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 이과형 드라마로 문과형 시청자 사로잡기!

시청률 불패 김은숙 작가의 저력 재현하나?

2020.04.27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화앤담픽쳐스



이민호 김고은 주연의  '더 킹:영원의 군주'이 이래저래 화제다.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은 방송 전에는 한국 최고 스토리텔러 김은숙 작가의 복귀작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기록적 시청률 작품들만 20년 가까이 연이어 집필해온 김 작가의 신작이니 관심이 후끈하지 않으면 이상할 일이다.



방송 시작 직후에는 예상보다 시청률 상승 드라이브가 걸리지 않아 화제다. 김 작가 드라마들은 대개 시청률이 초반부터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여왔는데 '더 킹'은 1회 11.4%(이하 닐슨코리아)로 시작해 2회 11.6%이다가 3회에는 9.0%로 떨어지고 25일 4회는 9.7%로 다소 반등했지만 한 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 작가의 드라마가 3, 4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한 경우는 찾기 쉽지 않을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김은숙표 드라마는 바라보는 눈높이가 워낙 높은 탓에 초반 조금만 주춤거려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늘 시청률 해피엔딩으로 끝나 이번에도 역시 끝까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더 킹'은 악마에 맞서 차원의 문을 닫으려는 이과형 대한제국 황제 이곤(이민호)과 누군가의 삶, 사람, 사랑을 지키려는 문과형 대한민국 형사 정태을(김고은)이 차원이 다른 두 세계를 넘나들며 공조하고 로맨스를 나누는 드라마라고 제작진은 설명하고 있다. 김 작가가 평행세계라는 독특한 소재의 드라마 집필에 나서 관심이 배가됐다.


초반 아쉬운 시청률은 우선 김 작가 특유의 차진 대사 치고받기가 일부 보이기는 하지만 전작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점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김은숙표 티격태격 대사 주고받기는 캐릭터들 사이에서 전반적으로 이뤄지지만 특히 갈등이 무르익기 전인 드라마 초반 남녀주인공 사이, 남주와 서브 남주 간에 자주 벌이면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데 큰 힘을 발휘해왔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더 킹'식 표현대로 하면 이과와 문과의 문제(?)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더 킹'은 두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를 이과와 문과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이런 구분이 과연 정확하고 보편적인 것인지는 진지하게 따지지 않겠다). 극 중 황제이면서 수학자이기도 한 이민호는 ‘모호한 말보다 정확한 숫자들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이과형 남자’로 설명되고 있다. 


사진제공=화앤담픽쳐스


3회에 정태을을 황후로 맞겠다고 선언하고 정태을이 진심이냐 묻자 숫자 0의 수학적 성질을 이용해 답을 하는데 결국 ‘증명이 됐냐’고 되묻는다. 결국 이곤이 이과형 인간이라는 의미는 단순히 수학의 단편 지식을 즐겨 사용해서가 아니라 수학적 사고로 세상을 판단하고 이해하는 인간형이라는 의미로 보인다.


수학적 사고는 일상에서는 여러 정보나 현상들에서 출발해 추론하고 귀납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을 거쳐 결론을 내리는 태도인 듯하다. 반면 '더 킹'의 문과형 인간은 3회 정태을의 “문과는 상상하고 이과는 실현하는 거야”라는 대사로 추정해보면 추론 과정을 거치기보다 직관적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거나 결론에 바로 도달하는 성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드라마 '더 킹'은 이과형이다. 다양한 정보를 뿌려 놓고 이를 수학적 사고가 추론하듯 점차 추리고 좁혀가는 과정을 거쳐 드라마의 결론에 도달하려는 의도가 뚜렷이 느껴진다. 어느 드라마나 초중반 떡밥을 뿌리고 이를 꼼꼼히 회수하면서 마무리한다.


하지만 '더 킹'은 떡밥보다 좀더 복잡한 스토리라인 소우주들을 여럿 드라마에 배치하고 이를 통합해 마지막에 통합된 유니버스로 정리하면서 마무리하려는 야심이 엿보인다. 대서사극이었던 전작 '미스터 션샤인' 등에 비해서도 구성의 복잡함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만파식적을 두고 대한제국과 대한민국 두 개의 평행 세계가 있다는 최상위 스토리라인 외에 적지 않은 스토리 월드들이 등장한다. 대한제국에서는 구서령 총리(정은채)를 중심으로 한 정치 드라마가 펼쳐지고 대한민국에서는 형사인 정태을과 관련해 불법 도박 수사 사망자와 관련된 형사물과 강신재 형사(김경남)의 도박과 관련된 가난과 가족사의 드라마도 진행된다.


두 평행세계를 오가는 과정에서는 이곤을 중심으로 시계 토끼같은 판타지물과, 이림(이정진)의 폭력과 비밀이 만드는 미스터리 스릴러물도 만나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 가면 대한민국의 이곤은 이림이 죽인 듯 등장했던 아이인지 아니면 다른 이곤이 있거나 아니면 없는지처럼 시청자들이 기억하고 꼼꼼히 쫓아가야 할 에피소드 라인들도 많다.


'더 킹'의 수많은 개별 스토리들을 놓치지 않고 추적해 마지막 결론의 통합된 유니버스를 만나는 데서 재미와 성취감을 얻는 이과형 시청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말 밤 머리 복잡하지 않은 재미를 추구하는 문과형 시청자들은 '더 킹' 초반이 몰입하기 힘들고 버거울 수 있다.


이과형 드라마 '더 킹'은 문과형 시청자들을 앞으로 어떻게 사로잡을지만이 과제가 아니다. 최종 시청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드라마 마지막 10여 분이 괴력의 시청률로 드라마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JTBC '부부의 세계'와 겹치는 상황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김은숙 드라마다. 이제까지 초반 문제 제기가 민망해지게 결국은 늘 불패로 성대하게 마무리됐다. '더 킹'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최영균(칼럼니스트)



CREDIT 글 | 최영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