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인턴', 훈계 따윈 집어치우고 실컷 웃자고요!

2020.06.03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MBC



“나는 꼰대일까?” 중장년층이 요즘처럼 꼰대지수를 스스로 점검하는 때가 또 있을까. 요즘 화제리에 방송 중인 MBC 수목극 ‘꼰대인턴’(극본 신소라, 연출 남성우)이 그 기폭제가 되고 있다.

‘꼰대인턴’은 제목 그대로 꼰대가 인턴이 돼 펼쳐지는 코믹 오피스물인데, 사실 첫 회에 그려진 꼰대 부장 이만식(김응수)은 해도 너무 한 인물이었다. 언어폭력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사내 괴롭힘으로 고발을 당해도 몇 번을 당했을 캐릭터다. 사고방식이 ‘쌍팔년도’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었다.

이만식이 다니던 ㈜옹골의 규모면 사내교육이 의무화될 만하다. 이만식 정도면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SNS 블라인드에서 잘근잘근 씹히는 요주의 스타가 돼 인사팀에서 따로 불러 관리를 하고도 남는다. 그렇기에 ‘꼰대인턴’을 처음 마주했을 때 많은 시청자들이 “작가가 회사생활을 안 해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장들은 “불편하다”고도 했다. 아마도 지금의 부장들이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이만식 같은 부장들을 모셔야 했는지 모른다. 나이로나 위치로나 꼰대라고 불리게 되긴 했어도 지금의 자신들은 과거의 부장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수평적이고 오픈 마인드라고 자신하는데, 그런 그들에게 드라마에서 꼰대로 상징된 이만식 부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작진은 이만식이 너무 과한 설정이라는 걸 진정 몰랐을까. 아니나 다를까 기획의도를 살펴보면 ‘어설픈 훈수나 두는 꼰대들에게 한 방 먹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 마음이니 기왕 타이틀롤로 세운 꼰대를 아주 강력한 빌런으로 만들었나 보다. 저런게 꼰대일까 아닐까 갸웃하게 되는 캐릭터로는 시선강탈이 안될 말이었으니, 이만식이 이제야 수긍이 된다.

그 이유가 뭐든 최악의 꼰대 이만식이 옹골에서 퇴출되고 준수식품의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잔혹한 일터 사수기가 펼쳐진다. 밑엣사람 부려먹을 줄이나 알았지 기획안은 물론 이메일도 써본 적 없는 이 시니어 인턴은 가는 곳마다 일이 터진다.

그런 이만식을 두고 동료 사원들이 타박하기도 하지만, 실상 밉지만은 않다. 사실 심기가 불편한 사람보다 ‘꼰대인턴’을 즐겁게 바라보는 이들이 더 많은 분위기다. 불편하면 안 보면 그만이니까 싶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진짜 웃음이 나는 포인트가 많기 때문이다. 이만식이 가열찬(박해진)을 비롯해 젊은 상사들의 꼰대짓에 똑같이 당하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투덜투덜하면서도 어쨌든 열심히 하는 노력이 가상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만식을 그리고 있는 배우 김응수 덕분이다. 강한 인상에 걸걸한 목소리까지 겸한 김응수는 예능 출연에 힘입어 어느덧 대중에 친근한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인간미가 넘치는 인물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런 이유로 지금의 과장된 꼰대짓이 갈수록 지워지고, 새로운 어른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이 생긴다.

이참에 김응수가 시니어 히어로로 거듭나는 ‘꼰대인턴’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생긴다. 이미 지난주 방송분에서도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만식의 임기응변들이 가열찬에게 도움이 되고, 회사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훈수나 두는 꼰대가 아니라 진짜로 내공을 실력으로 보여주는 어른이 우리는 늘 필요한데, 이만식이 그런 어른이 되어줄 잠재력을 보여줬다. 그동안 ‘꼰대력’만 펼쳤던 이만식이 드라마 후반에는 많은 청춘들을 손잡고 이끌어주는 멘토 같은 어른이 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사진제공=MBC



그의 변화를 돕는 인물은 가열찬이 될 것이다. 이미 이만식의 공로를 인정해 이만식을 향한 소심한 복수를 펼치는 와중에도 이만식을 돕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가열찬의 성장도 예상된다.

옹골에서 이만식의 만행을 참다못해 사표를 쓰고 나온 가열찬은 5년뒤 준수식품 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는 등 능력을 펼치는 가운데 늘 부하직원들에게 젠틀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만식 같은 꼰대는 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지만, 그런 그가 이만식을 인턴으로 받고 보니 하지 말자 다짐했던 꼰대짓을 스스로 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뜨끔’하고 있다. 

누구나 세월이 지나고, 위치가 달라지면 꼰대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늙은 꼰대보다 더 환장할 젊은 꼰대가 있다’고 꼬집으며 꼰대가 아닌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두의 성장극이라고 표방하는 ‘꼰대인턴’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일찍 깨달은 가열찬은 더 빨리 꼰대를 뛰어넘어 좋은 어른의 자질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두 사람이 아웅다웅하며 성장하고, 미운정으로 의기투합해 임무를 완수하는 모습이 펼쳐질 듯하니 티키타카 브로맨스에 카타르시스까지 기대되며 기꺼운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심지어 드라마 팬들은 김응수-박해진이 연말시상식 베스트 커플상 감이라고 일찌감치 예상하기에 이르렀다.

오피스물의 개연성을 따지고 들면 짚고 넘어가야 할 게 한둘이 아닐지 모르지만, 진지하게 훈계하는 드라마가 되느니 개연성은 접어두고 코미디로 승부를 보려는 ‘꼰대인턴’이다. 본투비 꼰대 역의 김응수나 속내는 복수심이지만 겉으로는 젠틀맨인 척 허세인 박해진, 캐릭터 연기가 찰떡인 두 사람이 앞으로 ‘환상의 커플’로 거듭나 회사를 평정할 땐 어떤 폭발력을 보일지 주목된다. 


더 나아가 ‘꼰대인턴’의 성과로 뭐가 꼽힐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그 성과 중 하나로 ‘꼰대의 재발견’을 기대한다면,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걸까. 그러고 보면 김응수를 타이틀롤로 세운 그 점 하나만으로도 ‘꼰대인턴’은 다른 드라마들이 시도하지 못했던 큰일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들 뉴페이스, 톱스타만 찾는 판에서 ‘꼰대인턴’은 뉴페이스도 톱스타도 아닌 김응수를 데려다 주인공으로 앉혔다. 꼰대라면 쉬이 선택하지 못했을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의미부여를 하고 보니 ‘꼰대인턴’은 적어도 김응수가 많은 배우들의 희망이자 히어로로 부상한 드라마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시니어 히어로의 탄생이다. 이제 ‘꼰대인턴’은 처음 기획의도대로 드라마를 잘 마무리 짓는 일만 남았다. 


조성경(칼럼니스트) 


CREDIT 글 | 조성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