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 미국에서 일으킨 바람

2019.11.26 페이스북 트위터


한국에서는 5월 30일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에서는 요즘 관심을 받고 있다. 10월 11일 미국에서 개봉했기 때문이다. 개봉 5주차가 되는 현재 매출 1천만 달러를 넘어섰고, 내년 2월에 있을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을 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 이미 해외의 저명한 평론가들이 찬사를 보냈었고, 지금도 ‘기생충’이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영화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미국 시장에서 개봉하면서 ‘기생충’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영어가 아닌 언어로 제작된 영화가 1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기생충’이 역대 미국에서 매출을 가장 많이 올린 외국 영화는 아닐지 몰라도, 2019년 한 해 가장 성공한 외국 영화임은 분명하다.

한국인들이 볼 때는 5월에 개봉한 영화의 평론이 거의 6개월이 지난 지금 나오고 있다는 게 다소 이상할지는 모르겠다. 10월 10일 올라온 ‘더 애틀랜틱’은 “모든 관객이 봉준호가 인간에 대해 얘기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즉, 비극이 되기 전까진 완벽한 코미디라고도 볼 수 있는 인간에 관한 얘기 말이다.”라고 ‘기생충’을 평했고, ‘로저이버트닷컴’은 “‘기생충’은 의심할 여지 없는 올해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고 썼다. ‘BBC’는 “사회적 메시지가 플롯 자체만큼 강력하다.”라고 썼고, ‘디트로이트 뉴스’는 “우리 시대에 딱 맞는 영화고, 봉준호는 타협하지 않는 명쾌함과 비전을 보여줬다. 아마도 당연하게 있을 할리우드의 리메이크가 영화의 날카로운 면모를 무디게 만들기 전에 꼭 봐야 한다.”라고 추천했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인 ‘설국열차’가 미국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심으로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과는 다르게, ‘기생충’은 이쯤 되면 주류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전 세계 시장에서 1억 1,5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걸 차치하더라도, 주류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은 아카데미 때문이기도 하다. ‘가디언’은 ‘기생충’이 오스카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넘어 그 이상을 넘볼 수 있다고 말한다. ‘뉴욕 타임스’ 또한 이미 오스카 최우수 작품상을 향한 경쟁이 시작됐다면서, 경쟁선에 서 있는 영화 중 하나로 ‘기생충’을 뽑았다. ‘기생충’이 최우수 작품상의 압도적인 수상 후보냐고 묻는다면 그건 다소 애매하다. 하지만 ‘기생충’이 주목을 받는 이유에는 아카데미 위원회가 그동안 작품상에서는 안전한 선택만 해왔다는 점이 있다. 작년에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멕시코 영화 ‘로마’가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카데미는 외국 영화가 아닌 좀 더 안전한 ‘그린북’에 작품상을 줬다. ‘인디와이어’는 ‘로마’ 이전 90년 동안 아카데미가 총 10번 외국 영화를 작품상 후보에 올렸지만, 그 어떤 영화에도 작품상을 준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성이나 젊은 투표자들, 소수인종들이 아카데미를 바꾸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작년 ‘로마’ 때와 다를 수도 있다.


봉준호 감독은 ‘벌처’와의 인터뷰에서 아카데미를 두고 이런 말을 했다. “오스카는 사실 국제 영화제가 아니잖아요. 대단히 지역적인, 로컬 영화제죠.”라고. 정확한 ‘사실’이지만, 오스카가 지역 영화제라는 말은 미국의 영화 산업 규모를 생각할 때, 정말 지역적이라고만 말할 수 있나 싶기도 하다. ‘기생충’을 비롯한 자신의 영화들을 두고 봉준호 감독은 ‘옥자’, ‘설국열차’, ’기생충’은 모두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기생충’은 지극히 지역적인,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지만, 미국과 한국 모두가 자본주의 아래에 있기 때문에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영화가 말하는 빈부격차, 계급에 대한 얘기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문제다. 지극히 보편적인 자본주의라는 이야기를 지역적으로 풀어낸 ‘기생충’이 지역적이지만 자본주의 덕에 세계적인 영화제처럼 느껴지는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탈 수 있을까? 내년 2월에 ‘기생충’이 다시 한번 미디어의 관심을 받길 바란다.


CREDIT 글 | 윤지만(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