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인버스킹, 방방콘이 뭔지 아시나요?

코로나 19 시대 공연 문화 슬픈 자화상

2020.06.19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JTBC



한소끔 끓어올랐던 한낮의 열기가 가라앉고 창문 밖에서 산뜻한 바람이 불어 들어오는 밤이었다. 우연히 채널을 멈추게 된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에선 가수 이소라가 야외 공연을 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낯설었는데, 비단 이소라의 무대를 TV에서 자주 볼 수 없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최근 몇 개월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열기를 느끼고 한 호흡으로 교감하는 공연들이 전무했던 탓은 아닐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를 뚫고 음악을 매개로 감정을 주고받는 아티스트와 관객들의 어울림을 보니 깊은 마음 속 무언가 꿈틀대며 반응했다. 어느새 멜로디에 젖고 목소리에 녹고, 관객 중 하나가 되어 버스킹에 흠뻑 빠져들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창궐한 가운데 공연계는 겨울처럼 얼어붙었다. 공연들은 줄줄이 취소됐고, 사람들은 마음 속 빈자리를 다채로운 감성 대신 무채색의 걱정으로 채워야 했다. 팍팍한 현실이 숨통을 조여오는 만큼 말랑한 감성에 대한 갈증이 절실해지자, 예술 공연은 침묵을 깨고 여러 형태로 다시 생동하기 시작했다. 

'해외 버스킹' 컨셉트로 기획된 음악 프로그램 '비긴어게인'은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 이르자 국내로 방향을 틀었다. 공연이 부재한 상황에서 시민들을 찾아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는 취지로 의미와 가치가 더 풍성해졌다. 버스킹 특유의 감성은 잃지 않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해 코로나19 시국에 민첩하게 발맞춘 공연을 꾸렸다. 

사진출처=방송캡처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동차 극장에서 착안한 '드라이브 인 버스킹'이었다. 무대를 중심으로 배치된 자동차에 관객들이 탑승해 버스킹을 즐기는 방식인데, 분명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조금 불편하고 제약이 따랐지만 나름대로 색다르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노래가 끝난 뒤 관객들이 자동차 불빛과 경적으로 반응하며 소통하는 모습은 어쩐지 짜릿한 기분마저 자아냈다. 

또 다른 음악 프로그램 SBS '트롯신이 떴다'는 언택트(비대면) 무대로 돌파구를 찾았다. 트로트에 해외 버스킹을 접목했던 이 프로그램은 360도 초대형 스크린이 구현된 국내 스튜디오에서 각국의 관객들과 함께했다. 전 세계의 트로트 팬들은 장소의 제약 없이 방송의 한 구성원이 되어 라이브 무대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대중음악계 언택트 콘서트의 청사진은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한 그룹 방탄소년단이 제시했다. 지난 14일 진행된 방탄소년단 언택트 콘서트 '방방콘 The Live'(이하 '방방콘')는 전 세계의 '아미'(방탄소년단 팬덤)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획-기술력의 시너지로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방콘'은 한국과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총 107개 지역의 팬들이 관람했고, 최고 동시 접속자수는 75만여 명에 이르렀다. 5만석 스타디움 공연 15회에 달하는 규모이니 파급력은 실로 대단하다. 이번 공연 수익 역시 2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해진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의 방으로 초대한다는 컨셉트의 '방방콘'은 총 5개의 방과 2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돼 보는 즐거움을 배가했다. 부족한 현장감은 클로즈업부터 풀샷까지 원하는 앵글의 화면을 실시간으로 선택할 수 있는 6개의 멀티뷰 스트리밍 서비스로 채웠다. 

'방방콘'의 성공적인 첫걸음은 포스트 코로나를 고민하는 예술 공연계에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었다. 언택트 콘서트는 대관을 비롯해 수반되는 여러 인건비와 부대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데다 공간적 제약이 없어 손쉽게 파이를 넓혀갈 수 있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도 감정을 표현하며 소통하려는 갈망이 공연문화의 획기적 진화를 가져다준 셈이다. 다만, 기존 콘서트에서 충족됐던 수준의 사운드와 현장감 구현을 가능케 할 기술력 개발이 언택트 콘서트 산업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해야 하는 우리 공연계의 오늘은 분명 어제와 달라져 있다. 그럼에도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한 자리에 모여 같은 호흡을 나눴던 그때 그 공연의 온도를 분명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입을 맞춰 떼창했던 순간의 벅찬 감동은 언택트 콘서트가 줄 수 없는 경험임이 분명하다. 관객들과 직접 소통을 담은 '비긴어게인 코리아'를 보는 내내 마음이 왠지 울컥했던 것도 아마 이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부디 머지 않은 날에 네모난 스크린을 벗어나 온 감각으로 전해지는 역동의 향연을 마주하는 일상의 기적이 찾아와 주기를. 어깨동무하고 손잡은 채로 마스크 너머 당신의 표정 모두를 오롯이 눈에 담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최지예(칼럼니스트) 


CREDIT 글 | 최지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