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 불가능이 없는 연기 도장깨기 달인

'결백' 흥행으로 ''스크린 여왕' 타이틀까지

2020.06.15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배우 신혜선이 자신의 도장깨기 이력에 새로운 분야를 적어 넣었다. 

이번 도전장을 받은 도장의 간판은 ‘상업 영화’다. 신혜선의 첫 주연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 제작 영화사이디오플랜)은 지난 10일 개봉 후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누적 관객수 30만 관객을 넘어섰다. 코로나 19로 인해  지난 3월부터 두 번이나 개봉이 연기된 끝에 드디어 관객과 만나 침체돼 있는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흥행소식도 기쁜데 신혜선의 연기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아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영화 ‘결백’은 유명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 안정인(신혜선)이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이 벌어지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엄마 채화자(배종옥)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홀로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담은 무죄 입증 추적극이다. 


무릇 상업 영화의 주연 배우란 부담이 매우 큰 법이다. 철저한 자본 논리에 의해 작품이 만들어지는 만큼 투자 단계서부터 주연의 이름값에 금액 단위가 움직인다. 하여 흥행 스코어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연기를 잘하는 것은 기본 덕목이요, 현장 분위기며 스태프, 그리고 홍보 프로모션까지 두루 챙겨야 하는 것이 주연 배우다. 

‘결백’은 그 부담이 몇 배 더 큰 작품이었다. 신혜선이 연기한 안정인은 사건을 조사하는 해결사이자,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사연을 이야기하는 화자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인물이기에 신혜선이 흔들리면 영화 전체가 흔들리는 모양새였다. 또한 상대적으로 여성 영화가 부족한 충무로에서 모처럼 나온 여성 중심의 장르물에 따른 책임도 있다. ‘첫 주연이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신혜선은 그 어려운 일을 능히 완수하며 자신을 향한 물음표를 말끔히 지워냈다. ‘딕션 요정’이라는 별명답게 특유의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법정신을 소화했고, 트레이드 마크인 눈물 연기로 영화가 담은 드라마를 표현했다. 배종옥, 허준호 등 내공 깊은 선배 배우들과 함께 하면서도 밀리지 않는 힘을 보여줬다. 어째서 대중들이 신혜선이라는 이름 앞에 ‘스타’ 보다 ‘배우’를 먼저 떠올리는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호연이었다.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의 메가 히트 이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감싸고 있기에 미처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배우 신혜선의 위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소속사도 없이 직접 프로필을 돌리며 단역부터 시작해 조연으로, 그리고 주연까지 올라서며 ‘시청률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까지 거머쥐었다. 오로지 배우라는 길만 오롯하게 걸어온, 마치 도장깨기를 하듯 자신의 과제를 하나하나 격파해 온 연기 무사가 바로 신혜선이다. 걸어온 시간만큼 그 내공이 결코 평범할 리 없다.

신혜선이 처음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은 건 초등학교 때였다. 계기는 매우 귀엽고도 풋풋했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원빈에 빠져 그를 만나기 위해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단다. 허나 이후 움직임은 기민했고 묵직했다. 중3 때 연기학원을 다녔고, 예고에 진학했다. 대학 역시 영화예술을 전공했다. 지름길이 아닌 정도를 선택했기에 데뷔도 제법 늦었다. “매번 서류 단계에서 고사당해 ‘오디션 100번 떨어졌다’는 선배님들의 말조차 부러웠다”던 신혜선은 25살의 나이에 KBS2 '학교 2013‘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2014년 배우인생에 발판이 돼준 tvN 드라마 ‘고교처세왕’을 만나 주목받기 시작했다. 분량도 많지 않았던 이 작품이 신혜선의 배우인생에 중요한 작품으로 꼽히는 건  유제원 감독, 양희승 작가, 조성희 작가와 연을 맺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때 신혜선을 눈여겨본 유제원 감독, 양희승 작가는 ‘오 나의 귀신님’에 그를 캐스팅했고, 조성희 작가 역시 ‘그녀는 예뻤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 신혜선을 콕 찍어 추천했다.

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연기를 잘 하는 배우야 차고도 넘친다. 함께 작업했던 연출과 작가가 신혜선을 다시 찾는 건 연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신뢰를 주는 배우이기 때문일 터다. 연기를 향한 열정과 인간됨 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고교 처세왕’은 배우 신혜선이 나아갈 수 있는 초석 같은 작품이 됐다.

단역을 넘어 ‘고교처세왕’으로 조연 생활을 시작한 신혜선은 KBS2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을 통해 시청자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당시 첫 연애의 달콤함을 표현했던 신혜선의 영상은 무수한 짤로 만들어져 아직도 인터넷에 달달함을 전하고 있다. 나아가 ‘비밀의 숲’의 신참 검사 영은수를 통해 주연 배우로 발돋움할 토대를 마련했다. 로맨스 장르에 특화됐던 신혜선이 장르물까지 스펙트럼을 넓힌 작품이다. ‘결백’의 박상현 감독 역시 이때부터 신혜선을 눈여겨봤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 ‘황금빛 내 인생’으로 한 작품의 주연 배우로 올라섰다. ‘1회 1눈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섬세한 눈물 연기와 함께 최고 시청률 45.1%(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했다. 꾸준히 연기자의 길을 걸어왔기에 받아들 수 있던 선물이었다. 그 달콤함에 잠시 쉬어갈 법도 한데 신혜선의 도장깨기는 거침이 없었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부터 ‘사의 찬미’ ‘단, 하나의 사랑’까지 멈추지 않고 질주하며 매해 연말 시상식에 이름을 올렸다. 세 작품 모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특히 ‘단, 하나의 사랑’에선 발레리나 이연서를 맡아 매일 7시간씩 발레 연습과 함께 식단까지 조절하는 독기를 보여줬다.

이 사이 스크린 도장을 향한 노크도 멈추지 않았다. 단역이었지만 ‘검사외전’에서 보여준 강동원과의 키스신은 본인에게도, 그리고 강동원의 팬들에게도 잊지 못할 장면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이제 ‘스크린 주연 배우’라는 도장 간판과 마주하며 관객 앞에 당당하게 서있다. 

개봉을 앞두고 “긴장감에 울렁증까지 생겼다. 마치 신인 배우로 돌아간 기분”이라던 신혜선.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차려놓은 상찬과 함께 본인이 그토록 좋아한다는 칭찬을 마음껏 즐겨야 할 때다. 긍정의 힘은 가장 아래부터 차곡차곡 정상까지 오른 신혜선을 이 자리에 올린 동력. 절대 여기서 만족할 배우가 아니다. ‘흥행 배우’ ‘천만 배우’ ‘월드 스타’ 등 앞으로 격파할 도장이 산더미처럼 남아있다. 그러기에 칭찬과 응원을 더욱 많이 보내줘야 한다. 이번 칭찬을 여물 삼아 앞으로도 소처럼 열일해줄 신혜선의 배우로서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이유다. 

권구현(칼럼니스트) 


CREDIT 글 | 권구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