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카와 사귀는데 자꾸 다른 남자가 생각나 …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시즌2 호불호 나뉘어

2020.02.25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넷플릭스


“난 남자친구가 생기면 다른 남자는 아예 생각이 안 나는 줄 알았다. 근데 난 (지금 사귀는) 피터한테 완전히 빠져 있으면서도 (예전에 좋아했던) 존과 나눈 대화가 자꾸 떠올랐다.”

 

넷플리스 하이틴 로맨스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시리즈는 사랑과 연애에 대한 것이라면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상상하는 것도 열심이지만 진짜로 하는 것은 두려워하는 한국계 십대 소녀 라라 진(라나 콘도르)의 연애담이다. 라라 진은 짝사랑에 빠지면 상대에게 편지를 쓰곤 하는데, 편지는 실제로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마음을 정리하는 의식이었다. 시즌 1은 이 5통의 비밀 러브레터가 의도치 않게 5명의 짝사랑 남자에게 실제 발송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았다.

 

12일 공개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시즌2는 전 시즌에서 마음을 확인한 피터(노아 센티네오)와 라라 진의 본격 연애를 그린다. 그러나 공개된 작품은 양분된 반응을 얻고 있다. 시즌 1의 평점이 8.5였던데 반해 시즌 2는 6.5일 정도로 호불호가 나뉘고 있다. 달달하고 알콩달콩한 10대의 연애기를 기대했던 시청자는 뜻밖의 무게감에 낮은 점수를 주지만 유치하고 과장된 하이틴 무비를 예상했던 시청자는 의외의 깊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필자는 후자의 의견에 한 표 던진다. 영화는 첫 연애의 폭풍 같은 감정 소용돌이를 드라마틱하게 담아내면서 갈등과 실수로 점철된 성장통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라라 진은 피터와 간 데이트 코스가  이미 전 여자친구와 다녀간 곳인 거 같아 신경이 곤두서고, 그가 원하는 만큼 스킨십을 해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래서 친구에게 너무 잘난 남자친구가 버겁다고 토로하지만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지”라며 배부른 소리 취급한다. 자꾸 그와 다른 점만 눈에 보여 울적하기만 할 때 나타난, 이전에 좋아했던 남자 존(조단 피셔). 적당히 평범해서 주눅 들게 만들지 않고, 공통점이 많아 이야기가 잘 통한다. 이런 다른 매력 때문에 라라 진은 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혼란스럽다.  그런 상황에서 피터는 전 여자친구와의 인연을 끊어내지 못하고 질척거린다.

 


 

사진제공=넷플릭스


킹카와 사랑에 빠진 평범한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비현실적이고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로 남기에는 두 사람의 연애사가 꽤나 다사다난하다. 서로를 아프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허황된 꿈으로 자신을 옥죄고, 솔직하지 못한 표현으로 상대를 아프게 하면서, 다른 이성과의 관계를 정확하게 규정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열정적이지만 서투르게 사랑했던 10대 시절을 떠올리게 해 20,~30대도 집중하게 하는 힘을 가졌다. 어른스럽지만 아직 사랑에는 미숙한 라라 진의 성장기를 섬세하게 표현해낸 배우 라나 콘도르의 공이 크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제니 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덕에 미국 영화에서 등장하는 한국 문화를 보는 것도 신선한 재미다. 주인공은 한복을 입고 세배하고, 우리 고유의 정서인 ‘정’으로 감정의 소용돌이를 풀어낸다. 백인만 사는 듯했던 미국 로맨스물에 유색인종을 전면으로 내세웠다는 것도 이 영화의 큰 성취다.

 

넷플릭스가 만든 하이틴 무비는 전형적이고 관습화된 장르 공식을 착실하게 답습하지만, 그렇다고 매번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여주인공이 자격지심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습을 공개하지 못하고 대리인을 내세운다는 설정의 ‘시에라 연애 대작전’은 ‘시에라의 사기 대작전’이 아니냐며 조롱받았다. 185cm라는 남다른 신장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 진실한 사랑을 알아보지 못한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톨걸’의 이야기는 정해진 결말로 황급히 내달리는 캐릭터 때문에 공감을 사지 못했다. ‘키싱 부스’는 순수하고 경험 없는 소녀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마초적 남자를 주인공으로 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허술한 진행과 강박적 설교를 일삼는 넷플릭스의 하이틴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감정선을 차분히 따라가고 성급한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시리즈는 동일 장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나름 안전한 선택이다. 15세 관람가.


김은하(칼럼니스트, 유투버)



CREDIT 글 | 김은하(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