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에델바이스는 안녕하신지?

'드래곤 퀘스트: 유어 스토리'를 둘러싼 오해!

2020.02.21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넷플릭스


손예진과 현빈이 피워낸 에델바이스가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두 사람이 주연한 tvN 금토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지난 16일 케이블 최고 시청률 21.7%라는 기록을 세우며 종영했다. 리정혁(현빈)이 북으로 향하며 윤세리(손예진 )에게 하나의 화분과 함께 예약 문자를 통해 미리 보내 놓은 메시지는 그들의 애달픔의 절정이었다. 그가 전한 마지막 예약 문자엔 화분 속 씨앗의 주인공이었던 에델바이스가 피는 나라에서 언젠가 만나자는 기약이 담겼다. 그리고 에델바이스의 꽃말은 바로 ‘영원한 추억’이었다.


지난해, 8월 일본 극장가에도 에델바이스가 피어났다. 바로 애니메이션 '드래곤 퀘스트: 유어 스토리'가 그 주인공이다. 원작인 '드래곤 퀘스트'는 일본 게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게임 시리즈. 지금도 최고의 인기 게임 제작사로 군림하는 스퀘어에닉스의 전신 에닉스에서 지난 1986년 발매한 '드래곤 퀘스트'는 일본 롤플레잉 시스템을 선도한 선구자로 꼽힌다. 신드롬을 넘어 이미 문화로 자리 잡았고, 2019년 기준 누적 판매량 7,600만 장 이상을 기록 중이다. 말 그대로 국민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드래곤 퀘스트: 유어 스토리'는 시리즈 중 최고의 명작 중 하나로 꼽히는 '드래곤 퀘스트 5'를 원작으로 한다. '드래곤 퀘스트 5'는 발매 당시엔 타 시리즈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주인공이 한 아버지의 아들에서 청년으로, 그리고 결혼을 하여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는, 3대를 어우르는 스토리가 부각 받으며 당시 게임을 했던 청소년들이 성인이 된 후 인생작으로 꼽는 작품이 됐다. 하여 리메이크가 됐을 때 더 인기를 얻는 기현상을 일으켰고 마치 작중 스토리처럼 부모와 자녀가 함께 모험하는 게임으로 인정받게 됐다.


그러기에 지난해 2월 '드래곤 퀘스트: 유어 스토리'의 제작 발표엔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다소 아쉬운 건 드래곤 퀘스트의 3대장, 프로듀서 호리이 유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드래곤볼’의 작가로 유명한 도리야마 아키라, 음악의 스기야마 고이치 중 도리야마 아키라가 불참했다는 정도다. 수많은 '드래곤 퀘스트'의 팬들은 3대가 함께 극장을 찾을 것을 꿈꿨다. 그것은 마치 현재 북미 최고 박스오피스 기록을 가지고 있는 '스타워즈7: 깨어난 포스' 제작 소식이 전해졌을 때와 닮아있었다.


주의 : 이하 기사 내용엔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드래곤 퀘스트' 팬들의 에델바이스는 처참하게 짓밟혔다. 개봉 당시 극장 문을 나서는 수많은 관객들이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는 소식이 바다 건너에서 들려왔다. 이유는 엔딩에 있었다. 마지막 등장한 빌런 보스는 알고 보니 VR 게임 속 바이러스였다. 지금껏 주인공의 모험은 그저 가상현실이었다. ‘아, 지금까지 모든 것은 꿈이었습니다’라는 상황보다 더 최악을 맞이한 것이다. 심지어 그 바이러스는 주인공 나아가 관객을 게임중독자 취급하며 성인이 되어서도 게임이나 하고 살 것인지, 옛날 게임에 그만 매달리고 현실에 돌아가 진짜 인생을 살라고 다그친다.


사진출처='드래곤 퀘스트: 유어 스토리' 공식 트위터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 처음 공개된 '드래곤 퀘스트: 유어 스토리'는 철저하게 추억에 기댄 작품이다. 사실 도리야마 아키라의 부재로 인한 작화 걱정은 접어도 좋다. 시리즈의 정서를 CG로 잘 구현해냈고, 액션 연출 또한 훌륭하다. 하지만 방대한 스토리가 발목을 잡았다. 원작의 스토리를 알지 못한다면 작품의 온전한 매력을 20%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주인공의 탄생과 유년 시절을 그린 프롤로그조차 1992년 발매한 게임 화면을 차용해 스킵 했다. 추억 소환엔 용이했지만, 스토리를 이해하긴 힘든 연출이다. 곳곳에 위치한 이스터에그도 원작 팬만 박수를 칠 지점이 많다.


결과는 뻔했다. 추억 기반의 작품이 추억을 품고 사는 사람들을 병자 취급했다는 소문과 함께 드높았던 평점은 곤두박질쳤고, 원작자 호리이 유지를 성토하는 글이 빗발쳤다. 이에 아직 작품을 접하지 못한 해외 팬들에게도 시리즈의 흑역사처럼 취급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로잡아야 할 지점이 있다. 막상 공개된 '드래곤 퀘스트: 유어 스토리'의 엔딩은 그런 막장이 아니다. 그저 편향된 해석이 낳은 루머에 불과했다.


주인공이 살아온 삶은 VR 게임 속 세상이 맞다. 게임 엔딩과 함께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소중한 추억을 짓밟은 건 아니다. 바이러스의 입을 빌린 서브컬처에 대한 모독은 분명 있지만, 결국 주인공은 백신으로 바이러스를 퇴치한다. 즉, 색안경을 낀 사회의 편견을 물리친다. 그리고 다시 본래 '드래곤 퀘스트'의 세상으로 돌아와 지금까지 경험한 것은 헛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아가 게임이었지만 그 모험 속 이야기는 당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렇기에 '드래곤 퀘스트: 유어 스토리'였던 것이다.


분명 계산 미스다. 감독의 의도가 온전히 전달되지 못하고, 루머까지 양산해냈다. ‘응답하라 1992’를 따라가던 관객에게 막판 10분의 반전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니, 이를 오롯하게 소화할 리 만무했다. 다만 그것은 올드팬 한정이다. '드래곤 퀘스트'와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 혹은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소로 다가온다. 넷플릭스 공개 이후 각국에서 올라오는 호평이 그 방증이다. '드래곤 퀘스트: 유어 스토리'의 제작 발표 당시 “시리즈의 글로벌화”를 외쳤던 것이 괜한 호언장담은 아니었던 것이다.


아마 많은 올드팬들이 원한 건 유년 시절부터 키워 온 자신의 에델바이스가 여전히 아름다운지였을 것이다. 허나 그 꽃이 실제가 아닌 홀로그램이었다고 말하니 기대 심리가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감독도 나름 신경이 쓰였던 걸까?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직전 주인공은 자신을 때리는 아내에게 “아프다, 정말 아프다”라고 말한다. 당신이 품어온 추억은 현실이라는 사인을 마지막까지 담아놓은 셈이다.


원작의 스토리를 고스란히 옮기기만 해도 평타를 쳤을 '드래곤 퀘스트: 유어 스토리'는 그렇게 쉬운 길을 멀리 돌아 다가온다. 아직도 루머에 현혹되어 관람을 기피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어린 시절 조이패드를 잡고 있던 세대들에게 보내는 헌사이자, 지금도 게임에 울고 웃는 새로운 세대들에게 보내는 응원이 담겼다. 당신의 에델바이스가 어떤 모양으로 피어있든 무슨 상관일까? 소중한 추억을 다시 한번 꺼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으로 피어날 '드래곤 퀘스트: 유어 스토리'다.


권구현(칼럼니스트)



CREDIT 글 | 권구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