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예 웨스트의 하나님

2019.11.22 페이스북 트위터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크리스천 힙합 앨범을 만들 거라고 예상한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러니까 순도 100%의 하나님 찬양 앨범 말이다. 과거 ‘Jesus Walk’란 곡에서 “만약 신에 관해 얘기하면, 내 곡을 틀어주지 않을 거라고?”라며, 분노하던 그는 새 앨범 ‘Jesus Is King’을 통해 작정하고 찬양을 쏟아낸다. 이는 그동안 기인과 괴인 사이에서 칸예가 보여온 여러 변칙적인 행보 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지지’, ‘2024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세 손가락 안에 꼽을만한 사건이다. 그가 올해 1월부터 가스펠 그룹 선데이 서비스(Sunday Service)를 결성하여 복음을 전파하는데 힘을 쏟긴 했지만, 계획된 새 작품은 분명히 ‘Yandhi’였다. 그렇기에 ‘Jesus Is King’으로의 급선회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데뷔 이래 신을 찬양하던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신과 동등한 위치에 올라서고자 했다. 그건 단순한 기믹(gimmick) 이상이었다. 일부 기독교 신자들은 신성모독이라고 느꼈을지도 모를 ‘Yeezus’란 앨범 제목은 (비록, 작품 내에서 본인은 신의 지배를 받는다고 밝혔을지라도) 이 같은 욕망이 고스란히 드러난 예다. 누구보다 자기자신을 사랑했고, 신의 영역까지 넘보던 이가 다시금 신 앞에서 자신을 낮춘다. 감히 하나님에게 충고를 하다가 화를 부르기도 하지만(‘Give him some advice, he starts spazzin' on me’ –“Follow God” 중에서), 이마저도 아빠에게 칭얼거리는 아이의 모습에 가깝다. ‘Jesus Is king’은 희대의 천재관심종자 힙합 아티스트에서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거듭난 칸예의 간증과 복음이 담긴 작품이다. 그만큼 그가 이번 앨범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매우 단순하고 분명하다. 그리고 앨범 속의 칸예는 당황스러울 만큼 너무나도 신실해 보인다.

선데이 서비스 성가대(Sunday Service Choir)의 합창만으로 채운 가스펠 트랙 ‘Every Hour’로 시작하여 짧은 보컬을 통해 신에게 경배하는 ‘Jesus Is Lord’로 끝맺는 구조만 봐도 ‘Jesus Is King’의 정체성은 명확히 드러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앨범이 과연 기독교를 믿지 않는 청자들까지 끌어안고 설득할 수 있을까? 실제로 이것의 여부는 꽤 중요하다. 칸예가 10월 24일, 유명 라디오 DJ 제인 로우(Zane Lowe)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본작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큰 목표 중 하나가 “사람들을 기독교로 개종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미션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하여 특히 중반부 이후, “Everything We Need”를 기점으로 노골적인 찬양을 쏟아붓는다. 이 구간에서의 ‘Jesus Is King’은 힙합이기에 앞서 가스펠 앨범이다.

고백하건대 믿는 종교가 없는 입장에서 칸예의 복음이 지닌 설득력과 깊이를 판단하긴 어렵다. 그러나 순수하게 음악적인 부분에서라면, ‘Jesus Is King’은 범작 수준에 그쳤다. 평범한 완성도 탓에 실망스러웠던 전작 ‘Ye’보다는 듣는 즐거움이 있지만, 칸예의 커리어를 통틀어 최하위를 다툴만하다. 오늘날 그의 앨범을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프로덕션 때문이다. 그동안 이룩한 업적을 생각해보라. 특유의 ‘칩멍크 소울(chipmunk soul)’ 프로덕션 스타일을 통해 주류에서 한물갔던 옛 소울 샘플링의 미학을 새로운 방향에서 제시했고, 과감한 해체와 결합으로 힙합 프로덕션의 경계에 대한 건설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칸예 웨스트는 언제나 트렌드를 주도했고, 때론 트렌드 그 자체였다. 심지어 지나치게 독선적인 태도마저 그의 거대한 음악 세계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처럼 느껴지게 할 정도다.

그러나 ‘Jesus Is King’은 특별히 논할만한 부분이 없다시피 할 정도로 평범하다. 전반부를 채운 샘플링에 기반을 둔 칸예식 힙합 트랙들이 주는 반가움도 잠시, 다소 관성적인 전개 탓에 몰입도가 떨어진다. 중반부부터 배치한 가스펠 트랙들도 마찬가지다. 크리스천 힙합이라는 장르의 본질에 충실하고자 한 의도는 충분히 느껴지지만, 기독교를 믿지 않더라도 음악에 이끌려서 계속 듣게 하기엔 여러모로 부족하다. 즉, 종교적인 신념을 내려놓았을 때 ‘Jesus Is King’보다 즐겁게 들을 수 있고 완성도 높은 크리스천 힙합, 알앤비 앨범은 많다. 커크 프랭클린 (Kirk Franklin), 디씨 토크(DC Talk), 가스펠 갱스터즈(Gospel Gangstaz) 등등, 이미 대중음악으로서의 힙합, 알앤비와 크리스천 음악으로서의 힙합, 알앤비의 경계를 허문 작품들이 상당수 있다는 얘기다.

칸예의 결과물답지 않게 허점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난 곡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Use This Gospel"은 대표적이다. 현시대 최고의 랩 스킬을 지닌 푸샤 티(Pusha T)와 칸예보다 먼저 크리스천 힙합 아티스트로 변신한 노 맬리스(No Malice) 형제로 이루어진 듀오 클립스(Clipse)의 재결합과 전혀 의외의 피처링, 케니지(Kenny G)와의 협연에 기대감이 폭발한 것도 잠시다. 곡이 시작되자마자 최종 완성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율되지 않은 사운드와 지루한 비트가 당혹스러움 2연타를 날린다.

물론, 그의 탁월한 실력을 느낄 수 있는 곡은 존재한다. 홀 트루스(Whole Truth)의 1969년 곡 ‘Can You Lose by Following God’에서 (아마도 칸예가 정말 좋아하는 성언으로 보이는) “Father, I stretch my hands to you, 아버지 당신께 제 손을 뻗습니다.” 부분을 샘플링하여 중독적인 루프를 만들고 빈티지한 질감으로 마감한 ‘Follow God’, 단 몇 개의 사운드 소스만을 가지고 오밀조밀하게 엮어서 미니멀한 힙합 프로덕션의 정수를 들려준 ‘Hands On’ 등이 그렇다. 특히, 자기연민과 자기기만이 뒤엉킨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을 담은 듯이 사명감과 구원을 얘기하는 ‘Hands On’은 상당한 감정의 파고를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간혹 잊어버리곤 하는 출중한 래퍼로서의 칸예와 만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칸예 웨스트는 ‘Jesus Is King’을 더욱더 영적인 기운이 강력한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가사에서의 욕설 및 비속어를 일절 금한 것은 물론, 작업에 참여한 모든 아티스트에게 금식과 섹스 금지를 요청했다. 심지어 랩을 ‘악마의 음악’이라고 생각하여 관둘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다른 프로젝트를 병행하던 이에겐 오직 이 앨범의 작업에만 집중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나온 음악의 완성도가 평범하다는 점은 뼈아프다. 어쨌든 ‘Jesus Is king’이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거대한 엔터테인먼트가 담긴 크리스천 음악 앨범인 건 분명하다.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어떤 의미에서든 이번에도 우릴 놀라게 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또한, 여전히 칸예는 낯간지럽지 않게 ‘천재’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소수의 아티스트다. 그러나 최근의 행보와 음악적인 결과물을 보자면, 이는 어느 순간 과거형이 될지도 모른다. 아직은 전도사 칸예나 미국 대통령 후보 칸예보다 뮤지션 칸예를 더 보고싶다.



CREDIT 글 | 강일권(‘리드머’,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