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형, 뭘 더 보여줄지 ‘아무도 모른다’

첫 단독 주연 드라마서 명불허전 연기력 뽐내

2020.03.05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SBS


모든 게 빨리빨리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기다린다는 건 매우 불편하고 실용적이지 못한 행위로 비쳐진다. 그러나 배우에게 기다림은 평생 친구처럼 동반해야 하는 숙명이다. 촬영 현장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것부터 좋은 작품과 캐릭터, 감독을 만나는 것까지 기다림의 연속이다. 자신의 순서와 좋은 작품이 생각만큼 빨리 찾아오면 좋겠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의 법칙. 천운을 타고났거나 아주 특별한 재능을 가지지 않는 한 오랜 시간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살아야 한다. 매우 외로운 직업인 것. 그 지난한 과정을 통해 진정한 배우로 우뚝 선 이들에게 대중은 무한한 사랑과 존경을 보낸다.


2일 첫 방송된 SBS 월화극 ‘아무도 모른다’(극본 김은향, 연출 이정흠)으로 데뷔 후 첫 미니시리즈 단독 주연을 맡은 김서형이야 말로 기다림의 미학을 증명하는 가장 적합한 사례. 1994년 KBS 공채 탤런트 14기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그는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역할의 비중에 상관없이 항상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살짝 비켜서 있었다. 2008년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으로 잠시 주목을 받는 듯했지만 기다림의 사슬을 여전히 벗어날 순 없었다.


그러나 김서형은 결코 지치지 않았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가리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며 연기열정을 불태웠다. 꿋꿋이 성실하게 초심을 되새기며 배우로서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집 진열장에 시상식서 받은 화려한 트로피는 없어도 자신을 선택해준 작품과 대본을 가장 감사한 상으로 생각하며 촬영장에서 투혼을 불살랐다. 작은 배역도 크게 보이게 만들며 대중과 관계자 모두 인정하는 ‘연기파’ ‘실력파’ 배우 반열에 올라섰다.


이런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JTBC 드라마 ‘SKY 캐슬’은 긴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 같은 작품. 김서형은 한국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악녀 김주영 선생 역을 맡아 26년이란 오랜 시간 동안 쌓은 내공과 연기력을 과시하며 자신의 진가를 확실히 드러냈다. 회가 거듭될수록 악마성을 드러내는 김주영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해내는 김서형의 미친 연기력에 찬사가 쏟아졌다. 모골이 송연해지는 악마성부터 인간적인 측은함이 들게 하는 양면적인 부분까지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사진제공=SBS

 


초대형 대박을 친 ‘SKY 캐슬’ 이후 고심 끝에 고른 ‘아무도 모른다’는 김서형 배우 인생 제2막을 여는 작품. 국내 드라마에선 드물게 중년 여자 배우가 단독으로 이끄는 형사물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김서형이 첫 단독 주연작인 ‘아무도 모른다’까지 성공시켜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해 자신의 전성기를 확실히 열어젖힐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무도 모른다’는 경계에 선 아이들, 아이들을 지키고 싶었던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감성추적극. 김서형은 19년 전 소중한 친구를 살해한 연쇄살해범을 잡겠다는 일념 하에 형사가 된 차영진 역을 맡았다. 친구가 살해될 당시 건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죄책감이 가슴 속에 깊은 트라우마로 남은 차영진은 겉모습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강철 형사. 그러나 부모의 보살핌을 잘 받지 못하는 외로운 아랫집 소년 고은호(안지호)와 우정을 나누는 따뜻한 가슴을 가졌다. 김서형은 오랜 시간 넓혀온 연기 스펙트럼으로 차영진의 형사로서 사명감과 인간적 고뇌, 어른으로서 책임감 등을 선굵게 그려나가고 있다.


‘아무도 모른다’는 첫주 방송 이후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전작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의 후광을 본 면도 있지만 시청률도 기대 이상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아무도 모른다’는 첫 방송부터 2회 연속 동 시간대 전 채널 1위를 차지하며, 월화극 최강자 자리를 차지했다. 파격적이고 흡인력 넘치는 스토리에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미스터리 추적극 장르적 성격을 잘 살린 세련된 연출, 연기파 배우들의 완벽한 앙상블까지 더해져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드라마의 중심을 잡고 있는 김서형이 굳건하게 서 있다.


김서형의 연기는 단 두 회만 방송됐지만 ‘명불허전‘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압도적이다. 이제까지 드라마에 등장해온 전형적인 ’걸크러시‘ 여형사가 아닌 진짜 ’형사‘의 아우라를 뿜어낸다. 연쇄살인 용의자를 만났을 때 강렬한 카리스마, 죽은 친구 어머니를 만났을 때 가슴 깊이 우러나오는 슬픔, 외로운 소년 은호와 함께할 때 풍겨진 온화함 등 차영진의 다층적인 감정을 섬세하면서도 호소력 있게 표현해내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안방극장에 고정시켰다. 왜 이제야 단독 주연을 맡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그러며 앞으로 김서형이 차영진 형사 캐릭터로 펼칠 명연기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아무도 모른다’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은호 투신자살 시도에 대한 미스터리와 미진하게 마무리된 겹겹이 베일에 싸인 성흔연쇄살인사건의 전말 등 차영진 형사가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단순히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물이 아닌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드라마의 메시지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 선봉에 배우 김서형이 서 있으니까!  첫주 방송만 봐도 시청자들은 전적으로 차형사를 믿고 따라가도 될 듯싶다. 시청자들은 빌딩에서 뛰어내릴 만큼 절박했던 소년의 억울함을 차형사가 풀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서형이 오랜 시간 쌓아온 에너지를 폭발시키며 코로나 19로 상처받고 힘든 시청자들의 마음에 위로와 힐링을 선사하기를 기원해본다.

 

최재욱 기자 jwch69@ize.co.kr 

 

 



CREDIT 글 | 최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