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얼굴이 그 얼굴, 예능샛별은 다 어디에?

새얼굴 발견의 기쁨이 사라진 TV 예능

2020.06.12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MBC


벌써 십수년째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예능인을 선정하고 있는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예능인 인기 순위. 6개월 전 이 순위의 1위는 방송인 유재석이었다. 지금은 막을 내린 KBS2 ‘해피투게더’를 비롯해 SBS ‘런닝맨’, tvN ‘유퀴즈온더블럭’, MBC ‘놀면 뭐하니?’, JTBC ‘슈가맨’ 등 지상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을 가리지 않는 활약을 했다.

그 뒤를 박나래, 강호동, 이영자, 신동엽, 이수근 등이 이었다. 유재석이 이 조사에서 1위를 한 것은 벌써 8년 연속이다. 이미 대중 속으로 얼굴이 알려진지 20년 가까이가 됐지만 ‘유느님’의 인기는 여전한 셈이다. 그를 지난해 예능인 1위로 올라서게 한 것은 ‘유산슬’ 때문이었다. ‘무한도전’ 김태호PD의 새 작품인 ‘놀면 뭐하니?’는 철저하게 유재석 중심의 세계관을 그렸다. 그러다 트로트 가수로서의 ‘부캐(부캐릭터)’ 유산슬의 인기가 트로트 열풍을 타고 오르면서 인기를 견인했다.

그런데 유재석의 ‘부캐’ 인기는 역설적으로 지금 대한민국 방송가의 ‘인재풀’이 넉넉하지 않다는 방증도 됐다. 한 명의 스타가 나오고 또 다른 스타가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이 어찌보면 연예계의 순리인데 예능계만큼은 그러한 세대교체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유재석이 주는 신뢰도와 재미가 여전한 데다 식상한 이미지가 있다면 다른 캐릭터를 씌우면 되는 상황은 그만큼 반짝이는 다른 예능샛별을 찾기 어려워진 지금의 상황을 보여준다.

갤럽의 조사 역시 그렇다. 박나래는 최근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각광받고 지난해에는 MBC 연예대상 대상까지 받았다. 따지고 보면 2006년 KBS 21기 공채 개그맨이다. 데뷔 햇수로 따지면 벌써 15년이 된 셈이다. 강호동, 신동엽, 이영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안방극장에서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게 했던 이름이다. 지금 새롭게 각광받는 예능인이라고 하는 양세형이나 조세호도 각각 데뷔는 2003년과 2001년. 새로운 얼굴이라고 하기엔 벌써 오랜기간 개그맨으로서의 경력을 갖고 있다.


최근 방송가에 ‘레트로(복고)’ 열풍이 불면서 이러한 경황은 더욱 심해졌다. 지금의 10대, 20대 등 젊은 세대는 TV를 보지 않고 그에 따라 그들에게 어필할 콘텐츠를 굳이 만들 필요도 없어졌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TV에 충성하는 30대 중반 이후의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얼굴들이 등장한다. 양준일이 ‘슈가맨’에 나오고, 비와 이효리가 ‘놀면 뭐하니?’에 나오는 일도 따지고 보면 비슷한 맥락이다. 새로운 얼굴, 형식을 개발할 필요가 없는 TV는 계속해서 추억을 발굴하고 한 명의 캐릭터를 다시 재소비한다.

사진제공=JTBC



물론 매체환경의 다변화 뿐 아니라 예능의 형식이 특정 MC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관찰예능’이 대세라는 점도 예능 새 얼굴이 나올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한 명의 주도적인 진행이 아닌 여러 명이 모여 토크를 하거나 아니면 혼자서 카메라를 받는 상황만이 주로 이뤄지니 진행능력이 좋은 MC가 굳이 필요없다. 오히려 말주변이 어눌하거나 캐릭터가 독특한 이들이 예능적으로 큰 각광을 받는다. 그러니 훈련된 예능인인 개그맨들을 굳이 쓸 필요가 없고, 배우나 가수가 그 자리를 채워도 되는 일이다.

그나마 ‘놀면 뭐하니?’의 김태호PD는 예능계의 새 얼굴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그는 ‘무한도전’ 시절 ‘내 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 ’내 쓸쓸한 친구를 소개합니다’ ‘예능 캠프’ 등의 아이템으로 끊임없이 예능인의 발굴에 힘썼다. 그런 그도 이제는 SBS ‘패밀리가 떴다’에 이미 오래 나왔던 유재석과 이효리의 호흡을 다시 재현하고, ‘무한도전’ 시절을 얼굴들을 하나씩 재소환한다. 이미 새 얼굴이 나오기에 지금의 예능계는 너무나 많이 달라졌는지 모른다.

그래도 일말의 아쉬움은 거둘 수 없다. 영화판도 그러지 않는가. 언제 적 이병헌, 언제 적 전도연이냐고. 드라마도 언제 적 김희애에, 언제 적 송승헌이냐고. 어쩌면 시청자들이 TV에서 자꾸 멀어지는 일은 새 얼굴들 없이 봤던 얼굴들을 또 보는 지루함이 어느새 일상이 돼버린 현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스타’는 뜨고 진다. 하지만 우리의 TV에서는 그냥 ‘떠있기만’ 한다.

신윤재(칼럼니스트) 


CREDIT 글 | 신윤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