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베토벤’ 황현의 꼭 들어봐야 할 5곡

2020.06.11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스타뉴스DB



케이팝의 베토벤이 황현이고 베토벤이 독일의 황현입니다’. 최근 케이팝 마니아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이 문장은 프로듀싱 팀 모노트리(MonoTree)의 작곡가 황현을 둘러싼 일종의 인터넷 밈(meme)이다.

 

한양대 작곡과 출신으로 작곡팀 스윗튠을 거쳐 현재 지하이(G-high), 이주형 등의 동료들과 함께 모노트리라는 이름 아래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에게 이렇게 거창한 수식어가 본격적으로 붙게 된 건 지난해 즈음부터다. 데뷔 앨범부터 타이틀 곡은 물론 전반적인 프로듀싱까지 거의 모든 것을 도맡고 있는 그룹 온앤오프의 사랑하게 될 거야가 케이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발표 당시에는 그리 큰 반향을 얻지 못했던 노래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찾는 이들이 많아지며 지난 연말 적지 않은 이들에게 올해 가장 기억할 만한 노래로 손꼽혔다.

 

잔잔하게 돌던 입소문이 다시 한 번 탄력을 받기 시작한 건 최근 엠넷을 통해 방영중인 로드 투 킹덤덕분이다. 시청률은 1% 미만을 미미하게 맴돌고 있지만 프로그램에 출연한 온앤오프가 황현이 편곡한 노래들로 무대를 꾸미며 화제를 모았다. ‘왕의 노래라는 테마 아래 다시 부른 샤이니의 ‘Everybody’는 원곡이 가진 차력에 가까운 에너지에 30초 이상을 이어가지 않는 더욱 복잡해진 구성, EDM과 웅장하기 이를 데 없는 합창단 코러스, 웬만한 메탈곡에서 빼왔다고 해도 믿을 강렬한 기타 리프를 더해 케이팝이 보여줄 수 있는 과잉의 극한을 선보였다. 탱고 선율과 바이올린 솔로를 앞세운 풍부한 현악 사운드로 새롭게 태어난 ‘The 사랑하게 될거야’, 최근 으로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 비의 ‘It’s Raining’에 마이클 잭슨을 연상시키는 펑키한 기타 리프와 온앤오프의 청량 에너지가 모두 응축된 노래 ‘Complete’를 믹스해 버리는 과감함은 경연의 결과와 상관 없이 과연 황현이라는 감탄을 이끌어 냈다.

 

이 감탄의 근거는 그러나 사실 그렇게 새삼스럽지는 않다. 그 동안 황현의 노래들에 모두 녹아 있던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황현이 만드는 노래들은 스타일이나 감성 면에서 늘 케이팝의 주류와는 살짝 어긋난 부분에 위치하고 있었다. 덕분에 타이틀곡보다는 수록곡을 담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강한 개성과 높은 완성도 덕에 속칭 수록곡 맛집이라는 수식어가 습관처럼 붙었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해외 작곡가들의 영입이 늘어나며 최근 유행하는 팝 음악처럼 멜로디보다는 사운드, 채우기보다는 비우기에 집중하고 있는 곡들 사이에서 다소 촌스러울 정도로 선명한 멜로디와 빈 곳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맹렬하게 소리를 채워나가는 그의 곡들은 확실히 튄다’. 여기에 과몰입 마니아들의 심장을 두드리는, 소년만화를 연상시키는 비장하고 아련하기 이를 데 없는 노랫말까지 더해지면 그곳이 바로 황토벤의 영토다.

 

아래의 다섯 곡은 그런 황현의 음악적 특징을 가장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는 노래들이다. 그가 만드는 노래들이 왜 다르고 왜 특별히 사랑 받는지에 대한 선명한 힌트가 되어 줄 것이다.

 

샤이니 방백 ([SHINee The 3rd Album Chapter 1. 'Dream Girl-The Misconceptions Of You'] (2013))

지금 황현의 명성을 만들어 준 대표곡. 맑고 상쾌한 종류의 소리만 골라 담은 가볍되 쉽지 않은 편곡과 90년대 청춘 드라마 OST를 연상시키는 추억 어린 멜로디, 애틋한 짝사랑의 감정이 녹아 있는 노랫말의 삼박자가 일품이다.

 

레드벨벳 – Day 1 ([The Red - The 1st Album] (2015))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설레는 마음이 한 편으로 동화 같고 한 편으로 뮤지컬 같은 산뜻한 곡조에 담겨 있다. 모던록 스타일의 편곡을 중심으로 일반적인 케이팝보다는 페퍼톤스나 시부야케이 뮤지션들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많은데, 바로 그 지점이 앨범 안의 정서를 환기시키며 무언가 다른지점을 만든다. ‘수록곡 맛집의 숨겨진 비법 가운데 하나.

 

이달의 소녀 yyxy – Frozen ([beauty&thebeat] (2018))

이달의 소녀와 모노트리의 만남이라면 G-high가 참여한 ‘Butterfly’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진짜와 진짜가 만난 노래는 바로 이 곡 ‘Frozen’이다. 운명의 상대를 만난 순간을 얼음성에 갇힌 나와 언 땅 위에 꽃을 피우는 마법으로 치환할 수 있는 능력. 김밥과 만두처럼 달콤했던 과거는 얼마든지 잊을 수 있다.

 

골든차일드 – She’s My Girl (1st Album [Re-boot] (2019))

요즘 누가 이런 사운드를 쓰나 싶을 정도로 강렬한 도입부가 깊은 인상을 남기는 노래는 3분 여의 시간 동안 노랫말 그대로 도무지 물러서는 법을 모르는곡 전개를 보여준다. 본의 아니게 열정의 내 품에 초대까지 받았으니 영화 비트태양은 없다비디오테이프 위에 쌓인 먼지를 탈탈 털어봐도 좋을 것이다.

 

온앤오프 사랑하게 될 거야 (We Must Love) ([WE MUST LOVE] (2019))

황토벤의 업적이자 거부할 수 없는 마스터피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전부 믿기는 힘들겠지만으로 세상에 둘도 없이 비장하게 시작하는 첫 소절에서 댄스 브레이크를 포함한 후렴구가 나오기 직전까지 쌓아 올려지는 드라마틱한 빌드업, ‘슬픔에 관한 면역력은 내가 더 세같은 명문 중의 명문까지. 이 자체로 황홀한 황현 유니버스.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CREDIT 글 |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