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고 #살아있다! 미친 생명력의 좀비 명작 4

2020.06.30 페이스북 트위터

영화 '레지던트 이블'.



정말 죽지 않는다. 지난 2016년 영화 ‘부산행’ KTX에 올라타 경부선을 타고 넘으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좀비 떼가 다시 나타났다. 유아인-박신혜 주연의 영화 ‘#살아있다’가 개봉 첫 주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K-좀비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극징가가 좀비 바이러스로 다시 일어나는 모양새다. 

좀비들의 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모양이다. 올해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연상호 감독의 ‘반도’가 오는 7월 15일 개봉 예정이다. ‘반도’는 1000만 영화에 등극한 ‘부산행’의 후속작으로 강동원, 이정현이 등이 출연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뱀파이어처럼 예쁘고 잘 생긴 것도, 늑대인간처럼 신비롭고 섹시하지도 않은 썩어가는 시체에 불과한 좀비떼들. 하지만 물불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인해전술로 공포와 스릴을 선사하는 좀비들의 질주는 영화사에서 고유의 영역을 구축하고, 이젠 그 경계를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과연 좀비들은 어떠한 변신과 진화를 거쳐 우리의 마음 한 쪽을 차지하게 됐는지, 21세기 수놓은 좀비 영화의 명작들을 몰아봤다.

#‘레지던트 이블’

캡콤의 유명 게임 ‘바이오 하자드’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보통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망한다’는 편견이 있지만 ‘레지던트 이블’은 그 공식을 철저히 파괴했다. 원작의 설정은 가져왔지만 스토리를 새롭게 구축했다. 그럼에도 게임 속 의상이나 캐릭터 이름을 차용하거나, 영상을 실사로 재현하는 등 원작 팬들이 반길만한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메가폰을 폴 앤더슨에게 맡긴 것은 신의 한 수. 이미 폴 앤더슨 감독은 게임 원작 영화 ‘모탈 컴뱃’으로 데뷔해 제작비 1800만 달러로 수익 1억5000만 달러를 올린 이력이 있었다. 결국 ‘레지던트 이블’까지 흥행 반열에 올린 폴 앤더슨은 올해 개봉 예정인 게임 원작 영화 ‘몬스터 헌터’의 연출도 맡게 됐다. 

참고로 개봉 당시 우리나라에선 영화의 모태가 게임이라는 것을 모르는 관객도 많았다. 게임은 ‘바이오 하자드’로, 영화는 ‘레지던트 이블’로 제목을 썼기 때문이다. 영미권의 경우 게임과 영화 모두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제목을 사용했고, 일본에서는 영화가 이름을 바꿔 ‘바이오 하자드’로 개봉했다. 덧붙여 포스터의 다름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우리나라 영화 포스터엔 밀라 요보비치만 등장하지만, 북미 포스터엔 미셸 로드리게즈와 투샷이 담겼다. ‘분노의 질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선택이다. 실제로 이후 승승장구한 미셸 로드리게즈는 그 인기 덕분인지 사망 처리에도 불구하고 5편에서 클론으로 부활한다.

시리즈 중 1편이 가장 수작 평가를 받는다. 영화 초반은 스파이 잠입 액션처럼 진행된다. 30분을 넘어서야 좀비가 등장, 숨겨왔던 본연의 색채를 드러내고, 주인공 앨리스(밀라 요보비치) 역시 40분이 지나서야 호쾌한 액션과 함께 진면목을 드러낸다. 이외에도 좀비견이나 레이저 토막신 등 신선한 요소들로 잔뜩 무장했다. 좋은 반응과 함께 흥행에 성공, ‘레지던트 이블’이 삭막한 할리우드 시장에서 10년 넘게 사골을 우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다만 3편부터 호러 컬러를 빼고 액션 영화로 변신을 도모한 것이 아쉽다. 결국 1과 2에서 보여줬던 신선한 맛이 증발했고, 결국 평범한 좀비 액션 블록버스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위치가 돼버렸다.

하지만 하락하는 평점에 비해 수익은 점점 늘어갔다. ‘레지던트 이블’의 가장 큰 미덕은 역시 미친 수익률이다. 1편부터 6편까지 모두 평균 5000만 달러 수준에서 제작됐다. 우리나라로 치면 저예산 영화로 분류되는 셈. 하지만 1편의 경우 33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전 세계에서 1억300만 달러 수익을 올렸고, 2편 역시 4500만 달러를 투입해 1억2900만 달러를 벌어 들였다. 6편의 경우 4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3억1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왓챠플레이에서 5편을 제외한 모든 시리즈가 감상 가능하다. 5편의 경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영화 '28일 후'.


#‘28일 후’


‘트레인스 포팅’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대니 보일 감독이 2002년 연출한 호러 영화다. ‘다크나이트 트롤리지’ ‘인셉션’ ‘덩케르크’까지 출연하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페르소나로 자리잡은 킬리언 머피의 풋풋하면서도 상남자의 반전 매력까지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800만 달러라는 저예산으로 만들었지만 그 수익은 10배 이상을 벌어들여 모든 좀비 영화가 꿈꾸는 롤모델이 됐다.

‘28일 후’는 21세기 좀비 영화의 시발점으로 평가받는다. 요즘 우리에게 익숙한 빠르게 달리는 좀비의 무서움을 강력하게 인지시켰다. 일단 세심한 설정이 인상적이다. 좀비란 썩은 시체가 부활한 것이기에 ‘빠를 수 없다’는 전제가 있었는데, ‘28일 후’의 경우 바이러스로 인한 인간의 변형이라는 설정으로 인간 본연의 신체능력을 발휘, 빠른 달리기가 가능했다. 음악을 잘 쓰는 감독인 만큼 긴장과 질주를 조율하는 OST와 환상적인 조화로 관객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스피디한 좀비는 트렌드가 됐다. 이후 많은 작품들이 ‘좀비=저주 받은 시체’의 공식보다는 ‘좀비=감염된 인간’이라는 설정으로 호러 영화가 아닌 재난 영화 형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죽지 않은 인간’이라는 중요한 설정은 영화를 깔끔한 엔딩으로 인도한다. ‘28일 후’의 좀비들은 오랜 시간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굶어 죽고 만다. 많은 좀비 영화가 B급을 표방하며 차게 식는 엔딩으로 관객에게 실망을 안겼던 것과 다른 특별한 포인트다. 더불어 영화에 담긴 오리지널 엔딩 외에 감독판으로 세 가지 엔딩이 더 있으니 꼭 한번 찾아보자.

후속작으로 ‘28주 후’가 있다. 대니 보일이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고, 보다 두둑한 지갑을 바탕으로 ‘28일 후’보다 커진 스케일을 자랑한다. 전작과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사뭇 다른 색채로 또 다른 좀비물로 인정받았다. “형만한 아우 없다”는 전작과 속편의 영화계 징크스를 깬 작품으로도 평 받는다. 눈여겨 볼 배우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호크 아이’ 제레미 레너다. ‘28주 후’에서도 저격수를 맡으며 백발백중의 사격실력을 선보인다. 덧붙여 후속작 ‘28개월 후’의 제작 소식이 끊임없이 제기됐으나, 결국 무산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에서 ‘28일 후’와 ‘28주 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새벽의 저주'.


#‘새벽의 저주’

좀비 영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지 A. 로메로의 ‘시체’ 3부작 중 2편인 ‘시체들의 새벽’의 리메이크 영화. 영제의 경우 ‘Dawn of the Dead’로 같은 제목을 쓰고 있다. “좀비 영화는 시체 시리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엄청난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을 ‘300’ ‘맨 오브 스틸’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잭 스나이더가 호기롭게 건드렸다. 데뷔작이기에 가능했을 도전이지만 결과는 잭팟이었다. 2400만 달러의 제작비로 1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평단의 호평은 덤이었다.

‘28일 후’와 마찬가지로 빠른 좀비가 질주한다. 감염 후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면 좀비가 된다는 설정이다. 속도와 괴력을 갖췄고, 팔, 다리가 잘리거나 장기가 쏟아져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요즘 우리가 알고 있는 ‘좀비’와 딱 비슷하다. 느릿한 좀비가 출연했던 원작과 가장 차별되는 지점인데 본래 CF 감독 출신이었던 잭 스나이더의 스피디한 연출과 맞물려 액션물과 같은 스릴을 선사한다.

다만 주인공들이 고립돼 있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표현됐던 원작의 자본주의와 소비 중심 문화에 대한 비판 정신이 많이 퇴색됐다. 각종 사회 문제를 지적하며 평범한 좀비 영화를 넘어 명작 반열에 올랐던 원작이기에 아쉬운 대목이다. 대신 아포칼립스 장르가 대개 그러하듯 각 인물의 대립 요소들을 부각시켜 갈등을 조장한다. 연출이나 비주얼 등 여러모로 장르 영화의 특색을 더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속편 소식이 있다. 사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300’ 이후 바로 ‘Army of the dead’라는 제목의 속편 제작에 나섰지만 ‘왓치맨’ ‘맨 오브 스틸’ ‘저스티스 리그’ 등 DC의 노예로 살아가는 동안 제작이 엎어진 바 있다. 이후 감감무소식이었지만 지난해 넷플릭스가 이 작품에 산소호흡기를 달았다. 무려 제작비 9000만 달러를 지원하고, 넷플릭스 특유의 연출 자유권을 부여했다. 그간 DC 유니버스를 구축하며 외압에 시달려온 잭 스나이더는 쾌재를 불렀고 오는 겨울 오픈 예정이다.

‘새벽의 저주’는 왓챠플레이에서 감상 가능하다.

영화 '월드워Z'.


#‘월드워Z’

맥스 브룩스의 소설 ‘세계대전Z’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브래드 피트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영화화를 위해 각축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브래드 피트가 승리하며 제작과 주연을 담당했다. 하지만 제작 단계에서 각본가가 교체되며 원작과 영화는 설정이나 세계관 등만 비슷할 뿐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특히 좀비에 대한 설정이 다른데, 소리에 반응하기에 인해전술을 펼친다거나, 건강하지 않은 인간을 그냥 지나친다는 건 영화의 오리지널 요소로 스토리 전개나 비주얼에 중요 포인트로 작용한다.

많은 좀비물이 B급 영화나 장르 영화로 제한되면서 잭팟을 노리는 저예산 영화로 제작된 것에 비해 ‘월드워Z’는 할리우드 메이저 자본을 본격적으로 투입해 제대로 된 블록버스터를 선보인다. 아메리카, 아시아, 중동, 유럽으로 전개되며 펼쳐지는 좀비 떼의 향연은 왜 이 영화의 제목이 ‘월드워’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간 도시나 건물에 고립돼 타 지역 소식을 뉴스나 라디오로만 접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돈의 힘이 얼마나 달콤한지 느낄 수 있다. 특히 예루살렘 요새를 무너뜨리는 좀비탑의 위용은 ‘월드워Z’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허나 마니악한 좀비팬에겐 다소 외면받는 작품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는 건 흥행을 신경 쓸 수밖에 없기에 대중성을 노려 여러 타협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좀비라는 불가항력 존재 앞에 개인주의의 다양한 군상을 보여줬던 기존 작품들에 비해 브래드 피트가 연기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인류를 생각하는 영웅이자 다정한 가장이다. 또한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을 위해 좀비 영화의 토대라 할 수 있는 고어신이 사라졌다. 반면 새로운 팬층을 흡수할 수 있었다는 건 ‘월드워Z’가 가진 장점이겠다. 이는 흥행으로도 이어져 1억9000만 제작비 대비 총 5억4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역대 좀비 영화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스토리상 대한민국이 중요 지역으로 등장하지만, 영화 속 그려지는 한국인이나 배경 등이 현실과 많이 다르다는 게 아쉽다. 허나 “북한은 모든 인민의 치아를 뽑아 감염을 막았다”는 대사는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이야기지만 영화에서 가장 강한 임팩트를 남긴 설정이기도 하다. 덕분일까? 북미를 제외한 나라 중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흥행 수치를 기록했다. 내한까지 했던 브래드 피트의 인기로 치부하기엔 역대 국내 개봉한 그의 작품 중 가장 많은 관객수인 523만 명을 동원했다.

‘월드워Z’는 왓챠플레이에서 감상 가능하다. 

권구현(칼럼니스트) 


CREDIT 글 | 권구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