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공화국, 10년의 흥망성쇠

2020.07.17 페이스북 트위터




대한민국은 ‘오디션 공화국’이라 불린다. 지난 2009년 7월 Mnet ‘슈퍼스타 K’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오디션 시장의 서막이 올랐다. 가수뿐만 아니라 배우, 아나운서, 심지어 기자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론칭됐다.


그 후 10년,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일단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한풀 꺾였다. 우후죽순 격으로 튀어 나오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흐름이 ‘트로트’ 하나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여전히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조사에서 ‘연예인’이 높은 순위에 오를 정도로 스타가 되겠다는 대중의 열망은 여전히 크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존재해야 할 불씨는 남아있다는 의미다. 과연 대한민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어디까지 진화해왔는지, 현 주소를 짚어본다.

 

#"60초 후에 공개합니다"…오디션의 시작


‘슈퍼스타K’ 가 시작할 때만 해도 기대치가 높진 않았다. 아직 대중에게 낯선 장르였던 탓이다. 하지만 서인국, 조문근이라는 스타를 배출한 시즌1의 열기는 시즌2에 가서 폭발했다. 해외파 존박과 국내파 허각의 대립각은 마치 ‘금수저 vs 흙수저’의 양상처럼 비치며 최고 시청률 18.1%를 견인했다. 시청자들은 한 장면도 놓치지 않기 위해 중간 광고를 기꺼이 지켜봤다. MC인 김성주의 멘트인 "60초 후에 공개합니다"는 유행어가 됐다. 동시에 "케이블채널도 볼 만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장은 케이블채널의 성장과 같은 궤를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슈퍼스타K’는 승승장구했다. 버스커버스커, 울랄라세션, 로이킴, 곽진언 등 잇따라 스타를 배출했다. 외모나 출신, 배경과 관계 없이 누구나 실력만 있으면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너도 나도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실시간 문자 투표에는 수백 만 명이 참여했다. ‘오디션 공화국’의 문이 열린 셈이다.


오디션 열풍의 시작인 '슈퍼스타ㅏ' 첫 시즌 리허설 장면. 사진=스타뉴스DB


 

#쏠림 현상, 비(非) 연예인 오디션의 몰락



‘슈퍼스타K’를 통해 케이블채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자, 지상파가 바빠졌다. KBS 2TV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과 ‘TOP밴드’ ·MBC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 SBS ‘K팝 스타’ 등 유사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했다. 기타 케이블채널에서도 저마다 비슷한 질감을 가진 비(非)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놨다. 그 결과는 어찌 됐을까? 지나친 쏠림 현상으로 인한 하향평준화였다.


‘슈퍼스타K’ 시즌 6, 7의 우승자인 케빈오와 김영근의 활동은 앞선 시즌 우승자들과 비교해 확연히 적다. ‘K팝스타’ 시즌 5, 6의 우승자인 이수정과 보이프렌드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수년 간 지속된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친 대중의 관심도가 뚝 떨어진 탓이다. 또한 시즌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재능 있는 자원이 바닥나 새로운 얼굴을 찾기도 어려워졌다. 항상 그렇듯 가장 큰 적은 ‘대중의 변덕’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5년 정도 황금기를 누렸다. 이는 그동안 방송 트렌드를 따져봤을 때 인기의 정점이 지났다는 의미"라며 "이후에는 관성에 젖어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대중의 관심도는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로듀스 101' 시즌2로 구성돼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 사진=스타뉴스DB


#연예인의 등장, 업그레이드 된 오디션


이 무렵, 오디션 프로그램은 변신을 시도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에 가까운 비 연예인이 아니라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슈퍼스타K’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포문을 연 Mnet은 이번에도 빨랐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통해 아이돌 가수의 데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대중에게 ‘국민 심사위원’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며 "여러분의 소년(소녀)에게 투표하세요"라고 외쳤다. 예상은 적중했다. 기성 아이돌 그룹에 싫증을 느낀 대중은 ‘직접 아이돌을 만든다’는 캐치프라이즈에 유혹당했다. 그렇게 3번의 시즌을 거쳐 배출된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은 엄청난 인기와 부를 누렸다.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과 ‘언프리티 랩스타’ 역시 아마추어보다는 프로의 대결에 가까웠다. 대중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언더그라운드에서 착실하게 실력을 다진 래퍼들의 현란한 무대는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며 힙합 신드롬을 가져왔다.


이렇듯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 요인은 ‘완성도’에서 찾을 수 있다. 이미 수년 간 연습생 시절을 거쳤거나 데뷔 후 활동을 한 연예인들의 무대는 비 연예인들의 무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했다. 다듬어진 외적 매력 또한 더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대중의 상승한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였던 셈이다.


'내일은 미스터 트롯'으로 대세에 오른 TOP7이 출연 중인 '사랑의 콜센타' 공연 무대. 사진제공=TV CHOSUN


#대세가 된 트로트, 오디션의 변주


2020년 현재, ‘프로듀스 101’도 ‘쇼미더머니’과 ‘언프리티 랩스타’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디션 명가’라 불렸던 Mnet이 ‘프로듀스 101’ 투표수 조작 논란에 휩싸이며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뚝 떨어진 탓이다. Mnet이 몇몇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 내놔도 기대보다는 비판 여론이 더 거센 이유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다. 하지만 기회는 위기에 찾아오는 법. 그 빈자리를 송곳처럼 파고 든 소재가 바로 트로트다. 중장년층의 전유물인 트로트가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시점에 등장한 TV조선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은 대한민국 방송가의 판도를 바꿔버렸다. 그리고 또 다시 지상파 채널은 모방하며 뒤따라오기 바쁜 모양새다.


트로트는 소재의 바다였다. 캐면 캘수록 주옥같은 노래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따라 나왔다. 게다가 출연진의 실력이 출중했다. 기교가 중시되는 트로트 시장에서 가창력 없는 가수는 설 자리가 없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대단한 실력자들이 심금을 울리는 가사로 무장한 명곡들을 부르니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며 "무엇보다 트로트는 그 동안 대중문화 시장에서 소외돼 있던 중장년층을 깨우는 동시에 신세대들을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끌어들였기에 대세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10년 전 ‘슈퍼스타K’가 시청률 18.1%를 기록하며 케이블채널과 지상파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면, 2020년 ‘미스터트롯’은 35.7%라는 가공할 만한 시청률을 일구며 지상파의 아성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두 번의 오디션 열풍은 이처럼 방송가의 판도를 바꾸는 변곡점이 됐다는 측면에서 아주 의미심장하다.


윤준호 칼럼니스트



CREDIT 글 |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