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만지: 넥스트레벨’, 예상 가능한 게임

2019.12.12 페이스북 트위터


10년’ 보세

쿠니무라 준, 이케와키 치즈루, 스기사키 하나
김소미
: 2025년을 배경으로 산 혁명 이후의 디스토피아적 홍콩을 그린 인디영화 ‘10년'(2015)의 일본판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총괄 제작을 담당하고 5명의 젊은 감독들이 연출했다. 저소득층 75세 노인을 대상으로 국가가 안락사를 장려하는 광경을 그린 ‘플랜75’는 초고령사회의 체념과 불안을 선명히 드러낸다. ‘장난꾸러기 동맹’의 청소년들은 뇌를 감시하는 AI 시스템을 부착한 채 살아가야 한다. 인간성과 도덕, 감정까지 검열당하는 미래의 어린 초상들은 좌절과 염세로 물들어 있다. ‘데이터’는 디지털 유산 카드라 불리는 기록 시스템을 통해 한 인간의 삶을 열람할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하면서, 사생활의 붕괴에 절망한다. 방사능 오염을 무릅쓰고 지상의 태양과 하늘을 보고 싶은 지하 소녀의 이야기인 ‘우리가 볼 수 없는 공기’, 징병 모집 포스터를 만드는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다시금 전쟁에 동원되는 청년들을 비추는 ‘아름다운 나라’는 보다 직접적으로 동시대 일본 사회에 내재된 공포를 가리킨다. 5편이 제각기 다양한 스타일과 날카로운 주제를 적시하며 기복없는 완성도를 자랑하는 ‘10년’은, 옴니버스 형식만의 유기체적 특성을 만족스럽게 체험할 수 있다. 하나로 묶여 있을 때에만 가능한 상호 작용과 의미의 확장. 이를 통해 근미래의 지옥도는 곧 현재를 진단하는 명민하고 서늘한 보고서로 탈바꿈한다.


‘쥬만지: 넥스트 레벨’
드웨인 존슨, 잭 블랙, 케빈 하트, 카렌 길런
김리은
: 한번 들어가면 미션을 완수하기 전까지 현실로 돌아올 수 없는 쥬만지 게임에서 무사히 탈출한 이후, 대학에 입학해 뿔뿔이 흩어진 스펜서(알렉스 울프)의 친구들은 오랜만에 만나 근황을 나누기로 한다. 그러나 여전히 소심한 자신의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웠던 스펜서는 용맹하고 결함이 없는 게임 속 캐릭터 닥터 브레이브스톤(드웨인 존슨)으로 돌아가기 위해 쥬만지 게임을 다시 실행한다. 전편 ‘쥬만지: 새로운 세계’에 이어 현실 인물들이 게임에 들어간다는 설정을 실감나게 살리고, 다시 게임에 들어간 스펜서와 친구들이 이전과 다른 캐릭터를 수행하게 되는 설정으로 흥미를 높였다. 특히 스펜서의 할아버지 에디(대니 드비토)와 그의 친구 마일로(대니 글로버)까지 함께 게임에 들어가면서 공감의 폭이 보다 넓어졌다. 그러나 이전보다 늘어난 캐릭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전반적으로 산만하고 설명적이며, 이전보다 다양해진 게임 속 장치들과 미션들 역시 예상 가능한 전개의 기시감을 지울 만큼의 긴장감을 조성하지는 못한다. 특히 전편과 마찬가지로 여성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식이 여전히 구시대적이라는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로운 나날’ 글쎄
조현철, 김아현
임현경
: 배우라고는 하지만 대사 한 줄뿐인 작은 배역도 따내지 못하는 영화(조현철)와 과학 교사 아현(김아현)은 동거 중인 연인이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말다툼을 벌이게 되고, 아현은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아느냐’며 영화를 내쫓는다. 영화는 평소처럼 대충 집 밖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돌아가지만, 문을 열어줄 아현은 보이지 않는다. 사랑을 표현하는 데에 서툴고 상대를 세심하게 배려하지도 못했던 남성 ‘영화’의 성장기다. 영화라는 매체를 향한 애정과 함께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았다. 그러나 배우가 역할을 매력적으로 소화하는 것과 별개로, 이야기 자체가 사랑스럽게 그리려 노력하는, 즉 미화하는 인물의 특성은 의문점을 남긴다. 영화의 판타지적 요소 중 가장 비현실적인 것은, 연인이 빨래할 양말을 늘 뒤집은 채 던져놓고 공과금 한 번 제대로 낸 적 없으며 언제나 ‘위에 있는 것처럼’ 현학적인 조언을 늘어놓는 남성이 여성들의 귀여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CREDIT 글 | 김소미(‘씨네21’ 기자) , 김리은, 임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