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X비ㅣ놀 무대 안 깔아주면 어쩔 뻔했어 ①

화려한 조명 깔리자 분출되는 끼에 시청자 열광

2020.06.01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MBC


연예인들과 일을 하거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연예인 할 팔자는 따로 있다’는 말을 자주 실감하게 된다. 단순히 외모가 출중하고 끼가 다분해서만은 아니다. 물론 모든 연예인들에게 해당되는 얘긴 아닐지 몰라도, ‘관심’을 향한 끝없는 갈구야말로 많은 연예인들이 두루 갖는 특성이다. 소위 ‘빵 터진’ 슈퍼스타든 그렇지 않든, 배우 또는 가수 개그맨 등 연예 활동을 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대중 혹은 팬들의 관심이 곧 ‘존재의 이유’가 될 수 있음을.


최근 몇 주 사이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보며 이 생각은 더더욱 확고해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슈퍼스타 클래스 이효리와 비(정지훈)가 열과 깡을 다해 몸소 증명해내고 있지 않은가? ‘놀면 뭐하니’는 최근 유재석을 필두로 ‘여름x댄스x혼성그룹’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여기에 이효리와 비가 합류하면서 압도적인 진용을 갖추게 됐다. 두 사람은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펄떡대는 에너지와 녹슬지 않는 실력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예능감을 폭발시키며 화면을 장악했다. 그 결과 과거의 팬들 뿐 아니라 이들의 전성기를 직접 보지 못한 요즘의 10대들까지 열광시키며 이름 석 자 고유 브랜드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효리와 비는 유재석이 직접 찾아가 사전 섭외를 하는 과정부터 이미 범상치 않았다. 제주에서 만난 이효리는 남편 이상순과 함께는 털털한 ‘소길댁’ 모습으로, 그러나 유재석과는 변함없는 ‘예능 남매’ 케미를 조성하며 반전을 오갔다. 춤을 추고 노래를 할 때는 영락없는 댄스 여제의 모습으로 카리스마도 뽐냈다. 비의 경우 최근 역주행 인기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1일 1깡’ 신드롬 주인공답게 데뷔 때부터 ‘깡’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무대 역사를 그대로 재연해냈다. 얼마 전부터 유튜브에서 ‘깡’ 뮤직비디오가 뒤늦게 화제가 되면서 다소 조롱하는 듯한 댓글 놀이가 유행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보여준 비의 쿨한 반응은 도리어 신드롬에 불을 붙인 격이 됐다.


사진제공=MBC

 

급기야 지난 30일 방송분에서는 마침내 이효리 비 그리고 유재석이 합체한 진풍경이 연출됐다. 한껏 느낌 있게 차려입고 요즘 아이돌 못지않은 스타일로 등장한 세 사람은 따로 또 같이, 현재 진행형인 톱스타의 진가를 뽐냈다. 이들의 전성기를 관통한 팬의 입장에서 순간 향수에 젖고 때로 배꼽을 잡으며 TV로 빨려 들어갔다. 보는 내내 ‘이효리도 비도 참 놀고 싶었구나!’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화려한 조명이 그들을 감싸면, 비로소 쾌락과 희열을 느끼는 두 사람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이걸 연예인 기질이 아니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놀면 뭐하니’의 전신 ‘무한도전’ 제작진이 유독 사랑하는 셀러브리티 이효리는 종종 유재석이 제주로 찾아가 만나면 “서울 가서 놀고 싶다”고 투정했다. 가요대상을 타고 연예대상까지 거머쥔 우리나라 유일무이 연예인, 입고 걸치는 패션 전부가 거침없이 완판 되는 아이콘, 전주 첫 소절만으로 ‘이효리’를 입증할 수 있는 톱 가수 그녀 아닌가. 결혼 후 다소 스포트라이트와 멀어졌던 그는 ‘놀면 뭐하니’를 통해 간만에 대중 앞에 아주 깊숙이 들어왔다.

 

또 온갖 비아냥거림 가득한 댓글에도 “‘꼬만춤’만은 포기 못한다‘며 앙탈을 부리고 ”식후깡이 대세“라며 받아치는 여유라니. 비는 거기서 더 나아가 SNS 등을 통해 도리어 새로운 콘텐츠를 팬서비스하며 또 다른 기회를 도모하고 있다. 가수로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진출까지 성공한 그야말로 월드스타 비의 빅 픽쳐,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더욱 빛나는 그만의 노련미가 확인되는 대목이다.


사진제공=MBC

 

가수만 아니라 배우들도 비슷하다. 드라마나 영화나 수개월에 걸쳐 한 작품을 마치고 나면 ‘아무것도 안하고 쉬고 싶다’, ‘날 찾지 말아달라’며 간절히 휴식을 원한다. 그러나 다소 개인차는 있지만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금세 ‘빨리 다음 작품 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이는 게 이들의 루틴이다. 반짝이든 대기만성형이든 인기가 쭉 올랐다가 소강상태에 든다 싶으면 그리도 힘들어할 수가 없다. 잊힐까 불안하다고, 감 떨어질까 두렵다고 속 끓이는 연예인들을 보고 있자면 어떻게든 스케줄을 만들어다 안기고 싶은 마음이 된다.


‘관심종자’를 줄인 ‘관종’이란 단어는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을 칭하는 다소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 사회적으로 부여된 부정적 의미를 잠깐 걷어내고 단어 그 자체를 담백하게 해석하자면, 누군가의 관심을 원하고 좋아하는 사람(혹은 부류)이란 뜻이다. 겪을수록 연예인이란, 기질적으로 이 ‘관종’ 성향을 배제하곤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다. 뜨거운 함성, 호기심 그득한 시선 속에 서 있어야만 비로소 ‘내가 잘 살고 있구나’를 확인하는 까닭이다.


윤가이(칼럼니스트, 마이컴퍼니 본부장) 

 

 



CREDIT 글 | 윤가이(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