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웃백과 베니건스에는 손님이 없을까

2015.01.16 페이스북 트위터



작년 말, 매체가 앞다투어 패밀리 레스토랑의 하락세를 보도했다. 토니 로마스와 아웃백 스테이크가 기사의 주연이었다. 전자는 사업 자체를 철수했고, 후자는 전체 매장의 약 30%(전체 109개 매장 가운데 34군데)의 영업을 올해 순차적으로 종료한다는 것. 다른 브랜드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T.G.I 프라이데이스와 베니건스는 사업주체가 바뀌었고, 전성기의 절반에서 10%대 수준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빕스는 브랜드 세분화 작업 중이며, 씨즐러와 마르쉐는 2013년 문을 닫았다.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단 원인부터 따져보자. 매체에서는 ‘맛집’의 등장과 웰빙 추구 경향을 주원인으로 꼽았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천편일률 및 반조리 위주의 요리에서 개성 있는 음식점으로 소비자의 관심이 옮겨가는 한편, 저칼로리 건강식 선호 경향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한편 SNS에서는 내수 부진 이야기가 돌았다. 쓸 돈이 없으니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는 것.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다. 자세히 살펴보자.

나는 한국의 외식에 딸려오는 만트라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첫 번째는 ‘Style over substance’다. ‘본질보다 겉보기’ 정도로 옮길 수 있겠다. 음식도 함께 먹는다고 믿지만, 사실은 스타일의 섭취 비중이 큰 외식 형태다. 대부분의 양식이 여기에 속한다. ‘오늘 고상하게 칼질 한 번’이다. 전성기에 패밀리 레스토랑은 이 유형의 최선이었다. 마카로니 샐러드와 돈가스의 ‘경양식’ 다음 단계 양식을, 철저히 서구적인 분위기에서 제공했다. 게다가 프랜차이즈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그 분위기가 일관적이고 탄탄했다. 분명히 새로운 외식 경험이었다. 두 번째 만트라는 ‘질보다 양’이다. 모순화법(Oxymoron)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싸고 양 많은 음식’을 찾는 성향이다. 배를 불리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므로 어느 문화권에서나 그런 음식을 찾겠지만, 우리나라의 ‘질보다 양’은 반찬 문화와도 상관이 있다. 맛보다 가짓수 늘리기에 치중해, 수가 집합적으로는 양으로 치환되는 결과를 낳는다. 



국내 도입 약 20년 만에 패밀리 레스토랑이 겪는 존립의 위기는, 내수 불황으로 인한 두 만트라의 주도권 이전에 사회의 다각화가 가세한 결과다. 똑같은 음식을 다른 곳에서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더 잘 하는 곳도 등장했다.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굳이 패밀리 레스토랑에 갈 필요 없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게다가 메뉴는 기본적으로 서양 고전의 변주다. 2~30대, 넓게 잡아 40대 초중반에겐 낯익지만, 그 이상의 연령층에게는 낯설다. 심지어 낯이 익다고 해도, 밥과 반찬이라는 자체 식사 형식이 존재하는 한 영원한 별식일 수밖에 없다. 현대카드에서 공개한 2012년의 빅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서울의 한식 매출액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아 66.2%다. 양식이 가장 익숙할 20대도 전국 통틀어 한식 지출 비율이 65~70%다. 별식인데 변하지 않는다면, 더 치열해진 경쟁에서 자연스레 밀리게 된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차례가 된 것이다. 여기에 내수 불황은 ‘질보다 양’의 입지를 더욱 굳게 다져준다. 모두 돈이 없어 싸고 양 많은 음식을 찾게 되는 것. 그런 가운데 패밀리 레스토랑의 잠재적 주 고객층이자 주머니가 가벼운 2, 30대는 이제 서가앤쿡 같은 음식점으로 향한다. 적당히 분위기를 갖춘 데다, 전략적 메뉴 구성으로 3만 원에 두 사람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적어도 두 배 더 드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굳이 지갑을 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패밀리 레스토랑의 쇠퇴 이후에는 ‘괴식’의 득세를 예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압도하는 단맛. 서가앤쿡처럼 ‘하이브리드 양식’을 갈수록 강해지는 한식의 단맛으로 버무려 낸다. 끼니를 위한 음식은 짠맛 위주인 기본 얼개가 파괴된 것이다. 따라서 괴식이다. 두 번째는 ‘질보다 양’의 또 다른 표현인, 이종격투기식 중첩 요리다. 맛이 있다고 여기는 음식을 단순히 겹쳐 새로운 음식을 만든다. ‘김피탕(김치피자탕수육)’이나 피자 위에 피자를 얹은 ‘어깨 피자’ 등이 이에 속한다. 치즈등갈비도 있다. 여러 모로 ‘맛있는’ 나날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이용재(음식평론가)
남의 나라 대학원까지 가서 건축을 공부했다. 직장생활도 몇 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음식에 대한 글을 쓰고 옮긴다. 맛없다고 비판을 많이 해서 ‘모두 까기’라고 원성이 자자하다. 주로 혼자 먹는다.


CREDIT 글 | 이용재(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