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세'를 아시나요? 오정세 사용설명서

배우 오정세에 반해버린 몇 가지 이유

2020.07.13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tvN


아저씨 배우를 보기 위해 본방사수를 노력한 일이 얼마만인지. 옆집 앞집 여자들이 다 좋아한다는 요즘 귀요미도 아니고, 아직 품절 안 된 섹시가이도 아닌데 '오정세' 한번 보겠다고 TV 리모컨을 잡고 산다. 고백하건대, 요즘 이 '요정'에게 푹 빠져버렸다.

 

배우 오정세. 팬들 사이 '요정세'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사전적 의미로 '요정'이란 본래 '주로 서양 전설이나 동화에 많이 나오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불가사의한 마력을 지닌 초자연적인 존재'다. 어릴 적 동화나 만화에서 익히 봤던 요정은 귀엽거나 앙증맞거나 아름다운 형상으로 신비한 재주를 부리곤 했다. 만일 요정과 친구가 된다면, 요정이 내 곁에 있다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할까하는 판타지, 한번쯤 꿈꾸지 않았던 사람 있을까?

 

그런데 '의외로' 나의 요정은 2020년, 나보다 고작 몇 살 많은 남자 배우 오정세였다는 사실. 그는 매일 TV와 스크린에서 연기하며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한 사람이다. 그이에게 홀렸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연기에 매료됐고, 그가 매체를 통해 보여주는 묵묵하고 부단한 삶의 방식에 마음을 뺏겼다. 그러고 보면 요정이 뭐 거창한 걸까. 연기라는 비기 하나로 이토록 숱한 사람들을 웃고 울게 만드는 신묘한 힘의 소유자. 아무리 40대 중후한 아저씨래도 요정은 요정이다.

 

오정세는 최근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극본 조용, 연출 박신우)에서 자폐 스펙트럼(ASD) 환자 문상태 역을 열연하고 있다. 극중 정신병원 보호사 문강태(김수현)의 나이 터울 많은 형이자, 동화작가 고문영(서예지)의 '찐'팬. 발달장애 3급의 고기능 자폐 환자로, 나이보다 더디고 유아적인 성향도 나타나지만 놀라운 암기력과 천부적인 그림 실력을 가졌다.

 

문상태를 연기하는 오정세를 보면서 그가 얼마나 연기에 대해 진심인지가 읽힌다. 지난해 그에게 연기대상 조연상을 안기기도 했던 KBS 2TV 미니시리즈 '동백꽃 필 무렵'에서 그는 변호사 아내에게 기눌린 동네 안경사 노규태로 열연했다. 군수 완장을 차고 싶은 욕망과는 멀게도 지질하고 모자란 구석이 많았고, 동백(공효진) 향미(손담비)와 얽히며 불륜 냄새도 풍겼지만 결국 조강지처 아내 홍자영(염혜란)을 벗어날 수 없던 남자. 오정세가 표현한 다소 코믹하면서도 인간적인 노규태는, 캐릭터 그 자체로 사랑받았을 뿐 아니라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는데 상당한 몫을 해냈다. 그 결과 그를 응원하는 안방의 팬들이 훌쩍 늘어났고, 업계에서 배우 오정세를 바라보는 시선도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


사진제공=tvN


 

클래스가 달라졌으니, 좀 쉬엄쉬엄 골라가며 연기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정세는 '동백꽃 필 무렵' 후 SBS 드라마'스토브리그'에 등장했고 또 다시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선택했다. 이번엔 자폐 스펙트럼 환자 역할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다. 최근 선보인 JTBC 월화드라마 '모범형사'에서는 또 전혀 다른 악역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그간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소위 '빌런' 캐릭터를 선보여 왔던 그는 이번 '모범형사'를 통해 이제껏 본 적 없는 색다른 '나쁜 놈'을 보여준단 각오. '사이코지만 괜찮아'와 동시기에 전파를 타는 만큼 시청자들은 평일과 주말 밤, 확연히 다른 오정세의 활약상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아직 '모범형사' 등장 전이지만, 공개된 티저만으로도 '사이코지만 괜찮아' 문상태를 상상할 수 없는 '절대 악당' 카리스마가 벌써부터 화제다.

 

이처럼 오정세는 오늘도 한결 같이 달리고 있다. 지난해 초 1600만여 관객을 동원한 대박 코미디 '극한직업' 속 테드창으로 짧지만 강렬한 임팩트를 심었고, TV로 넘어와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와 '동백꽃 필 무렵'까지 줄 성공하며 이젠 스크린에서나 안방에서나 대중적 인지도 확실한 배우로 평가받지만, 그의 변주는 멈출 줄 모른다. 데뷔 때부터 따져보면 거의 매해 몇 작품씩 소화하는 다작형 배우이나, 그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점은 머물지 않고 확장한다는 사실. 다양한 역할을 선택하고, 매번 다른 옷을 갈아입으면서 보는 이들을 지루하지 않도록 만드는 센스, 또 매번 새로운 능력치를 증명해내는 내공이 오정세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더불어 이 '요정세'에 폭 빠지게 된 이유 하나 추가. '한 남자' 오정세의 순애보 스토리 때문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는 앞서 여러 언론과 매체 인터뷰를 통해, 초등학교 6학년 때 짝꿍으로 처음 만난 아내와 19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고 털어놔 놀라움을 안겼다. 살면서 다른 여자는 생각해 본 일이 없고,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아내와 사랑할 것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남자. 연예계 대표 애처가 최수종과 션도 울고 갈 지고지순 사랑꾼 아닌가!

 

1997년 단역으로 연기를 시작해 벌써 20년 넘게 배우로 살고 있지만, 그가 세상의 빛을 본 건 사실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오정세는 지난한 조단역의 시간들을 버티고 만난 2012년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에서 배우 이시영과 주연, 대기만성 끝에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킬 수 있었다. 알고 보면 그 긴 세월을 영화 드라마, 또 주 조연 가리지 않고 소처럼 일한 끝에 오늘날 ‘요정세’가 탄생한 것. 초등학교 시절 첫사랑과 지금까지도 행복하다는 인간 오정세의 뚝심까지, 그야말로 속속들이 매력부자다.


윤가이(칼럼니스트) 


 

 



CREDIT 글 | 윤가이(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