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OST가 음원차트를 집어삼킨 5가지 이유 

2020.05.28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tvN



27일 오전 기준 음원사이트 멜론 차트를 보자. tvN 목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의 OST인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1위), ‘아로하’(3위),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9위)가 톱10 안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슬의생'의 ‘화려하지 않은 고백’(13위),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OST인 ‘너를 사랑하고 있어’(17위),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OST ‘시작’(19위), '슬의생'의 ‘그대 고운 내 사랑’(20위) 등이 포진해있다. 톱20 중 7곡이 드라마 수록곡이다.


혹자는 "'슬의생'의 인기 때문이겠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슬의생'이 시작하기 전인 3월로 시계를 돌려보자. 또 다른 음원사이트 지니뮤직 차트 기준으로 ‘시작’(1위), ‘돌덩이’(12위)와 ‘그때 그 아인’(14위) 등 '이태원 클라쓰'의 OST가 강세를 보였고, 2월 방송을 마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마음을 드려요’(4위), ‘다시 난, 여기’(20위)가 상위권을 유지했다. 지난해 끝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메인 테마곡인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8위)까지 포함하면 OST의 힘은 더욱 두드러진다. 단단한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 ‘듣는 음악’의 선두주자인 발라드 가수들을 제치고 드라마 OST가 상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공한 드라마가 있다


‘명작 밑에 약한 졸병 없다’는 말이 있다. 이 표현을 빌리자면, 드라마의 성공이 OST의 인기를 견인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슬의생'을 비롯해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 등은 15%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거두며 트렌드를 선도했다. 이런 인기가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는 OST의 인기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거꾸로 보자면, 드라마의 인기가 없는데 OST만 승승장구하는 법은 없다. 현재 방송 중인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를 보자. 김은숙 작가가 쓰고 대표적 한류스타인 이민호가 출연하지만 OST는 무반응이다. 심지어 거미, 폴킴, 화사, 자이언티 등 소위 ‘음원 깡패’라 불리는 가수들이 참여했음에도 소용이 없다. 김 작가의 다른 작품은 '시크릿가든'과 '도깨비'의 OST인 백지영의 ‘그 여자’, 에일리의 ‘첫 눈처럼 너에게 가겠다’가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것을 고려하면, 드라마와 OST의 인기는 정비례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드라마의 성공이 OST의 인기를 끌어올리며 쌍방 상승 작용을 일으킨 것이다.

 

#명곡이 있다


'슬의생'에 담긴 쿨의 ‘아로하’,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 이승환의 ‘화려하지 않은 고백’ 등은 원곡 발표 당시에도 큰 인기를 누렸다. ‘노래가 좋다’는 의미다. 게다가 현대적으로 편곡해 다시 부르니 음질이 좋아지고 감동이 배가된다.

 

원곡의 기장 큰 힘은 ‘추억’이다. 인생을 살며, 누구나 한 번 쯤은 노래에 빚진 적이 있다. 힘들 때, 기쁠 때, 화날 때 특정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달랬다. '슬의생'을 만든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이 지점을 정확하게 짚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들의 최고 히트작인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배경이 되는 1988년, 1994년, 1997년을 풍미했던 노래들을 삽입해 추억과 향수를 소환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주인공 5인방이 밴드로 활동한다는 설정 하에 그들의 대학생 시절 풋풋했던 모습과 함께 곳곳에 배치하는 지나간 명곡들은 원곡의 힘과 맞물려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낸다.


각 드라마의 분위기에 맞춰 ‘잘 빚은’ 신곡들도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았다. 하지만 드라마의 인기가 높았더라도, 수록곡 전체가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각 드라마를 상징하는 노래 위주로 오래 회자되는 분위기다. '질투'의 ‘질투’, '천국의 계단'의 ‘보고싶다’, '파리의 연인'의 ‘너의 곁으로’,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눈의 꽃’, '쾌걸춘향'의 ‘응급실’, '아이리스'의 ‘잊지말아요’ 등 각 드라마의 간판 OST가 주로 기억에 남는다. 결국 잘 만든 드라마와 그에 걸맞은 OST여야 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보컬리스트가 있다


노래 못하는 아이돌은 있다. 하지만 가창력이 부족한 가수에게 드라마 OST를 맡기는 경우는 드물다. 가사 하나로, 음색 하나로 정확히 드라마 속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진정한 보컬리스트들이 주로 OST에 참여한다.


‘OST 퀸’이라 불렸던 이들의 면면을 보자. 백지영, 거미, 린 등이다. 가창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들이다. ‘OST 킹’의 자리를 거쳤던 김범수, 성시경 등도 마찬가지다. 결국 ‘보컬리스트’라는 수식어가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이들이 OST 시장을 섭렵한 셈이다.


물론 신선한 목소리를 쓸 때도 있다. 가수 펀치는 드라마 OST로 더 이름을 많이 알렸고, '이태원 클라쓰'의 메인 테마인 ‘시작’을 부른 가호 역시 이 노래를 통해 대중에게 어필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OST와 드라마의 궁합이 중요하기 때문에 작품의 분위기와 맞는 음색을 가진 가수를 선정해야 한다"며 "하지만 유명 가수든 신인 가수든 선제 조건은 뛰어난 가창력"이라고 말했다.

 

#스토리텔링이 있다


엄밀히 말해, OST는 드라마의 부산물이다. 드라마를 돕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품의 흐름을 거스르면 안 된다. 반대로 적재적소에 흐르는 OST는 감정을 배가하며 스토리텔러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예를 들어 '이태원 클라쓰'에서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주인공 박새로이가 이를 극복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때 ‘시작’이 흐른다. "새로운 시작은 늘 설레게 하지∼"라는 가사와도 딱 맞아 떨어진다. 여주인공 조이서와 애틋한 감정을 나눌 때는 김필이 부른 ‘그 때 그 아인’이 깔린다.

 

'슬의생'도 마찬가지다. 김준완이 마음에 품고 있던 이익순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그대 고운 내 사랑’이 배치되고, 이익준이 채송화을 향해 20년간 간직했던 마음을 넌지시 알리고 싶을 때 노래방에서 부르는 곡이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다. 게다가 이 노래는 채송화 역을 맡은 전미도가 부른 버전으로 음원이 출시돼 각종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만 덜렁 발표했다면 과연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을까? 결국 '슬의생'을 보면서 이익준과 채송화의 감정선을 함께 따라가고 있는 시청자들이 몰리면서 음원 성적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처럼 드라마 OST는 드라마와 함께 나란히 달리며 스토리텔링을 하기 때문에 그 감정에 취한 이들의 지지를 받으며 더 큰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오프라인 행사나 모임이 크게 줄어든 것도 그 중 하나다. 이 여파가 드라마 OST의 인기 상승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2월 이후 대중의 TV 평균 시청시간은 늘었다. 시청률 조사업체 TNMS가 전국 3200가구에 거주하는 9000명을 대상으로 TV 일별 시청시간을 조사한 결과, 2월 한 달 동안 평균 하루 시청 시간이 573분(9시간 33분)으로 지난해 2월 531분(8시간 51분)보다 42분 증가했다. 결국 바깥 활동이 줄면서 드라마에 몰두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드라마 OST를 접한 대중이 음원사이트에서 OST를 찾아 듣는 빈도 또한 증가한 것이다.


가수들의 신곡 발표가 줄어든 것도 요인이다. 2∼4월 컴백을 준비 중이던 가수들은 일제히 이를 미뤘다. 신곡을 발표해도 설 수 있는 무대가 적고, 공연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신곡에 갈급한 대중은 드라마 OST로 눈을 돌렸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엔터테인먼트 시장 전체를 위축시켰기 때문에, 드라마 OST 시장에 긍정적 효과를 미쳤다고 단정지을 순 없다"면서도 "이 시기 TV 시청 시간이 늘면서 인기 드라마의 OST 노출도가 상승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준호 칼럼니스트



CREDIT 글 |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