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 늘 앞서가도 공감되는 거장의 품격

'A.I'와 'E.T', 세월이 흘러도 영원한 휴머니즘

2020.05.05 페이스북 트위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 'A.I.' 촬영장(위)과 'E.T.' 촬영장에서 배우들에게 연기 지도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포털 사이트 영화 게시판


5월은 가정의 달. 엄마 밥이 그리워 엄마 집에 갔다. 세상에서 엄마 밥이 제일 맛있고, 내가 한 밥이 제일 맛없다. 내가 요리를 못해서 맛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반대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다른 여자들은 쇼핑을 하거나 친구와 수다를 떤다지만, 난 요리를 한다. 밤을 새울 만큼 고민이 많을 땐, 밤부터 아침까지 주방에 서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요리만 한다. 내가 한 요리를 먹어 본 사람들은 대부분 식당을 차려도 좋을 만큼 맛있다고 칭찬을 해주지만, 난 내가 한 요리들이 정말 ‘더럽게’ 맛이 없다. 왜냐면, 내 요리들 안에는, ‘삶의 지침’과 ‘스트레스’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엄마 밥이 맛있는 건, 그 안에 ‘나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의 달을 맞으니 가족영화 2편이 떠오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와 'E.T.'. SF영화가 무슨 가족영화라고? 가족을 다룬 영화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보기에 괜찮은 영화라는 뜻. 우리나라의 가족영화들을 찾아보니 의외로 볼 만한 영화가 별로 없다.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도 ‘가족주의’가 강한 나란데, 왜 가족영화는 별로 없을까? 상품이 없다는 건 수요가 없다는 뜻일 텐데, 이 강한 ‘가족주의’의 나라에서 실은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닐까? 우리나라는 가족영화도 드물지만, A.I.(Artificial Intellegence,인공지능)I나 우주에 관한 영화도 드물다. 현재 드라마나 영화에서 A.I.가 많이 등장하지만, 지금까지 본 드라마나 영화의 A.I.들은, 2001년에 스필버그가 만든 'A.I.'에 비해 수준이 한참 떨어진다. 'A.I.'는 20여년 전인 2001년에 개봉했고, 'E.T.'는 무려 40여년 전인 1982년도에 제작되었다. 그런데도 현재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인공지능 캐릭터나 외계인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A.I.' 는 원래 스탠릭 큐브릭 감독이 오래 준비하던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스토리가 풀리지 않아 고전하던 차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손으로 넘어갔고, 스탠릭 큐브릭 감독이 준비하던 스토리와 전혀 다른 스토리가 탄생했다. 영화가 제작되기 직전에 스탠릭 큐브릭 감독은 작고했다. 스탠릭 큐브릭 감독이 만들려던 'A.I.는 훨씬 더 시니컬한 세계관을 담은 로봇의 비대중적인 이야기였다.


이에 반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완성한 'A.I.'는 그와 정반대의 아주 단순하고 대중적인 휴먼스토리. 엄마와 단 하루를 같이 보내기 위해 2000년을 기다린 인공지능 로봇 소년의 이야기다. 로봇 소년의 좌절은, 자신이 인간들처럼 음식을 먹을 수 없단 것을 인식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엄마는 친아들에게는 정성이 듬뿍 담긴 요리를 해주고, 입양한 로봇 아들에게는 빈 접시를 내놓는다. 로봇소년은 자신도 친아들처럼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심에, 친아들이 먹는 음식을 엄마 앞에서 보란 듯 씹어 먹는다. 그리고 바로 수술에 들어가 의사들에 의해 전기 줄로 뒤덮인 배가 열리고 음식이 씻겨 내진다. 의사는 말한다. 인간이 먹는 음식을 먹으면 로봇인 너의 생명은 끝이라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엄마와 절대 같아질 수 없고, 같은 걸 공유할 수도 없다는 어린 로봇 소년의 커다란 슬픔이 너무 작은 것에서 비롯되어 더 공감이 간다. 우린, 모두, 늘, 너무 작은 것의 사소한 차이로 크게 이별하고 크게 아파하니까. 

 

'E.T.'도 마찬가지. 외계 생명(ExtraTerrestrial)이란 뜻에서 그대로 이름을 따온 너무나도 단순한 'E.T'는 이름만큼 스토리도 단순하다. 외계에서 엄마랑 우주선을 타고 가다 홀로 불시착한 E.T가 지구인 소년과 우정을 쌓다가 엄마가 그리워 다시 외계로 돌아가는 이야기. 'E.T'에서도 먹는 것으로 인한 교감이 아주 중요한 장면으로 등장한다. E.T가 냉장고에서 맥주를 훔쳐 먹고 취한 상태에서, 학교에 가 있는 소년과 갑자기 텔레파시가 일어나, 소년이 학교에서 초능력을 일으켜 해부되려던 개구리들을 구하는 장면이다. 두 영화를 보면 역시 밥(먹는다는 행위)은, 감정을 확인하는 가장 쉽고 단순한 방법이다.



40여년 전의 'E.T.'와 20여년 전의 'A.I.'가 2020년의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에서 만들어낸 로봇이나 외계인보다 재미있고 뛰어난 점은 바로 그 것이다.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그려내고 가장 인간적인 걸 이야길 한다는 점. 두 영화만 보아도 스티븐 스필버그가 얼마나 인간을 잘 이해하고 통찰하고 있는지가 보인다. 가족의 달을 맞아 부모가  아직 두 명작을 보지 못한 자녀와 함께 관람하며 감정을 공유해보기를 권한다. 

 

고윤희(시나리오 작가)



CREDIT 글 | 고윤희(시나리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