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지, 웃픈 '미녀 사이코'를 바라보는 두 시선

성희롱과 성추행에 관련된 비판의 목소리 높아

2020.07.01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서예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갈리고 있다. 

그동안 안방극장에 등장한 사이코가 적잖았고, 특히 최근에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도 많았다. 그렇기에 한류스타 김수현을 앞세워 화려하게 포문을 연 tvN 토일극 ‘사이코지만 괜찮아’(극본 조용, 연출 박신우)는 제목에서 언급한 사이코를 통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펼쳐줄까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미 제목만으로도 사이코와 일반인, 비정상과 정상을 구분 짓는 관계를 탈피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만큼 얼마나 신선할지도 의문이었다. 여전히 편견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분법적인 사고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별해 논하는 게 잘못됐다는 사회적 인식이 생기면서 큰 틀에서 이러한 가치를 녹인 작품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이코니까 괜찮아’에 자폐 스펙트럼의 문상태(오정세)가 등장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일 것이다.

이 드라마는 스스로 소개하기를 버거운 삶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 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와 태생적 결함으로 사랑을 모르는 동화 작가 고문영(서예지)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가는 한 편의 판타지 동화 같은, 사랑에 관한 조금 이상한 로맨틱 코미디라고 한다. 정확히 누가 사이코라고 콕 집어 말해주지는 않지만, 일단 첫방송부터 지난 4회 동안 펼쳐진 이야기로 여주인공 서예지가 타이틀롤 사이코로 확인된다.

고문영은 섬뜩하지만 촌철살인의 교훈을 주는 잔혹동화를 써서 대중의 인기가 높은데, 일상에서도 안하무인의 행동과 독설이 보는 이로 하여금 그를 사이코로 점찍게 만든다. 타인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없어서 소시오패스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반사회적인 인격 성향으로 물의를 일으키기가 다반사다. 여기에 빼어난 외모와 그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옷과 모자, 구두 등 화려한 착장은 그를 결코 평범하게 볼 수 없게 한다.

사진제공=tvN


그런데 차츰 드러나는 고문영의 비밀스러운 가족사가 그가 태생적으로 잔혹성을 띠게 된 이유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관련된 과거 회상신이나 악몽을 꾸고 가위에 눌리다가 눈물 흘리는 장면 등은 그의 어린 시절 상처를 짐작하게 한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가족의 비밀과 상처를 안고 사는 인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언행과 더불어 가까이 다가가기 어렵게 하는 요란스러운 의상은 상처받은 자신을 철저히 숨길 수 있는 최고의 갑옷이자 무기라고 가늠할 수 있다. 

그의 타고난 미모와 마성의 필력, 그에 따른 명성과 인기는 사람들에게 그의 반사회적인 애티튜드를 용인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 현실에도 재력이나 권력 혹은 뛰어난 커리어를 방패 삼아 거침없는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의 주변인들 등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러려니 받아주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어느 정도의 갑질과 돈질, 자랑질은 요즘 어디 고문영뿐이랴. 단지 동화작가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 섬뜩함과 이를 배가하는 서예지의 중저음 목소리가 고문영을 좀더 특별한 문제적 인물로 만들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잘못된 행동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결국에 고문영의 일거수일투족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드라마 안 이야기 속에서도 그렇고, 드라마 밖 현실에서도 말이다. 무엇보다 드라마 밖에선 심각한 토론이 벌어지기에 이르렀다. 강태를 향해 던지는 대사와 행동들이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방송 직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이 쇄도할 정도로 성희롱 및 성추행과 관련된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성적인 표현이 노골적이었던 건 문영의 캐릭터상 더 강조됐던 것으로 보이지만, 요즘처럼 성 감수성이 예민한 시점에 드라마가 지나쳤다는 의견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대해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자는 시선도 있다. 문영의 행동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문영의 캐릭터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인물이라는 걸 알고 보는 만큼 극중 에피소드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한 네티즌은 일상에서 성희롱을 범하는 사람들이 반사회적인 인격 성향이 있다는 걸 고문영을 통해 깨달았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극중에서는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하는 극악스러운 말들이지만, 시청자들에게 속 시원한 사이다가 되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팬사인회에서 벌어진 에피소드가 준 통쾌함이 컸다. 상태에게 횡설수설 미친 소리를 한다고 비인격적으로 대한 부부에게 문영이 똑같이 앙갚음해준 것이다. 현실을 잔인하리만치 냉정하게 직시하는 문영의 시각과 말들이 소위 ‘쎈 언니 캐(릭터)’라고 감탄하는 시선도 있다. 냉정할지는 몰라도 틀린 말도 아니어서 반박불가가 된다는 이유다.

사진제공=tvN


비록 성희롱이라고 문제가 불거진 부분도 있지만, 문영의 입심으로는 차마 하지 못할 말이 없는 점도 재미를 주는 포인트다. 회를 거듭하고, 강태와의 친밀도가 높아질수록 문영의 대사에 코믹한 맛이 찰지게 붙고 있다. 괴팍한 사랑고백을 하는 등 문영의 구애는 그야말로 시청자들에게는 코미디다. 한밤에 산길 주행중 차를 막아선 고라니를 향해 고라니 울음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며 화를 낸 장면은 배우 서예지를 다시 보게 한 명장면이기도 했다.

이처럼 섬뜩함에 코믹함이 덧입혀지면서 고문영이라는 서예지의 요망한 캐릭터는 점차 외화에서나 찾아볼 수 있던 캐릭터들을 떠올리게 한다. ‘가위손’, ‘유령신부’, '스위니토드' 등 팀 버튼 감독의 영화들로 대표되는 판타지물들 속 마성의 인물들이다. 그 영화들에 여러 차례 등장한 에바 그린이나 헬레나 본햄 커터 등과 비교하게 되기도 한다.

그들에 비하면 서예지는 예쁨이 지나치게 강조된 면이 있기는 하다. 이는 한국 드라마 시장의 특성에 기인한 면으로 분석된다. 배우부터 일반 대중에 이르기까지 세월을 거스른 동안 미모를 가꾸는데 혈안인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외적인 매력으로 보기 좋은 드라마가 되어야 강점이 생기는 현실인 것이다. 게다가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를 주요골자로 하는 만큼 선남선녀를 주인공으로 해야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기도 좋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서예지의 화려한 외모가 너무 두드러지다 보니 서늘하고 음침한 여운을 더 주지 못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의견도 있다. 영혼의 상처를 입은 반사회적 인격 성향의 인물이라고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겉으로 보여주기식으로는 야단법석이면서 아픈 속내를 표현하는 건 좀 부족한 듯 느껴지는 것이다. 

문득 지난 4회에서 강태가 한 말이 묘하게 겹쳐지는 상황이다. 강태는 문영에게 “속은 텅 비었고 소리만 요란해 깡통처럼”이라고 했던 것. 사실은 강태가 문영을 다 알지 못하고 속단하고 말한 것일 텐데, 과연 서예지도 앞으로의 모습을 통해 고문영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심과 오해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성난 시청자들과 아쉬운 팬들 등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고문영이 될 수 있을지 서예지의 뒷심이 기대된다. 문영과 강태가 서로의 결핍을 서로 채워줄 예정이듯이 서예지의 부족한 부분은 김수현과의 호흡으로 메워질 수 있을지도 지켜볼 만하겠다.

조성경(칼럼니스트) 




CREDIT 글 | 조성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