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에 해피엔딩은 가능할까요?

김희애 박해준의 역불륜은 어떤 파국 초래할까

2020.05.08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JTBC



부부 사이에서 사랑과 미움은 결코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는 종이 한 장 차이의 감정이다. 상대방의 변심과 기만으로 실망한 사람의 가슴 속에 타오르는 미움의 원천이 사랑이라는 건 인생을 어느 정도 산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지 절대 미움이 아닌 것. 자신의 감정과 에너지,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미움은 감정의 찌꺼기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렇게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 나눈 부부 사이는 그 어떤 관계들보다 복잡 다단한 감정의 실타래로 엉켜 있다. 특히 자식까지 낳아 수많은 순간과 감정을 공유한 부부 사이의 감정은 단순한 한 줄 문장으로 표현하기 힘들다.


지난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 연출 모완일) 12회의 충격적이면서도 파격적인 결말은 수많은 화제를 낳으며 결말을 향해 폭주하는 드라마에 가속도를 붙여주었다.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명명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치열한 애증의 전투를 벌여온 지선우(김희애)와 이태오(박해준)가 헤어진 후 처음으로 감정의 벽을 허물다 키스를 하고 동침을 하는 모습은 시청자들 입에서 저절로 “억” 소리가 나오게 만들었다. 젊고 아름다운 여다경(한소희)과 바람난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남편의 친구를 유혹해 잠자리를 하고 남편의 폭력을 유발하기 위해 아들이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는 막장의 릴레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드는 일이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나오는 저세상 텐션의 드라마의 최고봉을 목도하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 미친 거 아냐”며 욕이 저절로 나올 만한 순간이지만 시청자들은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상한 감정을 경험했다. 실제 부부 같은 현실감이 느껴졌기 때문. 공감이 가기보다 지극히 막장 드라마 속 극 캐릭터 느낌이 강했던 인물들에 이제야 처음으로 인간미가 느껴졌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감정 이입이 가능케 한 김희애 박해준의 명불허전 열연과 모완일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력이 어우러지면서 안타까움과 안쓰러운 감정이 몰아쳤다. 감정을 숨기는 철갑 수트를 입고 미친 듯 싸우던 전사들이 한순간에 맨몸으로 부닥치며 본심을 확인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남편을 자신의 인생에서 깨끗하게 도려내기 위해 불도저 같이 달렸던 지선우나 당한 만큼 갚아주려던 이태오 사이에 한 번에 자를 수 없는 감정의 실타래가 존재해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아무리 부부라도 사랑의 총량이 다를 수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 좀 더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사랑과 신뢰의 마음이 지선우가 더욱 컸기에 남편의 배신이 더욱 아팠고 사랑이 변질된 애증은 끝까지 밀어붙이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지선우가 간과한 건 아들 이준영(전진서)의 존재. 아들이 얽혀 있는 한 이태오는 결코 종이인형처럼 오려내 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기에 살인자로 몰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사면초가에 몰린 이태오에게 손을 내밀어줄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 사이의 역사를 실감케 하는 장면이다. 준영을 ‘살인자의 아들’로 만들고 싶지 않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아무리 현재의 관계가 최악이어도 이태오가 사람을 죽일 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조강지처’란 게 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사진제공=JTBC


“당신이 나를 좀 봐줬다면 한순간의 바람으로 끝날 수 있었다”는 이태오의 말은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신뢰감울 주지 못하는 궤변.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며 자신의 감정에 늘 정당성을 부여했던 그를 지선우가 기다려줬다 할지라도 오랫동안 애를 먹였을 게 뻔하다. 여다경과 결혼까지는 안 갔어도 파국에는 분명히 이르렀을 것이다. 스토킹에 테러까지 저지르는 제어불능의 상태에 이른 괴물로 변한 순간 지선우가 내민 손길은 이태오에게 각성의 기회를 제공했다. 자신을 매몰차게 몰아내버린 지선우에 대한 원망과 서운함에 복수를 도모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조강지처밖에 없었다는 걸 알게 된 것. 자신이 무엇을 망쳐버린 건지 그제야 깨달았을 것이다. 역시 조강지처를 버리면 천벌을 받는다.



‘부부의 세계’는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다. 이제 겨우 4회만 남은 것. 지선우와 이태오의 아주 ‘극적인 하룻밤’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아지고 있다. 불륜으로 헤어진 부부의 ‘역불륜’이란 아이로니컬한 상황이 결코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로 이끌지 않을 것임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 남의 남편을 빼앗은 여다경이 두 사람의 하룻밤을 알고 역지사지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한 지선우와 이태오의 ‘극적인 하룻밤’이 지속적인 관계로 이어질지, 아들 이준영은 이런 부모를 이해할지도 흥미를 돋운다. 


‘부부의 세계’는 지선우와 이태오의 관계가 변곡점을 맞은 12회가 전국 24.3%, 수도권 26.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JTBC 역대 드라마뿐만 아니라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까지 또다시 갈아치웠다. 남은 4회 동안 어디까지 올라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변곡점을 맞은 지선우와 이태오의 감정의 서사가 앞으로 더욱 파란만장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원작인 BBC 드라마 ‘닥터포스터’처럼 인생의 쓴맛이 제대로 느껴지는 파국을 맞을지, 권선징악의 쾌감을 느끼는 사이다 결말을 그릴지, 아니면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결말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어떤 결말을 맞더라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만한 결론이 나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승자와 패자를 나눌 수 없는 게 '부부의 세계'이기 때문. 복잡다단한 감정의 서사를 담아내는 김희애 박해준 주연배우들의 열연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좀더 편안하게 ‘부부의 세계’를 관림할 수 있는 방법이 될 듯하다.



최재욱 기자 jwch69@ize.co.kr



CREDIT 글 | 최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