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의 진화! BTS, 이달의소녀, 펜타곤

2020.03.05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퍼포먼스 없는 케이팝은 상상하기 어렵다. 아무리 좋은 곡도, 아무리 좋은 비주얼도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로 구현되지 못하면 내용물 없는 빈 박스일 뿐이다. 케이팝이 언어와 국경을 넘어 사랑 받을수록, 케이팝 그룹이 늘어나면 날수록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의 중요성은 커져만 간다. 잘 만든 퍼포먼스 하나가 한 그룹의 흥망성쇠를 가르거나 커리어 방향 전체를 바꾸기까지 하는 건 지금 케이팝신에서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다. 이전과는 다른 퍼포먼스로 자신들의 명함이자 이력서를 바꾼 세 그룹의 새로운 퍼포먼스에 대하여. 




BTS (방탄소년단) 'ON' (Kinetic Manifesto Film : Come Prima)

https://youtu.be/gwMa6gpoE9I


춤곡이라기엔 다소 느린 BPM, 곡의 전반을 이끄는 마칭 밴드(marching band) 사운드, 가스펠을 연상시키는 묵직한 합창단 코러스까지. 방탄소년단의 ‘ON’은 우리가 기억하는 방탄소년단은 물론 케이팝의 익숙한 공식과도 한참 먼 곳에 위치하는 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이 곡을 거부감 없이 방탄소년단의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그 공의 8할은 퍼포먼스의 힘일 것이다. 3분 35초, 화면이 전환되며 시작되는 격렬한 댄스 브레이크는 촬영 장소인 LA 세풀베다 댐(Sepulveda dam)이 주는 광활함, 다국적 인원으로 이뤄진 마칭 밴드와 댄서들이 내뿜는 에너지 모두를 압도한다. 지금의 방탄소년단을 있게 만든 일등 공신 앞에동적 선언문(Kinetic Manifesto) 또는 처음과 같게(Come Prima)라는 설명이 사족처럼 느껴질 정도다. ‘ON’은 그저 보고, 보이는 대로 느끼면 되는 퍼포먼스다.


사진제공=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이달의소녀 ‘So What’

https://youtu.be/Rr89LafnGKI


2020년 드림캐쳐, 에버글로우, 체리블렛, 로켓펀치 등 자신들만의 장점을 살린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로 이목을 끄는 걸 그룹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이달의소녀에 주목한다. 이달의소녀는 자체채널을 통해 자신들의 곡뿐만이 아닌 케이팝 커버댄스 영상을 꾸준히 업로드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색적인 건 이들이 커버한 곡들 대다수가 남성 아이돌 그룹의 곡이었다는 점이다.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FIRE)’와 ‘Not Today’, 갓세븐의 ‘Eclipse’, 세븐틴의 ‘고맙다’ 등을 정석대로 커버하는 이들의 모습은 여성과 남성 아이돌 퍼포먼스 사이 묘하게 놓여 있던, 건널 수는 있지만 누구도 섣불리 건너려 하지 않았던 강의 영역을 서서히 지워나갔다.(SM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이수만 대표가 이들을 ‘픽(Pick)’하는 계기다 된 NCT127의 ‘Cherry Bomb’ 커버 영상은 지난 2월 29일 유튜브 조회수 1000만을 돌파하기도 했다) 걸 그룹 퍼포먼스에 대한 색다른 접근 방식과 노력이 비로소 꽃을 피웠던 ‘Butterfly’(2019)를 지나 등장한 신곡 ‘So What’의 파워풀한 퍼포먼스는 곡 내내 ‘걸그룹인게 So What(어때서)?’이라 외치고 있는 것만 같다. 


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펜타곤 ‘Dr.베베’

https://youtu.be/hZn5mRzWzYI


펜타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장난스럽고 유쾌한 곡과 퍼포먼스다. 대표곡 ‘빛나리’를 타이틀로 한 앨범 'Positive]의 제목처럼 무대 위에서의 펜타곤은 늘 밝고 긍정적이며 엉뚱했다. 갑작스런 멤버 이탈로 진통을 겪은 후에도 펜타곤의 퍼포먼스 기조는 여전했다. ‘청개구리’와 ‘신토불이’, ‘접근금지’는 조금씩 변주된 펜타곤스러움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나 ‘Dr.베베’는 다르다. 하고 많은 우주 가운데 블랙홀을 택한 이들의 무대는 전에 없는 광기로 가득하다. 수십 수백의 사랑의 순간 가운데 상대를 향한 집착에 가까운 열정을 표현하는 이들의 퍼포먼스는 싹 빠진 웃음기 대신 호러영화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메이크업, 안대, 전에 없이 열과 각을 맞춘 칼군무로 채워졌다. 곡의 절정, 공중으로 몸을 던지는 키노의 몸짓은 퍼포먼스의 하이라이트를 담당하며 극적인 연출의 정점을 찍는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CREDIT 글 |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