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레전드 등극? 지금 한창 리셋 중

2020.06.09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MBC



유재석이 또다시 상을 탔다. 5일 제5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남자 예능상을 수상했다. 수상 소감에 최근 그 어느 시상식보다 우스개 소리를 채워 넣는 유재석의 활기차고 즐거운 모습을 보고 있다 보면 뭔가 낯선 느낌이 문득 끼어들었다. 유재석이 시상식 초반에 배치된 상을 받는 경우가 자연스러운가.


백상만 해도 그 드물다는 작품 아닌 개인으로 TV 부문 대상 수상자가 된 지 이미 7년이 지났다. 통틀어 대상 수상이 총 15번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각종 기록 보유로 예능을 넘어 방송 부문 올타임 넘버원도 유력한 현재진행형 레전드인데 갑자기 남자 예능상이라니.


급 안 맞는(?) 상을 기쁜 모습으로 성실히 수상한 유재석의 겸손함을 찬양하자는 것이 아니다. 유재석은 연예 분야의 다른 대가들과는 좀 다른 행보를 보이는 듯하다. 5일 유재석의 수상 모습은 또 다른 시상식을 떠올리게 했다. 지난 연말 ‘놀면 뭐하니’ 트로트 도전 프로젝트 부캐릭터 유산슬로 신인상을 받은 MBC 연예대상이다.


연예대상 자체가 축제이자 예능인 측면이 있어 어느 정도 재미를 가미한 수상자 선정이기는 하다. 그래도 MBC에서만 6번이나 대상을 받은 유재석에게 신인상이 돌아가니 남달랐고 이어 백상에서 남자 예능상까지 안기고 나니 좀 더 명확해졌다.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를 통해 리셋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 리셋을 보고 의미를 찾은 백상측이 한참 물이 오르는 현역이 주인공인 예능상을 유재석에게 시상하는 묘한 장면을 연출했는지도 모른다.


유재석 정도의 위치에 가면 정상을 유지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그간 쌓아온 대중과의 두터운 친밀감에 기반해 익숙하고 편안한 웃음만 추구해도 자신의 자리를 당분간 지켜 나가는데 충분하다.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오히려 불편하고 무리수가 될 수도 있는 그런 위치에 있다.


유재석은 리셋을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리셋은, 무한으로 도전하는 1인 예능이라는 ‘놀면 뭐하니’의 포맷을 유재석이 받아들였기에 가능해졌다. ‘놀면 뭐하니’는 부캐릭터와 이에 따른 미션 도전을 계속 새롭게 도입해야 하고 이러한 리셋에 기반해 프로그램이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를 거듭 소화해내는 MC의 초인적인 성실함이 있어야 가능하다.


사진제공=MBC



방송에서는 재미를 위해 투덜거리기는 하지만 일과 삶 모두에서 신계의 성실함을 갖춘 유재석외에 다른 적임자가 생각나지 않는 포맷이다. 그래서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가 시작된 지 1년 정도의 짧은 기간에 드럼을 익혀 유고스타로 뮤지션들과 공연을 펼쳤고 유르페우스로 하프를 배워 ‘Ich Liebe Dich’를 교향악단과 예술의전당 무대에서 협연했다


유라섹으로 유산슬라면 등 세 종류의 라면을 파는 라면 가게를 3일간 운영했고 닭터유가 돼 제대로 배운 치킨 요리법으로 수백 명을 먹였다. 트로트 가수로 도전에 나선 유산슬이나 DJ, 뮤지컬 등은 상대적으로 쉬워 보일 정도로 만만치 않은 도전들이 반복돼왔다.


‘무한도전’만 해도 다른 고정 멤버들이 있어서 난이도 높은 도전들의 부하를 나눠 짊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재석이 프로그램 전부이기 때문에 감당할 무게가 가늠이 안 될 정도다. 그러다 보니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이 힘들어하고 당황하고 투덜거리는 모습을 설정해 재미로 활용하는 것도 이전 ‘무한도전’과는 다른 점이다.


결국 ‘놀면 뭐하니’는 프로그램 자체가 끊임없이 리셋하면서 새로운 부캐릭터를 만들고 그 형식에서 기인한 새로운 웃음들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극한 직업을 감내하는 유재석에게 예능인으로서의 안티에이징을 선사하고 있다.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 방송 중 일종의 버킷리스트를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다. 카페를 차려 가까운 지인들과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공간을 갖고 싶어하기도 했고 인문학을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정상에서 내려와 레전드로 굳어지는 것을 받아들이고 여유 시간이 늘어야 가능할 저 희망사항들은 ‘놀면 뭐하니’를 통해 ‘예능인 유재석’을 갱신 중인 현재 상황을 보면 당분간은 요원한 일로 보인다.


차라리 ‘놀면 뭐하니’에서 카페를 차려보고 인문학을 다뤄보는 것이 현재의 유재석에게는 더 현실감 있어 보인다. 인문학이 예능 되기 쉽지 않겠지만 유재석과 ‘놀면 뭐하니’라면 또 모를 일이다.


최영균(칼럼니스트) 

 



CREDIT 글 | 최영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