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방 '온앤오프', 밍밍해도 기대되는 깊은맛

성시경 조세호의 아쉬움을 날릴 반전카드는 김민아?

2020.05.06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tvN


이번에도 힐링일까. 아니면 또 한 번 매운맛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동안 남다른 반향을 일으킨 연출자의 신작이 나와 눈여겨보게 된다.

지난 2일 첫 방송한 tvN ‘온앤오프’로, 앞서 JTBC ‘마녀사냥’과 ‘효리네 민박’으로 이름을 알린 정효민 PD의 신작이다. 제목만으로도 온(ON)과 오프(OFF)로 구분되는 내용이 있으리라 짐작이 되는데, 바쁜 일상 속 내 모습(ON)과 '사회적 나'와 거리 둔 내 모습(OFF)을 있는 그대로 모두 보여주는 신개념 사적 다큐멘터리라고 표방한다. 

또한, 바쁜 일상에 지쳐 제대로 쉬는 법을 잊은 시청자에게 사회적 나에서 잠시 멀리 떨어져 나만의 행복과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을 때를 생각하게 해주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여러분이 꿈꾸는 OFF는 무엇인가요’를 묻고 사연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익숙해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을 ‘사회적 나’와 거리두기라는 개념으로 끌어온 ‘온앤오프’다. 워라밸이 중요시되고, 나만의 소확행을 추구하는 가치관이 뚜렷해진 사회상에 잘 부합하는 컨셉트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이제 국내에서는 수그러드는 분위기 속에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다시 대외활동이 늘어나려는 찰나다. ‘집콕’에 익숙해진 만큼 사회적 나를 다시 부각해야 하는 현실은 새로운 고민을 던져준다. 운동부족으로 ‘확찐자’가 된 나를 예전으로 회복시켜야한다는 당위성을 주거나 새로운 외출복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는 게 그렇다. 그런 것만 봐도 사회적 나와 사적인 나는 분명 확연히 구분되는 삶이다. 

그러한 점에서 ‘온앤오프’는 기획의도만으로도 많은 걸 시사하고, 연출자가 정효민 PD라는 대목에서 그의 새로운 통찰력을 기대하게 된다. 정효민 PD는 ‘마녀사냥’ 때 연애 담론 혹은 비밀스러운 성적 담론을 자유로운 토론식으로 예능화한 대담한 연출력을 보였고, ‘효리네 민박’ 때엔 톱스타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관찰예능에 그친 게 아니라 소통과 힐링의 힘을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했다. 가장 최근작인 tvN ‘일로 만난 사이’에서는 땀 흘리는 노동 속 토크로 웃음과 힐링을 선사한 바 있다. 그런 정효민 PD인 만큼 이번 ‘온앤오프’는 어떤 한방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러나 첫 방송으로 베일을 벗은 ‘온앤오프’는 여전히 정체가 묘연하다. 적어도 연예인에게 있어서 사회적인 모습과 사적인 모습의 구분이 명확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데, 출연진들도 비슷한 지점에 의문점을 두고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이다. 성시경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면서도 “방송에서 방귀를 뿡뿡 뀔 수는 없지 않냐”고 반문하며 어느 정도의 가감을 인정하고, 조세호는 “나는 오프가 있나, 진짜 내 오프는 뭐지”라고 스스로 물었다. 

그동안 많은 관찰예능을 통해 학습된 시청자들도 연예인이 카메라 앞에서 얼마나 사적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반신반의할 것으로 보인다. 사적인 공간이라고 한들 방송으로 전달되는 연예인의 모습을 사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나와 사적인 나를 구분하는 신개념 사적 다큐멘터리라는 설명은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와닿을 수 있을까. 

사진제공=tvN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앤오프’는 저항할 수 없는 매력으로 일단 방송을 지켜보게 만들었다. 프로그램의 중심에 선 성시경이 9년 만에 정규앨범을 낸다며 그 준비과정을 보여주면서 그의 수많은 히트곡을 메들리로 들려줬다. 토요일 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성시경의 감미로운 발라드는 그의 열혈팬들은 물론이고 많은 시청자들에게 귀호강이 됐다. 그렇게 가수로서 힐링타임을 선사한 성시경의 ON이 끝나고, OFF에 돌입한 성시경은 요리하는 먹방 연예인으로 돌변했다. 족발과 오이무침에 이어 자신만의 레시피로 끓인 라면까지 밤이 깊은 시각에 시청자들로 하여금 원성과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먹방을 펼쳐보였다.

성시경의 음악과 음식으로 무슨 프로그램인지 경계할 틈도 없이 젖어들게 만든 ‘온앤오프’는 이어서 조세호의 ON과 OFF를 보여줬다. 성시경은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온앤오프가 대단히 비슷하고, 그걸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밝혔다면 조세호는 혼자 있는 (오프) 시간에도 온으로 사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밝혔다.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한 불안감을 방송 최초로 고백했는데,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래 몇 년간 일이 없어 혼자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내색하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어 여전히 혼자 있는 시간을 못 견뎌 한다는 것. 그렇기에 이제는 좀더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는 조세호. 그는 다이어트와 몸만들기라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이야기로 그의 OFF 시간을 채웠다.

이렇듯 관심이 가면서도 이들의 OFF 타임은 어딘지 OFF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분명 가수 혹은 개그맨으로서 자신들의 본업을 하는 모습이 아니었지만, ON과 OFF의 구분이 모호한 느낌은 지우기 어려웠다. 성시경이나 조세호만 해도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연예인인 만큼 그들의 취향이나 행동거지가 어느 정도 예측이 돼 참신함이 떨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요리 잘 하고 잘 먹는 성시경은 앞서 tvN ‘오늘 뭐 먹지’에서도 많이 봐왔고, 쉴새 없이 말하고 조바심 내는 조세호는 과거 MBC ‘무한도전’을 비롯해 얼마전 MBC ‘놀면 뭐하니’ 등 다양한 예능을 통해서 확인됐다. 그렇기 때문에 으레 짐작 가능한 이들의 OFF 모습은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게 만들 정도다.

다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기에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무엇보다 다음회에 예고된 기상캐스터 김민아라는 뉴페이스의 이야기가 폭발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성시경 역시 김민아가 진짜 주인공일 수 있다는 말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5년차 기상캐스터라는 김민아는 성시경과 조세호의 이야기를 듣고 보는 중에도 가감없는 리액션으로 시선을 끌었다. 큰 눈만큼이나 반응과 동작도 큰 김민아는 확실히 단정한 기상캐스터의 선입견을 깨는 OFF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바람을 더한다면 ‘마녀사냥’과 같은 매운맛이든, ‘효리네 민박’ 같은 힐링이든 정효민 PD가 또 한 번 시청자들의 가슴을 저격하는 킬링 포인트를 ‘온앤오프’에서도 보여줬으면 한다는 점이다. 조금은 밍밍한 첫맛 뒤에 이어질 깊은 끝맛을 기대하게 하는 tvN ‘온앤오프’는 토요일 밤 10시 40분 방송한다.

조성경(칼럼니스트) 




CREDIT 글 | 조성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