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하이바이, 마마’로 인생작 만드나?

풍부해진 감성과 능청스런 코믹연기로 시청자 잡는다!

2020.02.20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tvN


과거에는 연기력이 조금 부족해도 배우 외모가 특출 나면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대중이 원하는 판타지를 제공할 만한 자신만의 필살기가 있다면 연기가 서툰 것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연출과 각본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고 연기의 디테일이 부족해도 눈감아주는 분위기였다. 예쁘고 잘생겼으니까!


이렇게 대중은 선남선녀 신인이 작품 수가 더해지면서 연기력이 느는 걸 기다려줄 용의가 충분히 있었다. 이런 인내심 덕분에 연기가 서툴렀던 신인이 작품 편수가 늘어날수록 연기력이 일취월장해 ‘연기파 배우’의 반열에 오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더 이상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외모만 뛰어나고 연기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배우로 성장하거나 자리 잡기 힘들다. 스타성으로 주연 자리에 오른다고 해도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면 호되게 지탄을 받고 캐스팅 순위에서 밀려나기 십상이다. 그만큼 과거에 비해 경쟁이 치열하고 ‘전 국민이 평론가’라고 말할 정도로 대중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 외모로만 생존할 수 없다. 실력이 우선인 세상이다.


배우 김태희는 10여년 넘게 ‘대한민국 국가대표 미녀’ 자리를 지켜온 톱스타. 서울대 출신이라는 학력의 희소성은 지적 이미지를 생성하며 스타성을 높였다. 유복한 가정환경에 항상 1등을 달렸던 학창시절과 현재 남편이 된 톱스타 정지훈과의 열애까지 알려지면서 만인의 부러움을 더욱 샀다. 선망과 질투를 동시에 받으며 최고의 셀러브리티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은 김태희에게도 부족한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아킬레스건인 연기력. 항상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는 건 인정받았지만 결과물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경국지색’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한 미모 때문에 늘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연기에 대한 평가는 고개를 가로젓게 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를 악 물고 노력했지만 제대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드라마 ‘장옥정-사랑에 울다’, ‘용팔이’ 등에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대중을 만족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인간미가 안 느껴지는 여신 수준의 미모가 발목을 잡은 걸까? 스타성에 맞춘 높은 기대치와 현실감 넘치는 메소드 연기가 주류를 이루는 트렌드도 분명 김태희의 연기에 대한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내게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대중과 공감대를 이루지는 못하는 연기 스타일. 머리로 캐릭터를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는 평가가 많았다. 일상생활 모범생의 비극이다.


출산과 육아로 공백기를 가졌던 김태희가 5년 만에 연기자로 컴백한다. 복귀작인 tvN 토일 드라마 ‘하아바이 마마’(극본 권혜주, 연출 유재원)는 김태희의 복귀만으로도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더군다나 20%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민드라마 반열에 오른 ‘사랑의 불시착’의 후속작품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더군다나 ‘고백부부’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권혜주 작가와 ‘오 나의 귀신님!’의 유제원 감독의 만남이어서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가 더욱 올라가는 중이다. 이제 불혹을 넘고 두 아이 엄마가 되면서 많은 인생경험을 한 김태희가 드디어 연기자로서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이바이, 마마’는 사고로 가족의 곁을 떠나게 된 차유리(김태희)가 새 인생을 시작한 남편 조강화(이규형)와 딸아이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은 고스트 마마의 49일 리얼 환생 스토리를 그린 휴먼 코미디. 간략한 스토리만 보면 최진실 주연의 영화 ‘고스트 맘마’와 손예진 소지섭 주연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연상된다. ‘환생’과 ‘귀신’이라는 지극히 한국적 소재로 따뜻한 위로와 공감, 유쾌한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사진=tvN

 

최근 공개된 예고편을 보면 김태희의 변화와 성장을 엿볼 수 있어 기대를 모은다. 5년이라는 공백이 무색하게 한층 여유로워지고 편안해 보이는 것. 여전히 눈이 부시게 아름답지만 톱스타 김태희가 아니라 5년차 귀신 차유리가 보인다는 게 고무적이다. 차유리는 이제까지 드라마에 나오는 일반적인 귀신의 선입견을 깨는 독특한 캐릭터. 많이 보아온 한이 서린 귀신이 아니라 귀신 생활에 완벽히 적응한 매사에 긍정적인 캐릭터다. 아이 곁을 떠돌던 차유리가 어느 날 갑자기 죽기 전 모습으로 사람이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이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 예정이다. 차유리가 재혼한 남편 강화(이규형)의 아내 자리를 49일 안에 되찾아야 영원히 사람이 될 수 있는 슬픈 미션을 이루며 딸 앞에 설지 관심을 모은다.


김태희가 배우로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생활의 냄새, 즉 ‘현실감’이 안 느껴졌던 것.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아이를 배속에 10달 품고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출산하는 경험은 수많은 감정을 오가게 만드는 일. 두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경험은 김태희에게 배우로서 엄청난 자양분이 됐다. 공개된 영상 속 김태희의 연기는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 그 자체다. 분신과 같은 아이를 두고 떠나야 했지만 아이에 대한 사랑 때문에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차유리의 감정에 완전히 몰입돼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또한 밝고 발랄한 본인의 성격을 살린 몸을 사리지 않는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는 “이런 모습 처음이야”라는 탄성을 지르게 할 만큼 신선하다. 김태희가 이번 작품으로 본인을 옥죄는 선입견을 깨부술지 관심을 모은다.


김태희는 비교불가한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데뷔 후 곧장 톱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인생작’이라 부르는 대표작이 없는 게 사실. ‘하이바이, 마마’가 바로 그 직품이 될 것이라는 게 제작진의 장담이다. 모든 게 빨랐지만 배우로서는 천천히 달리는 장거리 선수였던 김태희가 불혹을 넘은 나이에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배우로 우뚝 서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재욱 기자 jwch69@ize.co.kr



CREDIT 글 | 최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