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스타가 연예인이 되는 5가지 이유

2020.07.29 페이스북 트위터

;노는 언니', 사진제공=E채널




그동안 ‘스포테이너 전성시대’라는 표현을 숱하게 들었다. 스포테이너는 ‘스포츠’(sports)와 ‘엔터테이너’(entertainer)의 합성어다. 방송가로 진출한 스포츠 스타를 뜻한다. 

강호동을 시작으로 서장훈, 안정환 등을 거쳐 최근에는 박세리, 김연경, 이영표 등이 합류했다. 스포테이너가 쏟아지고 있고, 성공한 이들이 많기 때문에 이제 굳이 ‘스포테이너 전성시대’라는 맡을 붙이는 게 민망할 수준이다. 스포츠 스타들이 은퇴 후 방송가로 뛰어드는 것이 이제는 하나의 공식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스포츠 스타들의 방송 진출이 잦아진 것일까?

#첫째, 인지도가 높다

"쓸만한 신인 없나요?" 방송국 PD나 작가들이 수시로 꺼내는 말이다. 그들은 항상 ‘새 얼굴’을 찾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대중은 쉽게 싫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인기를 얻은 이들이 몇몇 프로그램에 연이어 얼굴을 내비치면 이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기사가 쏟아지고, 대중도 심드렁해진다. 

하지만 신인 키우기가 만만치 않다. 적절한 재목을 찾기도 어렵고, 기회를 부여한다고 기대에 부응하는 것도 아니다. 무리하게 끼워 넣다가 ‘밀어주기’라는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다.

이럴 때 스포츠 스타는 아주 활용도가 높다. 그들은 이미 각 종목에서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팬덤까지 구축한 경우가 적지 않다. 덕분에 그들이 예능에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다. 한 지상파 예능국 PD는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인지도를 쌓은 후 방송가에 뛰어들기 때문에 제작진 입장에서는 두 손 들고 반기는 것이 당연하다"며 "경기 때와는 사뭇 다른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대중의 호응도 높다"고 말했다.

#둘째, 성공사례가 많다


새로운 시도에는 대가가 따른다. 성패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 스타의 경우 선례(先例)가 많다. 

단연 수차례 지상파 연예대상을 수상한 강호동(씨름)이 대표주자다. 이후 서장훈(농구), 안정환(축구) 등이 메인 MC급으로 성장했고 허재(농구)와 이종격투기 선수 김동현 등이 그 배턴을 이어받았다. 이들 모두 빠르게 방송 문법을 습득하며 기존 방송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먼저 방송가의 문을 두드린 스포츠 스타들의 이러한 성공사례는 타 스포츠 스타들의 방송가 진입 장벽을 낮췄다. ‘믿고 쓰는’ 문화가 생긴 것이다. 요즘은 제작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방송가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스포츠 스타를 발굴하려 애쓰고 있다. 

그 반대로, 스포츠 스타들이 대중에게 웃음을 주는 예능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느끼는 거부감 역시 낮아졌다. 현역 선수인 김연경(배구)과 현역 감독이었던 현주엽(농구)가 예능의 문을 노크하고, 예능 출연이 잦지 않았던 박세리(골프)가 적극 참여한 것도 방송가와 스포츠 스타의 ‘윈-윈’(win-win)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방증이다.


사진제공=JTBC


#셋째, 예와 체는 통한다

통상 ‘예체능’이라 불린다. 예능과 체육은 통한다는 의미다. 이를 다른 쪽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예능을 하는 연예인과 체육을 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평소에도 소통하며 친분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이는 방송가에서 정말 중요한 대목이다. 카메라 앞에서 허물없이 어우러지려면 그들 간의 실제 유대가 중요하다. 평소에는 데면데면한데 녹화가 시작되고 갑자기 친하게 지내며 웃음을 유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친하게 지내는 경우는 많다. 이렇듯 평소에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추천을 통해 TV에 출연하는 사례가 늘었고, 스포츠 스타 입장에서도 친분이 두터운 베테랑 연예인들의 보살핌 속에 이질감 없이 방송가에 정착할 수 있었다.

실례를 찾아보자. 강호동의 경우 ‘예능 대부’라 불리는 방송인 이경규의 추천으로 1993년 MBC 특채 코미디언으로 뽑힌 것이 시작이었다. 안정환은 방송인 김성주와 MBC 축구 해설위원과 캐스터로 인연을 맺은 후 MBC 예능 ‘아빠 어디가’에 함께 출연했다. 이를 통해 ‘예능감’을 드러낸 안정환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와 ‘뭉쳐야 찬다’, MBC ‘편애중계’ 등을 김성주와 함께 출연하며 방송가에 연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안정환은 20년 지기인 국가대표 출신 이영표와 MBC 파일럿 예능 ‘안 싸우면 다행이야’에 출연하며 이영표를 위한 판을 깔아줬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특정 연예인과의 친분은 스포츠 스타가 방송가로 진입하는 연결고리가 되곤 한다"며 "평소 이런 유대감이 조성돼 있기 때문에 방송 경험이 없는 스포츠 스타들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째, 선수 생명이 짧다

스포츠 스타들은 대다수 일찌감치 ‘제2의 인생’을 설계한다. 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통상 20대 중반∼30대 중반 전성기를 보낸 후 30대 후반부터는 ‘노장’이 된다. 골프를 제외하면 40대에도 현역으로 뛰는 경우는 드물다. 

이것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스포츠 스타는 제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어도 노쇠화가 진행되면 신체적 조건이 뛰어난 젊은 선수를 이기기 어렵다. 반면 연예인들은 관록을 쌓으며 각자의 나잇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가며 ‘롱런’(long-run)할 수 있다.

강호동, 사진제공=JTBC



스포츠 스타 중 감독이나 코치로 본업을 이어갈 수 있는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선수 시절 크게 빛을 보지 못한 이들이 일찌감치 ‘지도자 수업’을 밟으며 코칭 스태프로 편입하는 준비를 한다. 하지만 스타 플레이어는 은퇴 직전까지 경기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은퇴 후 코치나 감독으로 가려 해도 이미 적정 시기를 놓친 경우가 적잖다. 

결국 현역 시절 발군의 실력을 바탕으로 두터운 팬덤을 확보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그들은 방송가의 러브콜을 받고 노선을 바꾸는 경우가 늘고 있는 셈이다. 방송인으로 전업하는 스포츠 스타 대부분이 현역 시절에도 이미 ‘스타’였다는 것이 그 증거다.


#다섯째, 스포츠 예능이 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다변화는 스포츠 스타의 연예인화(化)를 가속화시켰다. 스탠딩 개그와 콩트를 기반으로 한 기존 예능 시장에서는 스포츠 스타의 설 자리가 좁았다.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를 비롯해 관찰 예능이 방송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스포츠 예능이 늘면서 뚜렷한 캐릭터를 가진 스포츠 스타가 방송가로 대거 진입하게 됐다.

JTBC ‘뭉쳐야 찬다’가 대표 격이다. 축구를 소재로 한 이 프로그램에서는 해당 종목의 전문가인 안정환이 감독 역할을 하고 양준혁(야구), 여홍철(체조), 진종오(사격), 김병현(야구), 김요한(배구) 등 각 종목의 ‘레전드’라 불릴 만한 이들이 선수로 참여한다. 각자의 종목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축구로 종목이 바뀌자 실수를 연발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이 외에도 KBS 2TV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과 SBS ‘진짜 농구, 핸섬타이거즈’에는 각각 이만기와 서장훈이 참여했다.

여전히 배구계의 여제라 불리는 김연경은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사생활을 여과없이 노출하며 인기를 얻었다. 8월 초에는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들에 도전하며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를 즐기는 모습을 담은 케이블채널 E채널 ‘노는 언니’가 방송된다. 여기에는 박세리를 비롯해 배구 자매 이재영과 이다영, 남현희(펜싱), 곽민정(피겨스케이트) 등이 참여한다.

유명 방송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매니지먼트 이사는 "방송인이 되길 원하는 스포츠스타가 늘고 있고, 그들을 찾는 제작진도 많아졌다"며 "예능 프로그램의 다양화에 따라 향후 인지도 높은 스포츠 스타를 활용한 프로그램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준호(칼럼니스트) 


CREDIT 글 |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