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중인 '부부의 세계',종착역은 과연 어디?

김희애 공언한 '사이다-힐링'역 갈 수 있을까

2020.04.27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출처=방송캡처


정말 거침이 없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연출 모완일, 극본 주현) 속 캐릭터들의 면면이 가히 폭주 기관차들의 경합이다. ‘파국의 세계’라야 맞지, 왜 이 드라마는 ‘부부의 세계’라는 이름을 달았을까.


#파국행 폭주 캐릭터들


지선우(김희애)의 분노에 찬 응징으로 달리기 시작한 ‘부부의 세계’는 반환점을 돌면서 이태오(박해준)의 무서운 반격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5일 방송된 10회에서는 손제혁(김영민)의 외도를 아내인 고예림(박선영)이 알게 됐는데, 손제혁에게 여자를 접근시킨 것부터 고예림에게 외도 현장 사진을 보낸 것까지 모두 이태오의 용의주도한 계획이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지선우에게 테러를 저지르는 등 복수를 도모한 이태오는 지선우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친구 손제혁에게도 자신의 분한 마음을 되갚아줬다.


지난 24일 유튜브를 통해 진행된 ‘부부의 세계’ 기자간담회에서는 김희애가 가장 분노를 유발하는 캐릭터로 이태오를 꼽으며 “박해준씨가 제일 욕받이가 되기 위해 온몸에 폭탄을 싣고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을 것”이라고 전한 바 있는데 딱 맞는 표현이다.


사실 지선우도 폭주로 치면 경악할 수준이었다. 앞서 그의 복수가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며 통쾌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무서울 정도로 독했다. 그리고 현재는 이태오가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주를 하고 있다. “둘 중 한 사람이 완전히 망가져야 그 실체가 명확히 보일 것”이라는 김윤기(이무생)의 말에 여병규(이경영)가 “불씨가 남아있다면 기름을 부어서라도 확인해야 한다”고 호응한 게 마치 시청자들에게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전한 말들 같다.


박인규(이학주)도 폭주기관차로서 그 위력을 거듭 보여주고 있다. 2년 전에도 지선우를 위협했던 박인규는 출소 후에는 이태오의 사주를 받아 지선우에게 테러를 저질렀는데, 이태오가 돈을 제대로 주지 않자 지선우의 아들 준영(전진서)까지 미행하고 지선우에게 죽은 새를 택배로 보내며 위협을 가했다. 또한, 지난 방송 말미에는 자신을 피해 다른 지방으로 떠나려는 전 여친 민현서(심은우)를 찾아 고산역으로 달려가는데, 끝내 의문의 사망사고까지 발생했다.


사진제공=JTBC


#금 간 신뢰의 파괴력


이제 불의의 죽음까지 맞이하게 된 ‘부부의 세계’는 도대체 어쩌려는 것일까. ‘부부의 세계’가 아니라 ‘폭주의 세계’ 혹은 ‘파국의 세계’가 되고 있다. 제목으로는 부부 혹은 결혼생활의 민낯 정도를 이야기해야 맞을 것 같은데, 극악스러운 인간의 본성들이 여러 캐릭터들을 통해 그려지면서 이런 이야기에 지금 제목이 어울리나 싶을 정도다.


그럼에도 지선우가 고예림의 집에 찾아가 나눈 짧은 대화가 이런 의문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줬다. 고예림이 먼저 “아무리 발버둥쳐도 껍데기뿐”이었다며 “다 무너지고 나니까 이제야 다 보여. 내가 붙잡았던 건 사람이 아니라 집착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에 지선우는 “결혼이 뭘까, 이혼은 또 뭐고. 껍데기뿐인 거 뻔히 알면서도 부부라는 걸 절대 안 놓는 사람도 있고, 놓아버렸는데도, 헤어졌는데도 왜 이 질긴 고리가 끝나지 않는걸까”라며 자조하듯 말했다. 아주 잠깐의 대화지만 ‘부부의 세계’가 정말로 이야기하려고 하는 건 이 대목이 아니었을까.


여우회 멤버들의 말들도 비수처럼 지선우의 폐부를 찌르고, 보는 이들까지 결혼과 이혼에 대해 여러 생각을 들게 했다. 진료를 보러 온 병원 이사장 사모(서이숙)는 고예림네 이야기가 고산바닥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면서 “이혼녀로 사는 게 그렇다. 직장 상사랑 술 한잔만 해도 이상한 소문이 나고. 사람들 눈이 아직 그래”라고 말했다. 부원장직을 지키기 위해 따로 병원장(정재성)과 술자리로 가진 지선우를 두고 수군대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이혼녀라는 수식어는 여전히 삶의 굴레가 되는 현실을 알린 것이다.


‘부부의 세계’는 관계에 있어 의심과 불신이 주는 파괴력을 체감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여다경(한소희)은 지선우로부터 “넌 이태오를 몰라”라는 말을 들은 데 이어 고예림의 “남편을 믿느냐”의 질문을 받고 나서는 더없이 흔들리고 있다. 남편을 의심하기 시작한 여다경은 “한 번 바람 피운 사람이 또 피우지 말라는 법 없다”는 말이 거슬린다고 직접 이태오에게 말하며 신뢰에 금이 간 사실을 내비쳤다.


김윤기도 뜻밖의 복병이 됐다. 준영이를 상담해주는 것부터 지선우를 섬세하게 챙겨주는 모습으로 따뜻한 남자의 매력을 주던 김윤기가 부원장직을 가로채는 듯한 정황은 새삼 김윤기의 속내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김윤기는 “지선생을 위해 그런 거다. 여회장이 무슨 생각을 알려고”라며 해명했지만, 현재로서는 지선우에게 이태오에 뒤이은 ‘뒤통수’가 돼버렸다.


사진제공=JTBC


#사이다부터 힐링까지


계속되는 반전으로 뒤통수가 얼얼한 ‘부부의 세계’다. 좀전까지 ‘폭주의 세계’였지만, 더 알고 보니 ‘뒤통수의 세계’고 ‘능구렁이들의 세계’다. 이제 7부능선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또 다른 뒤통수가 될 존재가 남아있을까. 여병규가 지선우에게 “나에게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없다”고 자신감을 보이는 등 ‘부부의 세계’는 대사마다 어느 캐릭터든 반격과 뒤통수의 잠재력을 가진 존재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기자간담회에서 박해준은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키를 쥔 인물로 아들 “준영이”를 꼽았다. 


남은 이야기 동안 ‘부부의 세계’가 어떤 이야기를 펼쳐줄지, 과연 결말은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증이 증폭한다. 영국의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하는 만큼 원작과 똑같은 결말을 맞을지에 대한 의문도 더해진다.


궁극적으로 ‘부부의 세계’가 시청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지도 주목된다. 영국에서는 원작 방영 후 뜨거운 화제를 일으키면서 인간관계의 본질과 신뢰에 대한 열띤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JTBC ‘SKY캐슬’을 뛰어넘고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기록을 세우는 등 기록적인 면에서나 화제성에 있어서 폭발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위력이 엄청난 만큼 단순히 비극적인 이야기로 충격을 주는 데에 그치지 않길 바라게 된다.


김희애는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사이다가 많다. 많이 힐링 되는, 인생을 생각하는 경험이 되는 드라마가 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과연 그의 말처럼 ‘부부의 세계’가 마음의 위로를 주고, 인생의 교훈까지 주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김희애의 말이 미덥지 않다기보다는 지금까지 본 ‘부부의 세계’로는 감히 ‘힐링’은 상상이 되지가 않는다. 부디 무릎을 탁 치는 인생 교훈과 위안을 주는 ‘부부의 세계’로 매듭지어지길 기대해본다.


조성경(칼럼니스트)



CREDIT 글 | 조성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