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백종원 사용법, ‘백파더’

총체국 난국 속 시청률 낙제점

2020.07.02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방송캡처



지난 몇 년간 ‘백종원’은 예능의 새로운 장르였다. 물론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먹방’(먹는 방송)의 지류 정도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자. 백종원은 음식을 ‘먹기’보다는 ‘만들기’에 초점을 맞췄다. 당연히 요리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열광했다.


한동안 방송가를 휩쓸던 먹방은 지난 1년간 급격히 쇠락했다. 하지만 백종원표(標) 예능 만은 건재하다. 결국 현재를 진단한다면, 먹방의 인기는 시들하지만, 백종원의 먹방 만은 위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인으로서 백종원을 발굴한 MBC가 다시금 그와 손잡고 선보인 ‘백파더:요리를 멈추지 마!’는 충분히 대중에게 어필할 만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반응은 사뭇 달랐다. 그가 출연한 지상파 먹방 중 최저 수준이라 할 수 있는 1부 기준, 1%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2부 역시 3%에 머물고 있다. 변덕 심한 방송가에서는 벌써 ‘백종원 효과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왜 ‘백파더’는 ‘백주부’와 같은 호응을 얻지 못했을까?

 

#먹방의 단계를 역행한 ‘백파더’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백파더’는 주소를 잘못 짚은 콘텐츠일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백종원이 방송에서 보여주던 장점과 그를 추종하던 이들을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백종원은 ‘셰프’보다는 ‘요리 연구가’이자 ‘요리 사업가’로 더 익숙하다. 스스로도 셰프라 칭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그동안 보여준 요리는 정통적이라기 보다는 실용적이었다. ‘집에서 쉽게 불맛 내는 법’, ‘만능 간장 하나면 다 된다’ 등 누구나 관심을 가질 법하지만 정작 소화하기 힘든 요리를, 그의 레시피대로 아주 쉽게 알려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그는 설탕 쓰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동안 방송에서 보여준 ‘집밥’이 건강과 정성에 초점을 맞춰 포장하는데 여념이 없던 반면, 백종원은 맛과 속도에 더 비중을 두며 적나라하게 조리법을 공개했다.


이제 ‘백파더’를 보자. 2회까지 방송된 ‘백파더’의 소재는 계란 프라이와 두부였다. 요리의 기본에 가깝다. 백종원은 이를 아주 쉽게 가르쳐준다. 하지만 과거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비롯해 ‘집밥 백선생’ 등의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백종원의 모토는 ‘쉬운 요리를 쉽게’보다는 ‘까다로운 요리를 쉽게’였다. ‘백파더’는 너무 기초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백종원만의 비법을 딱히 찾기 어렵고, 보여줄 수 있는 화면도 제한된다.


다음은 시청층을 살펴보자. 백종원을 찾는 이들 중에는 어느 정도 요리에 관심이 있거나, 요리 실력에 관계없이 자주 요리를 해야 하는 이들(예를 들자면 가정주부)이 많다. 하지만 ‘백파더’는 ‘요린이’(요리+어린이)를 대상으로 한다. 평소 요리를 해본 적이 없거나 평균 이하의 요리 실력을 가진 이들에게 ‘기본’을 알려주는 식이다.


이는 그동안 백종원의 먹방을 지켜보며 나름의 요리 실력과 감각을 키워온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지루하고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방송으로나마 몇 년간 백종원을 좇으며 그의 레시피대로 제육볶음과 닭볶음탕을 뚝딱 만들고 그 맛에 스스로 감탄하던 이들이 갑자기 계란 프라이 레시피를 보며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대단한 발견을 할 리 만무하다. 조금 더 과한 비유를 하자면, 백종원이라는 사범에게 배워 태권도 초단이 된 이들이, 갑자기 흰띠를 매고 태극 1장을 연습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평소 요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백종원의 먹방을 통해 새롭게 쉬운 레시피를 배우려는 욕구가 클까, 아니면 요리에 별다른 관심 없는 이들이 마찬가지로 요리 실력이 부족한 요린이들의 이야기를 보고자 하는 욕구가 클까"라고 되물으며 "제 아무리 백종원이 나온다고 해도 요리 초보들의 이야기는 먹방의 인기가 지난 몇 년 간 이어진 시점에 먹힐 컨셉트라 보기는 어렵다. 이미 백종원이 많은 이들을 요리 중수로 만들어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MBC


#생방송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나?



‘백파더’는 90분간 생방송된다.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수시로 자막을 통해 ‘생방송은 오직 본방송 때만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생방송의 묘미를 느껴보라"는 권고와 같다. 하지만 현재까지 ‘백파더’를 봤을 때는 생방송으로 인한 ‘득’보다는 ‘독’이 더 크다.


일단 방송사고가 잦다. 생방송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이벤트라고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음향사고가 수시로 터진다. 1회의 미비점에 대해 2회 시작 때부터 시청자들께 양해를 구했지만, 이 직후 처음으로 연결한 참가자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리지 않았다. 가정용 카메라를 활용한 영상의 화질 또한 4K 시대를 역행하는 수준이었다.


‘백파더’는 요리 초보자 49명과 실시간으로 연결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을 간과했다. 이들은 요리 초보자일 뿐만 아니라, 방송 초보자다. 방송의 문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백종원, 양세형의 질문에 즉답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방송에서 금기시 되는 오디오가 비는, 은어로 ‘마가 뜨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니 별다른 의미도, 재미도 없는 대화가 오간다. 만약 일반인 출연자가 라이브 카메라 앞에서 생각지도 못한 돌발 행동을 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방송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전체 상황을 조율하는 백종원, 양세형의 미숙함이다. 백종원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하나, 전문 방송인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요리 외적으로 양세형이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멘트를 던지거나 제스처를 취할 때 즉답이 나오지 않는다. 1회부터 이미 생방송 울렁증을 보이기 시작한 양세형 역시 2회에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백파더’는 역설적으로 ‘편집의 힘’을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2회 방송에서 백종원은 두부를 태웠다. 백종원답지 않은 모습이다. ‘백종원도 실수를 한다’는 식의 웃음포인트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돌려 생각하면, 백종원이 요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는 않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현재 ‘백파더’의 설정 및 컨셉트는 위태롭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인 백종원이 요리에서 흔들리면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결국 보다 생방송에 능숙한 출연자를 추가로 배치해 양세형과 함께 방송 흐름을 잡는 역할을 맡기고, 백종원은 오롯이 요리 및 참가자들과의 소통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백파더’의 생방송 진행은 재차 고려할 필요가 있다. 생방송의 묘미는 불특정 다수 시청자와 출연진의 교감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딱 그랬다. 하지만 ‘백파더’는 미리 섭외된 참가자 외 일반 대중이 접근할 방법이 없다. 제한된 쌍방향 소통이다. 그렇다면 굳이 생방송 체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을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 2부 방송에서 두부를 썰기까지 90분 방송 중 절반을 소모했다. 만약 생방송이 아니고, 제작진의 편집이 가미됐다면 단 5분 만에 끝났을 이야기를 45분 간 펼치니 "지루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채널은 돌아간다. 45분이면 백종원의 타 먹방이나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요리 3개를 너끈히 만들 시간이다. 요즘 대중은 5∼10분 분량의 숏 폼(short form)을 선호한다. 그런데 ‘백파더’는 굳이 늘어지는 롱 폼을 고집하고 있다. 이러니, 제 아무리 백종원이라도 구제할 방법이 없다.


윤준호(칼럼니스트)



CREDIT 글 |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