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이야기', 완벽한 사랑은 과연 존재할까?

2020.06.16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6월의 1위 추천작인 '반쪽 이야기(The Half of it, 2020년). 앨리스 우 감독이 2004년에 연출한 '세이빙 페이스(Saving Face)의 속편 격인 영화다. 학교 퀸카 소녀와 사귀기 위해 아싸(아웃사이더)소녀에게 연애편지 대필을 부탁한 운동부 남학생과 대필전문 아싸소녀의 우정과 사랑이야기.

 

내성적인 아싸(아웃사이더)인 여학생 엘리는 미국계 중국인이다.엄마는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아빠는 (엄마가 돌아가신 상처 때문인지) 히키코모리처럼 세상과 단절되어 집 소파에서만 지낸다. 엘리는 각종 레포트를 대필해주며 아빠 대신 생계를 꾸려간다. 교사가 추천하는 대학도 포기 한 채, 하루하루를 그냥저냥 때우고 사는 엘리에게 어느 날 이상한 의뢰가 들어온다. 레포트가 아니라 연애편지를 대필해 달라는 것. 의뢰인은 학교 운동선수 폴. 운동선수지만 운동에도 특별한 재능이 보이지 않고, 가업으로 이어받아야 할 외식사업 또한 하향기다. 폴도 어중 띤(?) 인생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루저로 사는 소녀가 비슷하게 루저인 소년을 만나 우정을 쌓다가 사랑으로 발전하는 스토리를 예상하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엔 반전 아닌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러브스토리이지만,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멜로인 듯, 멜로 아닌, 좀 낯선 멜로영화다. 그게 이 영화의 묘한 매력이다.


주인공들이 별로 사랑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남녀의 우정을 그린 영화였다가 ‘썸인가? 왜 이리 둘이 심심해?‘하는 순간, 커다란 반전을 주고, 사랑에 대한 크나큰 교훈을 줬다가, 더 확장되어 각자의 인생을 돌아보게 만들며 끝난다.


시종일관 폴과 ‘티키타카’를 나누며 폴의 연애를 도와주고 상담해주던 엘리는 어느 날부터인가 강한 질투심에 사로잡힌다. 폴의 연애상대인 애스터와 폴의 키스장면을 보면서부터다. 애스터는 엘 리가 대필편지와 문자를 보내던 여학생. 어떤 열정도 갖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 온 엘리의 삶은 이 어처구니없고 비논리적인 질투심이라는 감정 때문에 변하게 되고, 점점 생기를 찾게 된다. 그리고 엘리보다 더 무기력한 일상을 지내던 엘리의 아빠의 삶도 점점 변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스포일러는 빼놓겠다. 사실, 그 스포일러도 정작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이 영화가 여타 다른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과 확연히 다른 지점은 사랑을 보여주지도 않고, 사랑을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라는 점이다. 사랑이 대체 뭘까를 생각하게 되고, 그럼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해봤고, 그래서 어떤 사람일까?를 연이어 성찰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영화다.

 

“사랑은 늘 한 가지 방식뿐이라 생각했어. 올바른 방식 하나..하지만 더 많아.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아..난 사랑의 방식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을 관두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고 겸손 한 게 아니에요. 사랑은 엉망진창에 끔찍하고 이기적이고, 대담한 거에요. 완벽한 반쪽을 찾는 게 아니라..노력하는 거에요. 그리고 손을 내밀고, 실패하는 거에요. 사랑은 괜찮게 그린 그림을 기꺼이 망치는 거에요.훌륭한 걸 그릴 기회를 위해서.“

 

그리고 관객에게 묻듯, 방금 전 남자친구의 프로포즈에 “예스”라고 답한 애스터에게 묻는다.

 

“이게 정말 네가 그릴 수 있는 제일 대담한 선이야?”

 

이 대사가 바로 감독이 말하고 싶은 주제의식일 것. 외로워서, 혼자 있기 싫어서, 둘이가 정상이라서, 여자와 남자가 만나는 게 당연한 거라서 사랑을 하지 말고, 혼자 바로 설 수 있을 때 사랑을 하란 말씀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죽을 때까지 완벽해질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세상 모든 사람은 다 반쪽이들이다. 부족해서, 결핍돼서 사랑을 하려고 다들 몸부림을 친다. 나의 결핍을 채워줄 상대를 평생 힘겹게 찾아다닌다. 그러다 지치면 ‘적당한 상대’를 만나 ‘적당히 사랑이라 착각하고’ ‘적당히 안주하려 한다.’

 

이 영화는 말해준다. 자신의 부족한 걸 인정하고 당당해진 후에야, 제대로 된 짝을 찾을 수 있다고. 그리고 그 사랑이 정말 자신이 그릴 수 있는 가장 대담한 선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사랑이 어렵고 잘 안 되는(대부분 그렇죠?^^) 여러분들에게 이 영화를 강추하고 싶다. 귀에 콕 박히는 이 대사 하나 때문에라도~!

 

“이게 정말 네가 그릴 수 있는 제일 대담한 선이야?”


고윤희(시나리오 작가) 

 

 



CREDIT 글 | 고윤희(시나리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