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금밤', 나영석 PD의 빅픽쳐는 과연 뭘까?

6개 숏폼 모은 옴니버스 예능 반응 기대 못미쳐

2020.02.19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tvN


“그래서 지금 하고 싶은게 뭘까.”


나영석 PD의 새로운 실험이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모으고 있다. 현재 한창 방송중인 tvN 금요 예능프로그램 ‘금요일 금요일 밤에’(이하 금금밤)가 그렇다.


지난 1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금금밤’은 노동, 요리, 과학, 미술, 여행, 스포츠 등 각기 다른 소재의 6개의 숏폼(short-form) 코너를 옴니버스로 모은 프로그램. 유튜브와 인터넷 짤 등이 트렌드인 만큼 TV에서도 길이가 짧은 숏폼을 시도하는 중인데, 아직까지 “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시청률도 나 PD의 히트작들에 비하면 미미하다. 내놓을 때마다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시청률 효과까지 이어지던 나영석 PD인데, 이번 ‘금금밤’에서는 실력발휘가 제대로 안 되는 모양이다. 이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오가는 가운데 내용적인 변화 없이 형식적인 실험만 강조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나영석 표 예능의 1등공신이자 수혜자인 이서진, 이승기, 은지원, 송민호 등을 멤버로 하면서 ‘꽃보다’ 시리즈나 ‘삼시세끼’, ‘알고 보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이르기까지 나 PD의 전작들을 연상케 하는 코너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선보인 ‘신서유기 외전:삼시세끼-아이슬란드에 간 세끼’(이하 아간세)나 ‘라끼남’(라면 끼리는 남자)으로 숏폼을 이미 선보인 바 있는 나 PD다. ‘금금밤’을 통해 TV채널에 새로운 프로그램 문법을 소개하고 있다는 명분은 퇴색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간세’와 ‘라끼남’은 TV방송 후 유튜브로 팬들을 유인하는데 성공, 그 저력을 보여줬다. 반면 ‘금금밤’은 유튜브로 이어지는 효과도 덜 하다. ‘라끼남’이 파격적인 6분 방송 후 유튜브를 통해 10~15분 가량의 풀버전을 확인할 수 있게 제작됐다면, ‘금금밤’은 오로지 TV방송분 15분이 전부다.


많은 방송 관계자들은 ‘아간세’와 ‘라끼남’을 통해 숏폼의 성공을 맛본 나 PD인 만큼 ‘금금밤’은 또 다른 실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단순히 러닝타임이 조금 더 길어진 숏폼 형식의 도전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런 이유로 앞서 선보인 숏폼들은 유튜브로 유인하는 계획으로 시도가 참신했다는 평인 반면 ‘금금밤’은 오로지 텔레비전만을 위한 프로그램일 뿐 다른 새로운 접근이 없다는 아쉬운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나 PD가 ‘금금밤’으로 보여주고 싶은게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경험치가 남다른 그인 만큼 현재의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에 더욱 궁금해진다.


‘금금밤’은 코너 말미 오른쪽 하단에 다음 코너 재생까지 4초가 남았다는 알림이 뜨는 모습이 흡사 유튜브를 연상시킨다. ‘신서유기’를 웹예능으로 론칭하고 ‘라끼남’ 등으로 유튜브 타깃팅하며 TV프로그램을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봤던 나PD가 이제는 유튜브의 형식을 TV로 옮겨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도 장치로는 기대에 전혀 부응할 수 없는 모습이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처럼 시청자의 취향에 맞게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게 아닌 이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사진제공=tvN


다시금 ‘나영석 PD는 왜 ’금금밤‘을 했을까?‘ 라는 질문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나 PD가 ‘금금밤’ 제작발표회에서 했던 말들을 곱씹어 볼 만하다.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요즘 프로그램들이 너무 길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고, “시청률이 낮을 것이라는 각오는 하고 만들었다”고 밝혔다. 결국 나영석 PD는 시청률을 뒤로 하고라도 숏폼을 고정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기로 작정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청률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필요한 스토리텔링은 기본적으로 시간이 필요한데, 15분으로는 그 깊이와 재미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걸 나 PD가 몰랐을 리 없다. 그렇기에 이를 포기하고 숏폼을 선택했다는 건 나 PD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게 아닐까 상상하게 된다.


시청률을 포기하고 프로그램을 내놓은 건 숏폼의 정착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끝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숏폼을 TV채널 속 본 궤도에 올리는게 나 PD의 도전인 것이다. 결국 나 PD는 늘 그랬듯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걸로 영역을 확장 중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영석 표 예능의 DNA를 녹인 6개의 숏폼을 연달아 보여줌으로써 기성 시청자들에게 숏폼을 친숙하게 학습(?)시키는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에도 나영석 PD는 각 프로들의 출연자들이 대동소이하고, 여행을 소재로 하는 등 공통분모가 많아 변화에 소극적인 것 아닌가 하는 시선도 없지 않지만, 각기 다른 참신한 포인트를 부각시키며 프로그램들을 성공시켰다. ‘금금밤’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서서 숏폼을 시청자들의 눈에 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금금밤’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들은 나영석 PD의 명성을 이유로 그의 실험과 도전에 대해 지나치게 기대를 갖게 된 게 원인인지도 모른다. 나 PD라면 정말 대단한 기획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치가 있었기에 기존 프로그램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을 짧게 편집한 게 별거냐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말로 별게 아니라면, 나 PD는 왜 (시청률 부진이라는)위험을 무릅쓰고 시도했을까 반문하게 된다. 오히려 이제는 ‘금금밤’ 이후 그의 행보는 무엇일지, 나영석 PD가 그리는 큰 그림이 무엇일지 기대를 하게 된다.


조성경(칼럼니스트)



CREDIT 글 | 조성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