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맛남 클라쓰, 박새로이도 울고 갈 판!

오늘 저녁도 백종원처럼, 얼~마나 맛있게요?

2020.03.23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뉴시스


우리 회사가 위치한 건물 1층엔 자율배식식당이 있다. 민간이 운영하는 소규모 식당인데 뷔페의 형태로 매일 점심만 운영된다. 매끼 7~ 8가지의 반찬이나 탕(찌개) 종류로 꾸려지며 1인당 단돈 6000원만 내면 각자 본인이 원하는 반찬을 원하는 양 만큼 가져다 식사할 수 있다. 꽤 합리적인 가격에 편리한 방식까지, 월급쟁이 직장인들 입장에선 가성비 만점이다. 하루하루 점심 메뉴 고르기가 이골 난 필자 역시 자주 애용하고 있다.


그 곳은 매일 식단이 달라지는데 며칠 전엔 SBS 목요 예능 ‘맛남의 광장’에서 봤던 ‘백종원의 갓돈찌개’가 나왔다. 그날의 차림표를 본 직장 동료들,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메뉴였고 나처럼 ‘맛남의 광장’ 애청자들에겐 반가운 음식이었다. 안 그래도 갓김치로 끓인 찌개 맛이 궁금해서 언제 한번 해먹어볼까 하던 참. 이렇게나 금세 맛보게 될 줄이야! 


그러고 보면 이 식당은 종종 백종원의 레시피를 활용한 반찬과 국물을 내주었다. 지난번엔 역시 ‘맛남의 광장’에서 봤던 ‘사과 멘보샤’와 ‘멸치비빔국수’를 식판에 담았던 기억이 난다.


'완.전.하.게.' 백종원 시대다. 음식 레시피가 궁금해 포털에 검색하면 가장 먼저 쏟아지는 게 바로 ‘백종원식’이라는 정보들이다. ‘백종원식 김치찌개’, ‘백종원표 고등어조림’, ‘맛남의 광장 백종원표 홍합밥’, ‘골목식당 백종원이 전수한 불맛 꿀팁’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양 또한 방대하다. 백종원이라는 한 사람이 대한민국 가가호호 식탁에 끼친 영향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 지난 2016년 백종원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나 tvN ‘집밥 백선생’을 통해 본격적으로 방송에 뛰어든 이후, 한번쯤 그의 레시피를 따라 해보지 않은 자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음식이란 게 이토록 우리 인생에 ‘중허다’. 입에 들어가는 게, 먹고 사는 게 이만큼 흥미롭고 가치 있는 것이다. 수년째 먹방 쿡방 콘텐츠가 TV를 넘어 다양한 숏폼(Short-Form) 콘텐츠로 꾸준히 생산되며 소비되고 있지 않은가. tvN ‘수미네 반찬’ 속 김수미처럼 ‘요만치~’해가며 눈대중으로 음식을 하던 할머니와 어머니는 너무 '라떼는 말이야~'란 말씀. 이젠 유튜브를 보고 인터넷 레시피를 따라하며 음식을 만들고 먹어보고 리뷰를 공유하며 온 국민이 한층 쉽게 다양한 식도락을 향유한다. 비싼 산해진미가 아니라 편의점표 음식만으로도 잔칫상이 차려지는 기적을 보고 사는 지금, 백종원의 존재감은 그래서 더욱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사진제공=SBS



사실 유명 셰프들의 방송 부업도 오래됐지만, 스스로를 ‘요식업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백종원만큼 끈덕지게 브랜딩에 성공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이연복 최현석 이원일 등 수많은 전문 셰프들이 여전히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이지만, 백종원처럼 프로그램의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중심축이 되는 모습은 아니다. 대부분 고정 패널이나 게스트 정도의 입지에서 자신들의 노하우를 활용해 프로그램에 양념을 더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고로 지난 5년간 알게 모르게 야금야금 우리의 주방을 잠식해온 백종원의 영향력은 놀랍다. 지상파 SBS, MBC는 물론 tvN이나 올리브 채널 같은 케이블과 종편 JTBC까지 그가 직접 기획하거나 섭외해서 세상에 내놓은 프로그램이 대체 몇 편인가. 욕심쟁이인지, 워커홀릭인지 고정 방송도 모자라 직접 유튜브 채널 ‘백종원의 요리비책’(현재 구독자 363만명)까지 개설하고 다양한 레시피와 노하우들을 투척하고 있다. 


최근 백종원의 화제작은 뭐니 뭐니 해도 ‘맛남의 광장’이다. 본래 지난해 가을 추석특집 파일럿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뜨거운 반응 속에 정규 편성에 성공했다. 2019년 12월 정규 첫 방송 이후 어느덧 4개월째 든든한 고정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중이다. 특히나 ‘맛남의 광장’이 독보적인 이유는, 그가 골목 상권의 어려운 식당들을 살리는(백종원의 골목식당) 데서 한 뼘 더 진화해,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고 힘든 농가를 돕는 비책을 도입했다는 점에 있다. 백종원은 몸소 방방곡곡 산지를 찾아가고, 자연 재해나 가격 폭락 등으로 곤란을 겪는 농민들을 위로한다. 나아가 난국을 타개할 로컬 푸드 활용 레시피를 선보이고, 이마트나 네이버 등 대기업과 제휴해 전략적으로 농수산물 판매 루트를 확보하는 등 거물의 비즈니스까지 펼친다. 그야말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박새로이(박서준)도 울고 갈 수완이다.


수년 새 연말 시상식에선 턱시도 차림의 백종원을 보는 게 익숙해졌다. 매해 유재석 신동엽 김구라 등 쟁쟁한 예능인들과 대상 후보로 함께 거론되는데, 정작 본인은 손사래 치기 바쁘다. “대상 줘도 안 받을 것”, “화려한 파티에 예능인들 구경하러 오는 것” 같은 신소리까지 하는데 어쩐지 밉지가 않다. 아마도 끊임없이 방송을 하는 이유가, 인기와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참으로 먹거리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기’ 위해서임을 몸소 증명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아~ 백종원 백종원 하다 보니 부쩍 배가 고프다. 오늘 저녁은 ‘갓 김밥’ 말아 ‘갓돈찌개’ 곁들여야지!


윤가이(칼럼니스트, 마이컴퍼니 본부장)



CREDIT 글 | 윤가이(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