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ㅣ역대급 드라마로 가는 길에 놓인 관문들 ①

2020.04.14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JTBC


김희애 박해준 주연의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 연출 모완일) 질주가 거침없다.


시청률이 6.3%(이하 닐슨코리아)에서 시작해 4회 만에 14.0%, 지난 11일 6회에는 18.8%를 기록하며 드라마 꿈의 시청률 2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스카이캐슬'이 보유한 비지상파(케이블, 종편) 최고 시청률(23.8%) 경신에도 도전해볼 만한 상황이라 시청률 역대급 드라마도 노리고 있다.


급상승세 시청률은 드라마 내용의 거침없는 질주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여자의 남편 불륜과 이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매회 예상을 한참 넘어서는 파격적인 상황 전개로 시청자들을 유입시키고 몰입하도록 만들고 있다.

 

10일 5회에는 지선우(김희애)가 남편 이태오(박해준)의 불륜녀 여다경(한소희) 집으로 찾아가 여다경 부모가 차린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자신의 남편과 다경의 불륜과 임신 사실을 폭탄 선언해버린다. 11일 6회에도 선우가 이혼 후 아빠와 지내고 싶어하는 아들 준영(전진서)을 자신 곁에 두기 위해 태오의 폭력을 유도하고 이를 아들과 경찰이 목격하게 하는 함정에 빠트린다.


'부부의 세계'는 6회까지 여러 강도 높은 파격 에피소드들이 매회를 빈틈없이 채워왔다. 많은 시청자들이 ‘매회가 마지막회’ ‘다음 회에 할 얘기가 없을 듯’이라며 일찍이 보기 힘들었던 이 드라마만의 저 세상 텐션에 환호하고 있다.


심리극에 기반해 우아함과 속도감을 함께 챙긴 모완일 PD의 연출은 웰메이드 소리를 이끌어내고 있기도 하다. '부부의 세계'는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시청률만으로도 역대급 드라마에 다가가고 있고 최종회까지 보고 결론 내릴 일이기는 하지만 작품 완성도에서도 시청률에 부끄럽지 않은 점수를 현재까지는 받고 있다.


사진제공=JTBC


하지만 6회를 갓 지났고 10회나 남아 있다. 지금의 호평과 반응이 종영 후까지 이어지려면 거쳐야 할 관문들이 6회를 마치자 수면 위로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부부의 세계'는 리메이크 작품인데 원작인 영국 BBC '닥터 포스터' 시즌1의 스토리가 6회까지 담겼기 때문이다.


'닥터 포스터'는 시즌2까지 방송됐으며 각 시즌이 5회차로 편성돼 있다. '부부의 세계'는 부분적인 설정 몇을 한국화한 것을 제외하면 원작 시즌1의 주요 뼈대를 대부분 가져 왔다. 그렇다면 시즌1으로 '부부의 세계' 6회차를 만들었는데 시즌2로는 10회차를 채울 수 있을까라는 산술적 우려가 발생한다.


6회까지와 다르게 7회부터는 한국 제작진의 창작 부분을 많이 늘려 채울 수도 있다. 하지만 6회까지 시청률 급상승을 이끈 전개의 속도감, 상황의 긴장감은 원작의 주요 설정을 그대로 잘 갖다 쓴 덕도 분명히 있다. 시청자들이 익숙해진 6회까지의 속도감과 긴장감이 늘어지지 않도록 남은 10회를 채우는 일이 제작진들의 숙제로 보인다.


7회부터의 내용이 이전만큼 공감을 이끌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6회까지는 불륜 피해자인 선우가 복수를 하는 내용이라 다소 과한 부분 설정은 있었지만 한국 시청자들이 공감하며 볼 수 있을 만한 스토리였다. 하지만 7회부터 다뤄질 내용을 참고하기 위해 '닥터 포스터' 시즌2를 살펴보면 공감이 계속 가능할지 궁금해진다.


우선 남편의 복수가 7회부터의 큰 스토리라인 중 하나로 알려졌는데 가해자의 복수는 드라마 시청률을 주도하는 중년 여성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지 결과 예측이 쉽지 않다. '닥터 포스터' 시즌2의 주요 설정들이 시즌1보다 한국의 일반적 정서와 더 거리가 벌어지는 것도 지켜볼 부분이다.


사진제공= JTBC


6회까지처럼 7회 이후에도 원작을 그대로 다 가져 왔는지는 방송을 하기 전에는 알 수 없지만 '닥터 포스터' 시즌2에서의 선우와 태오, 선우와 다경, 선우와 아들과의 관계들 모두에서 한국에서는 ‘괴랄’하다고 평할만한 설정들이 상당히 등장한다.

 

'부부의 세계'는 6회까지 관람 등급 19세를 받았는데 이는 ‘노출이나 폭력성보다 센 설정 때문’이라고 모 감독은 밝힌 바 있다. 이를 참고하면 관람 등급이 낮아지는 7회 이후는 '닥터 포스터' 시즌2의 강도가 배가된 설정들은 가져오지 않은 것으로 추측할 수도 있어 이후 '부부의 세계' 전개에 대해 궁금증이 더 커진다.


일부 시청자들이 느끼는 피로감도 이 드라마의 성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한 요소다. 워낙 선우가 남편, 주변 사람들과 격돌하는 강렬한 설정들이 쉴 틈을 안 주고 이어지다 보니 이에 환호하는 시청자들이 많기는 하지만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조금씩 늘고 있다.


원작, 연출, 연기 3박자가 잘 맞은 '부부의 세계'는 다른 드라마에서 16회에 걸쳐 풀어 놓을 이야기를 6회 만에 밀도 높게 보여주면서 파죽지세로 역대급 드라마를 노리는 위치에 도달했다. 그렇지만 그런 태세로 인해 남은 방송분의 갈 길이 다소 머나멀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부부의 세계'가 이런 관문들을 잘 통과해 6회까지 전했던 드라마적 매력들을 최종회까지 유지한다면 역대급이라는 칭호가 가장 잘 어울리는 드라마로 자리매김할 것임은 분명하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CREDIT 글 | 최영균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