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만나는 채식

2019.11.29 페이스북 트위터
비건(고기는 물론 우유, 그리고 달걀까지 먹지 않는 채식의 유형, 혹은 그러한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살면서 “단백질은 어떻게 해?”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듣고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질문이 무색할 만큼 두부, 템페(인도네시아의 콩 발효 음식)와 같이 단백질이 풍부한 재료를 챙겨서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해 먹는다. 한국에서 채식을 하면 외식을 하기가 번거롭기 때문에 직접 요리를 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비건이라고 해서 늘 가스불을 올려 음식을 만들 기운이 넘쳐나는 건 아니다. 외식을 할 때에는 웬만하면 좋은 단백질을 먹으려 노력하지만, 달고 짠 ‘정크푸드’가 간절할 때도 있다. 그럴 때에는 편의점으로 달려간다. 편의점 또한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비건에게 친절하지 않은 공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분표를 꼼꼼하게 확인하며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선다. 우유, 달걀, 동물성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비건 간식을 소개한다.




채식버거, ‘콩불고기 버거’

11월 초, CU는 비건 도시락과 비건 김밥, 비건 버거를 동시에 출시했고, 이에 질세라 세븐일레븐도 비건 버거를 출시했다. 기업 간의 경쟁이 이렇게 감동적인 순간이 또 있었을까. 호기심 반, 비건으로서의 사명감 반으로 신제품들을 모두 시식해보았다.

채식주의 김밥은 포장지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유부를 비롯한 채소들이 참…… 수줍음이 많았다. 너무 수줍은 나머지 한쪽 끝에서 나머지 한쪽 끝으로 갈 때까지 얼굴을 잘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도 시간과 뱃속의 여유가 부족할 때 근처 편의점에서 편하게 집어들 수 있는 밥이 있다는 게 안심이 된다(가격 2,500원). 채식주의 도시락에는 콩단백(콩고기), 바질 파스타(펜네, 블랙 올리브슬라이스), 단호박, 병아리콩이 알차게 들어있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다 먹고 나면 꽤 든든하다. 다만, 많이 달다(가격 3,300원).

콩불고기 버거는 좀 더 힘주어 추천하고 싶다. 전자레인지에 30초 데운 채식버거를 한 입 베어물고, 짧게 쾌재를 불렀다. “아, 정크하다!” 얄팍한 양상추에 토마토 한 장, 피클 몇 조각, 콩단백 패티 한 장이 전부지만, 불량한 맛을 간절하게 바랐다면 아주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빵부터 갈비맛소스까지 완벽한 비건이다(가격 2,700원~2,800원).


노브랜드 다크 초콜릿

3년 동안 페스코 베지테리언(고기는 먹지 않지만 해산물, 우유, 달걀은 허용하는 채식의 단계)으로 살다가 비건이 되기로 결심하던 시기에 가장 고민이 되었던 것은 ‘과연 내가 초콜릿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였다. 시중의 초콜릿은 대부분 밀크초콜릿이고,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유가 들어간다. 초콜릿 없이 PMS를 견딜 수 있을 것인가. 시작과 동시에 최대의 위기를 맞은 나에게 단비같은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노브랜드 다크 초콜릿이다.

이름이 다크 초콜릿이기는 한데, 꽤 많이 달다. 어릴 적 호기심에 먹어본 카카오 99.9% 함량 초콜릿의 충격적인 크레파스 맛이 아니다. 역시 비건인 내 친구들은 작은 냄비에 무가당두유를 붓고 노브랜드 다크 초콜릿을 몽땅 넣어 끓인 핫초코를 무척 좋아한다. 이 초콜릿이 그 정도로 달콤하다는 뜻이다. 두툼하고 큼지막한데, 1,200원을 넘지 않는다(1,180원). 같이 비건 모임을 하고 있는 친구의 말에 따르면, “그 가격의 딱 1.5배 정도 맛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더욱 저렴하다.


행사 다과로 딱 좋은 비건 비스킷, ‘로투스’

누군가 행사에서 쓸 비건 다과를 추천해달라고 할 때 가장 먼저 추천하는 것이 로투스다. 너무 흔해서 “그거 비건이에요”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가격도 저렴하다. 하나하나 개별포장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포장지 하나에 여러 개를 담은 제품도 나오고 있다(사진 속 제품은 1,500원).

동네 슈퍼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다과로는 쌀과자도 있다. 초록색 포장지에 간장맛이 나는 것이 비건이다. 달콤한 맛이 나는 빨간색 포장지 쌀과자에는 젤라틴(돼지에게서 나온)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건이 아니다.

비건을 실천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습관적으로 제품 하나하나의 성분표를 확인하곤 한다. 성분표 말미에 있는 굵은 글씨를 먼저 확인하면 쉽다. ‘밀, 대두 함유’라고 써 있으면 대부분 비건이다. ‘대부분’이라고 하는 이유는 비타민 D3(주로 물고기로부터 추출), 코치닐 색소(곤충에게서 추출)와 같이 동물로부터 추출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건을 엄격하게 실천하려면 이렇게 자잘한 성분 하나하나까지 확인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동물로부터 추출하는 불필요한 재료 혹은 성분이 얼마나 많은지를 다시금 느끼기도 한다.


‘오레오’는 논비건, ‘OREO’는 비건

미국의 오레오는 2014년 이후로 비건이 되었는데(식물성 크림 사용), 한국의 오레오는 여전히 우유를 넣어 생산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불필요한(충분히 대체 가능한) 소고기 조미, 동물성 유제품을 줄이면 좋을 텐데 말이다. 수입 과자점이나 편의점에 파는, 포장지가 비닐로 되어있고 원산지가 인도네시아인 오레오는 비건이다.

포장지가 비닐로 되어 있는 오레오보다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미니 오레오’도 비건이다. 포장 컵에 여러 국가의 언어가 써 있는 것으로 수입 오레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니 오레오는 바닐라맛 크림과 초콜릿 크림, 두 종류가 있다. 편의점마다 판매하는 것이 다르다(1,500원).

나의 경우 저렴한 과자가 바닐라맛일 경우 쉽게 집어들지 않는데, 왜냐하면 천연 바닐라를 쓰지 않는 제품에 비버의 항문에서 추출하는 캐스토리움이라는 향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바닐라맛이고, 가격이 저렴하고, 우유와 달걀이 들어가지 않았을 경우 마지막으로 인공합성향료를 사용했는지 확인한 뒤 집어들면 좋다.


젤라틴 없는 젤리, ‘트롤리 스파게티’

내가 비건을 시작할 때 ‘초콜릿을 포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것처럼, 누군가는 ‘내가 젤리를 포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안심하길 바란다. 비건 젤리가 있다. 돼지에서 추출한 젤라틴이 들어가지 않은 젤리도 있다는 뜻이다.

비건 젤리는 주로 전분을 이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젤라틴으로 만드는 젤리와는 식감이 약간 다르다. 대표적인 전분 젤리로는 ‘젤리빈’이 있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바로 그 콩 모양 젤리이다. 전분으로 만든 젤리는 씹을 때 특유의 입자가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많이 끼는 편이지만, 비건도 젤리를 즐길 수 있다는 기쁨을 상쇄할 만큼 큰 단점은 아니라고 본다.

편의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비건 젤리로는 트롤리의 스파게티 모양 젤리가 있다. 신 것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새콤한 스파게티 모양의 젤리에 설탕이 촘촘하게 달라붙어있다. 여러 명이 함께 나눠먹기에 좋은 양이다(가격은 2,000원). 설탕이 우수수 떨어지기 때문에 노트북이나 카펫 위에서 먹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CREDIT 글 | 소라(녹색당원)
사진 | 소라(녹색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