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수선공', 연기神 신하균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

'브레인' 유현기 PD와 다시 만나 이번엔 미음 치료

2020.05.13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KBS


우리 마음을 위한 응급실은 어디 있을까.

마음을 보듬어주는 새로운 힐링극이 안방에 찾아왔다. 어쩌면 우리 마음도 서둘러 응급실에 가야 할 만큼 위태롭지는 않을까. 나도 모르는 새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상처가 나를 힘들게 하고 있지는 않을까. 새 드라마가 이런 고민을 화두로 던져준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KBS2 수목극 ‘영혼수선공’(극본 이향희, 연출 유현기이다.


제목처럼 드라마는 상처받은 영혼을 ‘수선’하고 ‘치유해줄 것이라며 ‘마음처방극’을 표방한다. 지난 7일 방송한 2회분에서는 주인공인 은강병원 정신과 전문의 이시준 교수(신하균)가 응급환자에게 내줄 베드도 부족한 응급실에서 취객을 재웠다며 화를 내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이성민)에게 “꼭 내장이 터지고 피를 흘려야 응급환잡니까”라며 받아쳤다. 신하균의 이 대사는 마음의 상처만으로도 응급처치를 해야할 만큼 위급한 사람들이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하며 치유극으로서 ‘영혼수선공’의 방향성을 명확히 알렸다.


그동안 많은 의학 드라마가 나오고, 그 안에서 다양한 질병과 그에 해당하는 학과가 소개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의학과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신선하다. 뿐만 아니라 많은 드라마와 예능들이 ‘힐링’을 강조했지만, 소재나 주제 자체가 의학적으로 마음을 치유한다는 접근은 아니었기에 ‘영혼수선공’의 차별점이 뚜렷해지며 앞으로를 궁금하게 만든다.

이에 ‘영혼수선공’은 정신의학과 안에서 다뤄지는 질환과 장애들을 전문용어와 함께 드라마에 담으면서 그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있다. 1~2회에서는 성적에 대한 부담으로 멀쩡한 다리가 아프다고 믿는 축구선수의 신체증상장애, 자신이 경찰인 줄 아는 망상장애나 몸속에 벌레가 기어다닌다고 생각하는 신체형 망상장애 등 각 환자들의 에피소드들로 정신의학에 대한 호기심을 높였다. 앞으로도 매주 새로운 환자의 에피소드로 의학 드라마로서의 재미를 배가할 예정이다.

사진제공=KBS


‘영혼수선공’이 실패가 드문, 믿고 보는 메디컬 드라마인 데다가 정신의학과라는 참신한 분야를 다룬다는 강점만 있는 건 아니다. KBS2 ‘브레인’을 통해 의학 드라마의 성공을 경험한 유현기 PD와 신하균이 9년만에 다시 의기투합해 또 한 번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심지어 수많은 캐릭터를 통해 괴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구현했던 신하균이 괴짜 의사 이시준을 그리며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이시준은 정신과 치료에 있어서 환자와 의사 사이의 유대관계를 말하는 ‘라포’를 중요시하면서 환자를 위해서라면 병원에서는 우려할 정도로 과감한 혹은 무리한 행동으로 괴짜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 캐릭터에 신하균보다 더 잘 어울릴 만한 배우를 찾기 힘든 분위기다. 망상장애 환자 등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시선을 맞춰주는 천진한 이시준의 모습은 딱 신하균의 맞춤옷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시준은 팟캐스트를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정보를 주며 ‘정신과 의사의 은밀한 수다, 영혼수선공’이라고 자신의 프로그램을 말한다. 앞으로 사람들의 영혼을 다정하게 매만져주는 이시준의 모습이 펼쳐질 게 충분히 예상된다. 아직 2회까지밖에 전파를 타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만으로도 환하게 잘 웃는 인간미 넘치는 이시준의 캐릭터를 가늠하게 한다. 기존 ‘브레인’ 팬이라면 신하균이 ‘브레인’에서 보여줬던 차갑고 까칠한 신경외과의사 이강훈과 지금의 이시준을 비교해 보는 것도 즐거운 관람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여기에 여주인공 정소민이 맡은 한우주가 이시준을 돕는 또 다른 영혼수선공이 될 전망이다. 한우주는 촉망받는 뮤지컬 배우로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는 순간 망상장애 환자의 경찰행세로 인해 생방송 무대 위에서 음주운전을 했다며 체포되는 해프닝의 주인공이 됐다. 전국적인 망신을 당했는데, 졸지에 주연으로 출연예정이던 새 작품에서도 잘리게 됐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꿈은 잠시 접어야 하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이시준 교수의 새 환자가 될 한우주는 환자인 동시에 환자들의 연극치료를 돕는 영혼수선공으로서 이시준과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1~2회에서 정소민이 보여준 한우주는 이시준을 만나기 앞서서도 이미 정신과 상담 치료를 받는 중으로, 간헐적 폭발장애(분노조절장애)에 경계성 성격장애(보더)라는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화를 참지 못하고 말과 행동으로 성격을 다 드러내는 모습이 수긍이 되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해도 너무 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를 오갔다. 과민한 캐릭터가 보여주는 업다운의 진폭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아슬아슬 경계선을 타는 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인생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하는 신인상을 안는 순간 무대 위에서 가짜경찰에 연행되고, 해명기사가 나가도 시원찮을 마당에 연인이라고 믿었던 기자가 오해를 부추기는 기사를 내보내는데 심지어 따져 물으러 찾아간 그 남친이 양다리이기까지 하다. 화를 얼마만큼 어떻게 내는 게 맞는 것일까. 꼬여도 너무 꼬인 상황에 화가 폭발하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 생각될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한우주의 분노 폭발은 보는 이들의 체증을 털어주는 대리만족이 되기도 하고, 수긍이 안 된다면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저렇게 됐을까 궁금증을 더하게 하는 지점이 되기도 한다. 
  
언제나 드라마는 인물들의 내밀한 사연과 상처를 발단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기 마련이었다. 다만 그런 흐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따름이다. 반면 이번 ‘영혼수선공’은 마음의 상처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워 시청자들에게 극 초반부터 주인공의 상처에 집중하고 치유할 준비를 시키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어찌 보면 들고 있는 패를 너무 빨리 다 보여준 건 아닐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혼수선공’은 지금껏 드라마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정신건강의학을 통해 접근하는 만큼 상처 치유라는 그 수는 읽혔는지 모르지만, 아직 베일이 채 벗겨지지 않은 실질적인 치유법이 궁금해진다. 무엇보다 유현기 PD는 제작발표회를 통해 “‘영혼수선공’은 인문학적인 메디컬극”이라면서 “정신의학과가 심리학, 철학 등 전반적인 학문을 아우르는 의학이라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인간의 이야기를 아날로그적으로 편하게 다뤄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의학 드라마의 인문학적 접근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영혼수선공’이 팬데믹으로 세계적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심리방역’이 필수불가결해진 2020년에 딱 어울리는 드라마가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밍숭밍숭 하게 보일지 몰라도 JTBC ‘부부의 세계’의 매운맛에 얼얼한 안방극장을 순화시켜줄 착한맛 드라마가 나올 때가 됐다.


조성경(칼럼니스트) 


CREDIT 글 | 조성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