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홈즈', 언젠가 내가 찾게 될 바로 그 집

2020.05.04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출처=방송캡처


일요일 밤, 나는 MBC ‘구해줘 홈즈’로 주말을 마무리한다. 이 프로그램의 컨셉트는 ‘리얼 발품 중계 배틀’이다. 시간 없는 현대인들을 위해 대신 집을 알아봐주는 것. 의뢰인은 매우 다양하다. 1인 가구부터 신혼부부, 대가족에 이르기까지. 사연도 취향도 다양하지만 출연진들은 의뢰인이 원하는 집을 귀신같이 잘도 찾아낸다.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이들의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내가 꼽는 가장 큰 재미는 바로 ‘집 구경’이다.

 

‘구해줘 홈즈’에는 참으로 아름다운 집들이 많이 나온다. 방과 거실, 주방으로 이루어진 구조, 집이 다 그렇지 별 다를 게 있을까 싶었던 내 생각을 비웃듯 다양한 집들이 감탄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런 집들을 볼 때마다 마치 내 집인 듯 감정이입을 하곤 한다. 볕 잘 드는 테라스에서 커피도 마셨다가, 드넓은 마당에서 반려견과 뛰어놀기도 하고, 옥상에서 바비큐도 즐긴다. 속절없는 대리만족의 판타지는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볼 때마다 뭉글뭉글 커져만 간다.

 

‘구해줘 홈즈’를 보며 집 구경에 재미를 붙인 후, 집을 소개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도 알게 되었다. 바로 EBS의 ‘건축탐구’다.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 살 집을 찾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간다. 대부분 집주인이 특별한 애정으로 지은 집이다. 건축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집주인이 자신이 살기 위해 지은 집은 일반 집과 확연히 다르다. 나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집 구석구석에 담겨 그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나기 때문이다.


사진제공=MBC


 

쓸데없이 양심적인 상상력의 소유자인 나는, 감히 내가 살 집을 내손으로 짓는 것은 꿈꾸지 못한다. 그래서 ‘건축탐구’를 시청하는 나의 자세는 ‘구해줘 홈즈’를 볼 때와 달리 판타지가 개입할 틈이 없으며, 미술관의 소장품을 감상하듯 사뭇 경건하다.

 

바쁜 일상에 치여 잊고 산 지 꽤 됐지만, 돌이켜보니 사실 나는 집에 관심이 많았다. 사춘기 시절 꿈은 집보다는 방이었다. 처음 내 방이 생겨 벽지를 고를 때 얼마나 신중했던지. 대학에 들어가 하숙집과 자취집을 구할 때는 한국의 가옥 구조를 고루 경험했고, 신혼집을 꾸밀 때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도 된 양 발품을 팔고 다녔다. 욕실문과 세면대가 고작 1센티미터 차이로 비켜 열리는 건축의 미학이 돋보였던, 방이 하나뿐이던 그 작은 집을 참 열심히도 치장했다.

 

좋은 집, 멋진 집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건 아마 식구가 늘어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이제 집은 내게 현실이 되었다. 좀 더 큰 집을 구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그래서 집에 머무르는 시간보다 집밖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한집에서 평생을 사는 운 좋은 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장하며 자의든 타의든 자신의 살집을 바꿔간다. 마치 소라게가 커가며 자신에 몸에 맞는 소라껍데기를 찾듯이…. 아직 살아갈 날이 많기에 집 찾기(바꾸기?)가 진행 중인 나는 한집에 정착하기까지 집 구경과 집 감상을 꽤 오래 할 것 같다.


유명한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1887-1965)는 말년을 4평 남짓한 통나무집에서 보냈다고 한다. 작지만 궁전이 부럽지 않았고, 그 속에서 충분히 행복했다고 한다. 나중에, 마침내 내가 찾아 정착할 그 집도 그렇게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 크기와 화려함을 좇다 부디 소중한 것들을 잃고 놓치지 않도록.


이현주(칼럼니스트, 플러스82스튜디오 이사) 



CREDIT 글 | 이현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