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 돌아온 ‘설국열차’, 기대가 넘 컸나?

2020.05.28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넷플릭스



얼어붙은 지구를 쉼 없이 달리는 ‘설국열차’가 다시 한번 기적을 울린다. 드라마 ‘설국열차’가 지난 17일(현지 시각) 미국 TNT에서 첫방을, 25일 오후 4시(한국 시각)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 국가에 공개됐다. 그 인기를 논하자면, 당장 오픈 당일엔 오후 10시부터 넷플릭스에 2시간에 달하는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넷플릭스 측은 “‘설국열차’ 등 신규 콘텐츠 제공으로 인한 서비스 이용량 증가에 따른 장애는 아니”라고 밝혔지만, 작품의 화제성과 맞물려 이미 온라인에선 ‘설국열차’가 만든 또 하나의 전설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드라마 ‘설국열차’는 태생부터 영화 ‘설국열차’와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대한민국의 마스터피스 봉준호 감독의 작품으로, 400억이라는 초유의 제작비 투입으로, 유명 할리우드 배우의 투입과 거기에 따른 전면 영어화로, 실로 여러모로 충무로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던 영화 ‘설국열차’였다. 덕분에 미드로 리메이크됨에 있어 제작 발표 때부터 여러 기대를 모았다.

기대는 곧 부담으로 이어졌다. 하필 공개를 앞두고 원작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칸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영화상을 휩쓸었다. 덕분에 ‘관심을 +1 획득했지만 부담감이 +100 상승했습니다’의 상황이 됐다. 이제 시청자는 소파에 편안히 앉아있으나 팔짱을 끼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드라마 ‘설국열차’를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뚜껑이 열린 ‘설국열차’는 결론부터 논하자면 많이 아쉽다. 뜨겁긴 한데, 아직 덜 익었다. 당장 공개된 에피소드가 총 10개 분량 중 2개에 불과하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 1개의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하니 아직 8주 분량이 남아 있다. 매주 새로운 내용을 기다리는데 익숙한 대한민국 시청자이지만, “내가 이러려고 넷플릭스에 가입했나”라는 아우성이 나오는 지점이다. 분명 넷플릭스는 시즌을 통째로 몰아보는 재미가 주효한 채널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원작이 담고 있던 메시지가 워낙 거시적이기에 그 아쉬움이 더하다. 원작은 비록 열차라는 물리적 공간에 갇혀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거대했던 계급 사회에 대한 세찬 반항이자 유혈 낭자한 혁명이었다. 개봉 당시 “너무 내레이션이 많다”라는 비판이 있었을 만큼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안점을 뒀었다. 하여 드라마를 통해 늘어난 분량이라면 보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계급 사회, 자본주의에 대한 날선 메시지를 담았을 거란 기대가 높았다. 허나 두 개의 에피소드, 작품의 도입부로는 그를 충족시키기 위한 매운맛이 아직 부족하다.

캐릭터가 가진 힘, 역시 영화와 비교하기 힘들다. 원작엔 5명의 큰 인물이 존재했다. 계급 사회의 정점 ‘윌포드’(에드 해리스)와 그의 대척점이자 꼬리칸의 정신적 지주 ‘길리엄’(존 허트), 밑바닥에서 위로 올라가는 혁명의 중심 ‘커티스’(크리스 에반스)와 그의 길잡이 ‘남궁민수’(송강호), 그리고 작품의 메시지를 전하는 내레이터이자 열차의 2인자 ‘메이슨 총리’(틸다 스윈튼)다. 허나 드라마 ‘설국열차’는 이 잘 짜인 구성에 칼을 댔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언급할 수 없지만, 과연 대수술을 어찌 매듭지을지 물음표가 생긴다. 특히 메이슨 총리와 그를 연기한 틸다 스윈튼의 부재가 너무도 아쉽다. 커다란 뿔테 안경과 툭 튀어나온 틀니가 인상적이었던 메이슨 총리는 분명 작품 전체의 색채를 대변했던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다만 드라마 ‘설국열차’에 쏟아지는 아쉬움들은 결국 원작과의 비교에서 기인한다. 영화와 드라마가 다르다는 건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설국열차’의 리메이크 결정에 환호했던 것도 그 지점이었다. 설정상 ‘설국열차’는 무려 7년을 쉬지 않고 달려왔단다. 그 세월 속에 일어났을 각 인물들의 관계가 궁금했고, 1001개에 달한다는 이 엄청난 열차의 세세한 풍경들도 알고 싶었다. 러닝타임이라는 물리적인 제약 때문에 영화가 훑고 지나쳤던 다양한 그림들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런 기대라면 드라마 ‘설국열차’의 새로운 출발은 좋다. 어느 날 3등급 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꼬리칸의 ‘레이턴’(다비드 디그스)이 차출된다. 전직 형사이자 혁명을 준비하던 실질적 리더 레이턴은 사건 조사와 함께 앞 쪽 열차의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분명 앞으로 나아가는 것 외에 아무 관심이 없는 ‘직진 바보'였던 영화의 ‘커티스’와는 다른 매력이며,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좋은 설정이다.

사건을 조사하며 오가는 각 열차 칸의 풍경도 흥미롭다. 특히 소를 키우는 외양간 아닌 외양칸이 인상적이다. 영화를 넘어 드라마 ‘설국열차’가 선사할 수 있는 본연의 즐거움이다. 윌포드의 대변인으로 등장하는 ‘멜라니’(제니퍼 코넬리)의 존재도 인상 깊다. 메이슨 총리를 잃은 아쉬움을 다 채울 수는 없겠으나, 작품은 멜라니에게 여러 장치를 부여했다. 서사의 전개에 따라 레이턴보다 핵심적인 역할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작 탈피를 위한 변주는 당연한 일이다. 책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있기에 열차가 탈선하지 않으리라는 믿음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연주가 워낙 훌륭했기에 새로운 변주 역시 특별하길 바라는 것  필연적인 욕심이다. 남아있는 여정이 9만리기에 아쉬움만 토로하기엔 다소 이르다. 다만 지금까지 보여준 드라마 ‘설국열차’의 모습들은 여느 해외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차’하는 순간 진보가 아닌 퇴보라 평가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형사물은 넷플릭스 안에도 차고 넘친다. 우리가 ‘설국열차’에 기대하는 지점은 분명 더 먼 곳에 있다. 앞으로 ‘설국열차’가 달리는 곳엔 일반 커피가 아닌 보다 특별한 커피가 존재하기를, 7년이라는 오랜 기다림을 고이 담아 기대해 본다.

권구현(칼럼니스트) 


CREDIT 글 | 권구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