1회부터 챙겨보고, 그들이 찾는 맛집을 가고 심지어는 그들이 만든 유튜브 전용 콘텐츠의 구독자가 됐다.

프로그램 역시 처음에는 먹방으로 시작했다가 독특한 음식과 독특한 상황에 갇혀보기도 하고 각자의 추억과 캐릭터를 불러일으키면서 출연자들과 일체화됐다. 그리고 각종 ‘기획먹방’을 시도하고 시청자들과의 접점도 찾았다가 지금은 맛있게 잘 먹기 위해 출연자들이 운동도 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마치 디즈니의 마블스튜디오가 하나의 캐릭터를 갖고 다른 세계관을 연결지어 큰 ‘우주’를 만들듯, ‘맛있는 녀석들’도 그들만의 ‘맛우주’를 만들고 있다.

사진출처='맛있는 녀석들' 방송캡처



당연히 먹방이라는 접근이 쉬운 콘텐츠, 친근감이 있는 개그맨 캐릭터 그리고 제작진의 기발한 기획이 만나니 보기가 부담스럽지 않다. 그래서 ‘맛있는 녀석들’은 지금까지 900회가 넘게 재방송이 됐다. 그만큼 많은 채널이 찾는 콘텐츠가 됐다는 이야기다. 6년이 되자 김준현, 유민상, 문세윤, 김민경 각자의 출연자들도 나름의 팬덤과 입지를 갖고 더욱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의 6년 ‘생존사’는 다르게 보면 하나의 TV 콘텐츠가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교보재와 같았다. 처음 단순한 먹방으로 시작했던 프로그램은 뚱뚱한 개그맨이라는 도식적인 캐릭터에 갇혀있었지만 그 캐릭터에 가려진 그들의 입담은 서서히 이들을 하나의 캐릭터로 설계하게 했다. 그래서 출연진과 합이 잘 맞게 된 제작진은 이들의 스타일에 맞게 적절한 과제를 가미하게 됐고 ‘제육대회’ ‘전골노래자랑’ 등 그들만의 기획 콘텐츠가 나왔다.

음식을 소재로만 5년 이상 연출을 하자 그들은 지겨웠던 듯하다. 음식을 매개로 그들의 캐릭터를 지렛대 삼아 다른 콘텐츠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 수단은 그 즈음 대세로 올라서기 시작한 유튜브다. 이들은 ‘잘 먹기 위해 운동한다’는 뜻으로 ‘오늘부터 운동뚱’이라는 스핀오프(한 프로그램의 설정만 갖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 도전했고 김민경이 운동에 재능을 보이며 ‘근수저’라는 타이틀도 더불어 얻었다. 또한 맏형 유민상은 ‘잡(JOB)룡 이십끼’라는 콘텐츠로 직업체험으로까지 범위를 넓혔다. 이렇게 활발한 서브 콘텐츠 개발로 이들의 유튜브는 최근 100만 구독자를 돌파했다.

사진출처=방송캡처



오랜 탐구를 통해 캐릭터의 입체화, 매체에 따른 유연한 접근 그리고 시청자라 불리는 팬덤의 적절한 관리. 무엇보다 잘 다듬어진 그들의 세계관을 갖고 또 하나의 세계를 거듭 창조하는 모습은 그들 6년 역사의 원동력이었다. 일찌감치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한 이들은 결과적으로 개그맨들의 집과 같았던 ‘개그콘서트’의 폐지에도 그들의 항해를 계속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게 했다.

6개월이 가장 작은 단위로 여겨지던 지상파도 이제 더 이상 세월의 속도를 이길 수 없어 8회에서 12회 정도의 시즌제로 변신하고 있다. 그리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은 더 이상 ‘무한도전’처럼 십 수 년을 하는 예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변두리에서 시작했던 ‘맛있는 녀석들’은 그들만 묵묵한 역사를 일구며 이제는 누구도 돌아보게 하는 매력적인 세계관을 가진 하나의 아이콘이 됐다. 수없이 다가왔을 개편과 폐지의 유혹 이를 이겨낸 제작진의 뚝심 역시 이들의 지금을 만든 큰 힘이었을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신윤재(칼럼니스트) 



CREDIT 글 | 신윤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