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입니다’, 공감과 재미 다 잡은 이종교배 힐링극

독한 반전의 릴레이 속 참다운 가족 관계 성찰

2020.07.07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tvN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 극본 김은정, 연출 권영일)는 이종교배 느낌이 강한 드라마다.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성찰 드라마 계열이다.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이 타인보다 서로를 잘 모를 수 있는 아이러니를 통해 참다운 가족 관계를 고민해 보는 작품이다.



반면 드라마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스릴러에서나 볼 수 있는 독한 반전의 연속이다. 초반에는 한 회에 여러 반전이 등장한 경우도 꽤 있었고 중반 넘어 떡밥이 회수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10회 숨겨둔 자식의 정체라는 새 반전이 튀어나오는 등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흐름이다. 성찰 드라마나 일반적인 가족극에서는 흔하지 않은 전개다.


‘가족입니다’는 트럭운전사 아버지 김상식(정진영), 전업주부 어머니 이진숙(원미경), 냉정한 변리사 큰 딸 은주(추자현), 겉으로만 초긍정 출판사 직원 둘째 딸 은희(한예리), 성격 원만한 프로덕션 직원인 막내 아들 지우(신재하)가 가족 구성원 내부와 외부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극복을 다루고 있다.



노희경 작가 드라마나 ‘나의 아저씨’ ‘눈이 부시게’ ‘미생’ 등 앞선 성찰 드라마들이 그러했듯 드라마의 주제가 명대사를 통해 집약해 전달되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를 열심히 되새김하고 개인 SNS나 블로그 등을 통해 타인과 공유하기를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가족인데 정말 아는 것이 너무도 없습니다’ ‘기억이란 게 정말 이기적이야’ ‘모를 거야. 모를 수 있어. 가족이 더 몰라. 알고도 모른 척 할 수 있어’라는 대사처럼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 내에서 실제는 서로를 잘 모르고, 이기적이 돼 기억을 나에게 유리하게 선택하거나 다른 가족 구성원의 문제를 외면하는 일이 흔히 벌어진다.


사진제공=tvN


그러다 보니 부부는 ‘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우린 이미 둘 다 저세상 사람이요’라며 심각한 상처를 주고받는다. ‘가족의 문제가 뭔지 알아? 할 말을 안 하는 거야. 먼지처럼 그냥 털어내 버릴 수 있는 일을 세월에 묵혀서 찐득찐득하게 굳게 해,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빵하고 터지는 거지’처럼 대화가 줄고 갈등을 악화시키는 일도 빈번하다.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근데 그럴 땐(말하려고 하지 않을 땐) 더 묻지 말고 기다려주는 것도 예의‘이거나 ’내가 위로 따위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좀 가만히 곁에서 있어 주지도 못하냐’ 정도이지만 어떤 가족에게는 어렵기 그지없는 일이고 화목함은 갈수록 멀어진다.


그런데 ‘가족입니다’를 보다 보면 생각에 잠기고 힐링에 푹 빠져 있기에는 애매한 지점이 있다. 드라마는 강력한 반전으로 성찰 드라마나 가족극의 기존 톤앤매너를 벗어난다. 아이 갖기를 거부하는 은주의 남편은 알고 보니 동성애자이고 최근 마음이 통하는 카페 알바생은 애인을 빼앗아간 은주 남편 정체를 확인하러 온 역시 동성애자다.


아버지 상식이 편애한 은주는 진숙이 결혼 전 임신한 다른 남자의 아이이고 상식이 십수 년 챙긴 혼외자인 줄 알았던 영식(조완기 분)은 교통사고 피해자였다. 동네 과일가게 사장(서상원 분)과 바람을 피우는 듯이 보인 진숙은 사장 부인 병환을 돌보는 사회복지사 일을 하고 있었다.


은희가 처음 본 날 하룻밤을 보낸 부사장(신동욱)의 마음은 바람인 줄 알았더니 사실 오랫동안 다른 사람 계정으로 메일을 주고 받으며 교감을 쌓아온 참사랑이었다. 반전은 드라마 내 온갖 등장인물 사이에서 ‘비밀의 숲’이나 ‘부부의 세계’같은 스릴러물을 연상시킬 만큼 빈번하게 일어난다.


사진제공=tvN


지난해 최고의 드라마였던 ‘동백꽃 필 무렵’이 로맨틱 코미디와 스릴러를 결합한 것처럼 최근 드라마들은 서로 다른 장르적 요소들이나 스토리 라인을 많게는 3, 4개까지 뒤섞어 즐길거리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대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질적인 요소들의 교배가 매끄럽지 못하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외면당하기 더 쉬워지는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


‘가족입니다’같은 성찰 드라마에 독한 반전이 잔뜩 뿌려지면 리얼리티를 낮추고 설득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반면 사색적이고 힐링 성향 강한 드라마는 시청률에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입니다’는 시청률이 5회까지 3%대에서 이후 4%대로 진입한 뒤 이를 유지 중이다. 좀 아쉽기는 하지만 나쁘다고는 할 수 없는 시청률이다.


최종회에 어떻게 끝날지에 따라 ‘가족입니다’는 적당한 시청률과 작품성을 함께 확보한 드라마로 남을 수도 있다. 결국 좋은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만들 방법에 대한 고민이, 힐링하지만 때로는 반전으로 자극이 강한, 색다른 드라마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11회부터는 오랜 친구인 은희와 찬혁(김지석)의 러브라인 비중이 가족들 이야기 이상으로 커졌다. ‘가족입니다’ 방송 시작 후 가장 큰 변화다. 드라마가 이제부터는 러브 라인의 달콤한 밀당 동력에 의지해 전개될지, 아니면 반전 본색이 끝까지 유지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최영균(칼럼니스트)



CREDIT 글 | 최영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