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악행전│① ‘악마의 편집’부터 불공정 계약까지

2019.11.19 페이스북 트위터
“아버님이 (투표조작) 논란에 대해 '이의제기 하고 싶다'라고 할 때 하지 말라고 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아닌가." 지난 15일 방송된 MBC ‘PD수첩’의 ‘CJ와 가짜 오디션’ 편에서 ‘아이돌학교’ 출연자 이해인이 한 말이다. 이날 방송이 지적했듯 CJ ENM은 거대한 회사 시스템을 활용해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이용한 홍보, 매니지먼트 회사의 자회사 편입을 통한 아이돌 관리 전담, 공연 섭외까지 아이돌을 스타로 만들고 키우는 모든 과정을 독점했다. 그리고 ‘프로듀스 101’, ‘프로듀스 101 2’, ‘프로듀스 48’, ‘프로듀스X101’까지 모든 시즌에서 제작진 주도로 투표 조작이 이뤄진 것이 확인됐다. 이만하면 CJ ENM이 잘하는 것은 문화가 아니라 조작과 악마의 편집, 출연자 착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듀스 101’은 물론, 이전부터 자극적인 편집으로 물의를 빚고 출연자들을 방송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던 Mnet의 지난 과오들을 정리했다.



‘아찔한 소개팅’, 이때부터 바로잡아야 했어

‘아찔한 소개팅’은 킹카(또는 퀸카) 1명이 이성 도전자 5~6명과 데이트를 한 뒤 1명만 남기고 탈락시키면 최종 1인이 상금과 킹카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2006년 8월 첫 방송 이후 2008년 3월 종영까지 시즌 4에 걸쳐 9번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징계를 받았다. 남성 도전자가 자신을 탈락시킨 여성에게 콩알탄을 마구 던지고, 남성이 여성 도전자들의 두피와 귓속 청결, 겨드랑이를 비롯한 신체 부위의 제모 상태를 검사하고, 여성 도전자들을 성형외과에 데려가 수술 비용을 견적내고, 뱃살의 두께를 재서 가장 두꺼운 여성 도전자를 탈락시키는 등 매회 방송마다 무리한 설정과 폭력성을 보였다. 고등학생을 출연시켜 방심위로부터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사람과 돈을 비교해 선택하도록 하는 등 시청 대상의 정서 발달 과정을 고려하지 않는 내용”이라는 지적과 함께 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해당 프로그램의 기획 및 연출을 맡았던 한동철 PD는 당시에 대해 “회사 가기가 무서웠다. 아침부터 기사가 별의별 기사가 나왔는데 그것에 비하면 모든 일이 아무것이 아닐 정도였다”라면서도 “아직도 ‘아찔한 소개팅’을 만들 때 생각은 변함이 없다. 내게 제일 중요한 것은 대중들이 지금 사는 현실에 맞는 현실성이다”(‘스포츠서울’)라고 말했다. 심의기관의 제재와 시청자들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그는 윤리와 규범에 어긋난 당시의 방송을 ‘현실성’이라 표현했다. Mnet 내부에서의 자정과 성찰이 부재하다는 방증이다. ‘아찔한 소개팅’으로 이름을 알린 한동철 PD는 이후 제작국장으로서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프로듀스 101’ 등을 기획했다.


슈퍼스타 K’, 편집이 만든 악마

‘슈퍼스타 K’ 시리즈는 제작진이 재미를 주기 위해 특정 출연자를 ‘악마의 편집’으로 연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정 장면이 논란이 되고 해당 출연자들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제작진이 반박하는 일이 반복됐다. 시즌 3에서는 예리밴드 한승오가 논란에 휩싸였다. 다른 팀과의 협업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만을 밀어붙이는 장면으로 인해 질타를 받은 그는 “파트너들과의 미션은 즐겁고 화목한 시간이었는데도 (제작진이) 나를 독단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억울하고 분했다. 슈스케는 ‘악마의 편집’, ‘막장방송’이라는 수식어들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며 ‘(영상)조작’을 ‘편집 기술’로 미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제작진은 원본 영상을 공개했다. “그냥 마음대로”라고 무심하게 던졌던 방송 내용과 달리 뒤에 “우리끼리 결정난 사항에 대해선 마음대로. 그냥 신나고 재밌게 할 수 있게끔”이라는 말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한승오의 태도를 달리 보이게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여기에는 가장 논란이 됐던, 한승오가 “나는 반대”라고 외치는 부분이 없었는데, 제작진은 이에 대해 “‘나는 반대’ 부분 등은 인터뷰 영상에 담겨 있다. 인터뷰 영상 원본도 따로 있지만 경연을 위해 협연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있었던 것이 문제가 됐기 때문에 해당 영상 원본만을 공개했다”라고 해명했다.

이런 ‘악마의 편집’의 시발점은 김그림이 출연한 시즌 2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김그림은 조장으로서 행동하는 모습이 이기적이고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비쳐 거센 비난을 받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관계자는 오히려 “‘슈퍼스타K’는 착한 사람들만 나오는 인간극장이 아닌데 왜 한쪽으로만 보려고 하는지 안타깝다”라며 “논란이 예상된다고 그 부분을 삭제하는 것은 오히려 프로그램 공정성을 위해서라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뉴스엔’)라고 주장했고, 김그림은 “너무나 하고 싶다 보니까 잠시 정신이 나갔던 것 같다”(‘스타뉴스’)라며 사과했다. 특정 인물의 자극적인 부분을 부각하고 이로 인해 화제를 얻는 편집이, 누군가에게는 ‘조작’이 될 수 있는 연출 방법이 정말 ‘공정성’을 위한 것인가. Mnet은 그때부터 무수한 비판을 받았지만, 결국 ‘프로듀스 101’까지 오고야 말았다.


‘쇼미더머니 4‘, 선택에 따른 책임

‘쇼미더머니 4’는 시즌 1~3 방영 당시 수차례 지적받았던 문제를 반복한 데 더해, 혐오 표현 및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방송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최고 수준의 징계를 받았다. 2015년 7월 10일 방송분에서 송민호는 ‘딸내미 저격 /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가사를 읊었고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공식성명을 내고 “송민호의 랩은 대한민국 여성과 대한민국 산부인과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에 송민호는 “경쟁 프로그램 안에서 그들보다 더 자극적인 단어 선택과 가사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잘못된 결과를 초래한 것 같다”라며 사과했다. 이날 방송분은 이외에도 블랙넛의 속옷 노출, 이현준의 ‘속사정 하지마 콘돔 없이’라는 가사 등이 포함됐고, 방심위는 품위 유지, 양성평등, 방송언어 위반을 이유로 과징금 3000만 원을 부과했다. 또한 제작진이 “욕해도 되냐”라고 묻는 출연자에게 “마음대로 하라”라고 말하자 비프음이 뒤잇는 장면이 포함된 ‘쇼미더머니 4 코멘터리’ 방송분도 “앞선 시즌에서 꾸준히 욕설 문제가 있었는데 PD가 욕설을 조장했다”라는 이유로 과징금 20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제작진은 이러한 논란이 생길 때마다 출연자들을 현장에서 일일이 통제할 수 없으며, 발견하는 것마다 비프음이나 X표기를 하고 있지만 놓치는 부분들이 생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글자를 가리고 들리지 않게 한다고 그 맥락과 대상을 향한 혐오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논란이 된 촬영본을 삭제하지 않고 일부를 가려서라도 방송에 포함한 것은 제작진의 선택이었다. 과징금 5000만 원이라는 무거운 결과가 말해주듯, ‘몰랐다’라는 말로 선택에 따른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었다.


‘쇼미더머니 6’, 검열의 기준

‘쇼미더머니 6’는 모호한 검열 기준으로 의아함을 자아냈다. Mnet은 ‘쇼미더머니 6’ 본편 방송보다 한 달 앞선 2017년 5월 18일 지코, 딘, 다이나믹 듀오, 박재범, 도끼, 비지, 타이거JK 등 프로듀서들의 사이퍼 영상을 공개했다. 이 중 타이거JK는 ‘꺼지지 않는 초심 번져 / Nothing impossible / 눈뜬 시대 이제 속지 않지 / 파란 기와도 이제 높지 않지 / 깊은 마음속에 심은 노란색 리본 / Represent the truth’라는 가사를 통해 당시 촛불집회로 촉발된 사회 움직임을 이야기했다. 해당 영상에서는 단어 두 개가 묵음 처리됐는데, 추후 두 단어가 각각 청와대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를 상징하는 ‘파란 기와’와 ‘노란색 리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익조 CP는 이에 대해 “우리 프로그램은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진 분들만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조심스러운 마음에 고민하다가 삭제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작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앞서 장애인 비하, 여성혐오 표현 등으로 인해 여러 차례 법정 제재를 받았던 ‘쇼미더머니’가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특정 단어를 검열했다는 사실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가 커졌다. 해당 시리즈에 출연하지 않은 래퍼 허클베리 피는 이를 두고 “이른바 여성혐오 표현들을 그대로 내보낸 프로그램이, ‘노란색 리본’은 묵음 처리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갔다. ‘쇼미’뿐만 아니라 미디어 전반에서 내가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켜지지 않고 더러는 뒤집히더라”(‘시사인’)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Mnet은 앞서 2012년 10월 ‘비틀즈코드 2’ 방송 중 극우 성향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전라도 출신자를 비하하는 말로 쓰이는 ‘전라디언’을 자막으로 삽입했다가 사과한 바 있다.


‘텐트 인 더 시티’, 출연자가 감수해야 했던 위험

‘텐트 인 더 시티’는 조작 방송 논란이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진 사례다. 2010년 9월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비연예인 김씨는 “작가가 준 대본대로 했는데 ‘4억 명품녀’라는 별명을 얻으며 네티즌들의 악플과 협박에 시달렸다”라며 Mnet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작가들이 가능한 한 재미있게, 럭셔리하게 해 달라고 요청해 지시대로 했을 뿐인데 방송 후 네티즌들에 의한 신상털이에 시달리고 파렴치한 속물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히게 됐다”라고 주장하며 대본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이를 “김 씨의 사전 인터뷰를 토대로 한 구성안”이라며 “김씨가 자발적으로 촬영에 응해 놓고 방송 후 대중적 비난이 쇄도하고 국세청 세무 조사까지 받게 되자 그 책임을 방송사 측에 전가하고 있다”라고 반박, 같은 금액으로 맞불 소송을 벌였다. 김 씨와 엠넷 간의 첨예한 갈등은 2011년 5월 양측이 조정에 합의하며 마무리됐다. 합의에 ‘보도 및 발설 금지‘ 조항이 포함됐으며 이를 어길 시 거액의 위약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해당 합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김 씨는 올해 6월, 사건 9년 만에 언론 인터뷰에 응해 “대본을 공개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하니 절망스러웠다”라며 “몇 년 동안 CJ, 제일제당 계열 음식은 먹지도 않았다. 너무 치가 떨리고 힘들어서 엠넷, tvN 등 CJ 계열 케이블 방송은 안 봤다”(‘뉴시스’)라는 심경을 전했다.


‘아이돌학교’, 지켜지지 않은 출연자들의 인권

지난 10월 4일 MBC ‘뉴스데스크’는 CJ ENM의 갑질 의혹을 단독 보도하면서 ‘아이돌학교’ 출연자들이 겪은 인권 침해를 함께 다뤘다. ‘아이돌학교’의 촬영은 여름부터 겨울까지 5개월 동안 이어졌지만 제작진은 여름용 단체복만 지급했고, 연습생들은 한겨울까지 여름옷으로 버텨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생필품은 한 달에 한 번 CJ 계열사의 드러그 스토어에서만 살 수 있었고, 먹을 것이 부족했던 일부 연습생들은 학교를 갈 때마다 모자나 속옷에 음식을 숨겨 들어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15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도 ‘아이돌학교’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증언은 이어졌다. 실명으로 해당 방송에 출연한 이해인은 숙소였던 핑크빛 내무반에 대해 “공사가 된 지 얼마 안돼서 페인트 냄새가 가득하고 환기도 안 되는 곳”이라며 “피부가 약한 아이들은 온몸에 빨갛게 피부병이 날 정도”라고 밝혔다. 그리고 다른 연습생들은 “합숙한다고 가둬두니까 스트레스를 받아서 방충망이랑 창문을 다 뜯어서 탈출했다”, “(출연자들 대부분이) 생리를 안 했다”라는 말로 당시의 열악한 상황을 묘사하기도 했다.

애초 ‘아이돌학교’는 교복을 입은 채 춤을 추는 연습생들의 몸에 물을 뿌려 신체가 드러나도록 하는 연출을 통해 성 상품화를 의도하거나, 실시간으로 투표 결과가 방송되는 사이 최하위 성적을 기록한 참가자가 생방송으로 심경을 밝히도록 했다. 연습생들을 철저하게 방송 소재의 수단으로서만 바라본 제작진의 시각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데뷔를 위해 이조차도 감내한 연습생들은 이미 답이 정해진 각본의 무대에 놓여 있었다. 이해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프로그램에 출연한 41명 중 대다수가 3000명이 참석했던 예선으로 선발되지 않았고, 팀 내부 경연이 갑자기 팀 간의 대결로 바뀌거나 상대 팀이 립싱크로 경연하는 등 변화가 잦았으며, 특히 곡에 대한 오디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도 제작진의 반대를 이유로 탈락해 “미안하다”라는 사과를 들었다고 밝혔다. 일반인을 교육해 아이돌로 육성한다는 콘셉트를 내세웠던 프로그램의 진정성 자체를 의심케 하는 증언들이다. 그리고 이날 ‘PD수첩’과 인터뷰를 한 연습생들은 "프로그램 계약서에 비밀 유지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다", "무섭다 정말. 말 한마디 한마디가"라고 말했다. 그만큼 데뷔라는 꿈을 저당 잡힌 연습생들의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의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러나 ‘PD수첩’에서 ‘아이돌학교’의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제기한 제작 환경 문제에 대해 “급식소가 있었다. 그 친구들이 밥을 너무 잘 먹어서 살이 쪄서 걱정할 정도”라고 반박했다. 연습생들이 건강과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최소한의 문제를 제기할 때조차 제작진은 아이돌에게 요구되는 체형을 언급하고 있었다. 애초에 연습생을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각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제작진은 여전히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담당 CP였던 김태은 PD를 비롯한 ‘아이돌학교’의 제작진들은 현재까지도 이렇다 할 사과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혹시 ‘프로듀스 101’의 논란에 묻어 가고 싶은 것일까.


‘언프리티 랩스타 2’,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무너진 공정성

2015년 11월, ‘OSEN’은 여성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 2’의 출연진 중 트루디, 헤이즈, 캐스퍼, 그리고 애쉬비가 프로그램 시작 전에 Mnet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이에 대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Mnet 측은 “슈퍼스타K’의 우승자와 준우승자 등 화제의 출연자들이 일정기간 CJ의 매니지먼트를 받는 것(인큐베이팅 시스템)과 같은 맥락”이며 “일정 기간 기획사가 없는 출연자의 관리”(‘OSEN’)일 뿐이라 해명했다. 그러나 ‘슈퍼스타K3’부터 Mnet이 도입했던 인큐베이팅 스쿨은 프로그램 종영 후의 사후 트레이닝 시스템으로, 프로그램 이전의 매니지먼트 계약과는 차이가 있다. 또한 ‘언프리티 랩스타 2’는 당시 인지도가 낮은 신인 래퍼였던 헤이즈를 1화에서 제시와 비교하며 비중 있게 다뤘고, 추후 무편집본에서는 가사를 잊어버린 것으로 드러난 트루디의 실수를 삭제한 채 그가 피에스타 예지와의 디스 배틀에서 승리하는 장면을 방송했다. 한동철 PD가 당시 ‘OSEN’과의 일문일답에서 “특정 출연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없다”라고 해명한 것과는 배치되는 지점이다. 한동철 PD는 당시 일문일답에서 “아무래도 시즌2의 스타는 (다른 소속사 출신인) 예지”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당시 일부 시청자들은 예지에게 ‘악마의 편집’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방송 초기 귀가 좋지 않은 예지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은 주변과 소통을 하지 않는 성격처럼 편집됐고, 트루디와의 디스 배틀 무편집본에서는 트루디가 예지에 대해 “버르장머리가 없다”라고 평하는 부정적인 인터뷰를 보여준 후 두 사람이 언쟁을 벌이는 모습을 조명했다. 추후 예지는 탈락자 리매치 무대에서 “애초에 짜놓은 각본”, “뗐다 붙였다 니네 맘대로 다 해봐”라는 가사로 프로그램에 대한 디스처럼 보이는 랩을 공연하기도 했다. Mnet은 논란이 될 수 있는 참가자들의 언쟁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디스를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출연자들이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소재마저도 화제성을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 당시부터 Mnet에게는 공정성에 대한 준수보다는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가장 중요했던 것처럼 보인다.

©일간스포츠

프로듀스 101’, 기울어진 운동장의 불공정 계약

2016년 2월, ‘일간스포츠’는 ‘프로듀스 101’의 계약서를 단독 입수, 공개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연습생의 출연료는 0원, 엠넷이 기획해 발매하는 음원 콘텐츠의 수익은 CJ ENM 측이 50%, 기획사가 50%를 갖는다. 또한 음원 콘텐츠 작업에 참여한 세션 등 작품자들의 지분은 기획사가 배분하게 돼 있다(제5조). 연습생의 출연료 명목으로 지급되는 음원 수익조차 계약상 연습생 본인에게 직접 보장되는 지분은 없다. 또한 이 계약은 가요 기획사와 연습생이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편집한 내용 및 방송 이후 결과에 대해 CJ ENM 측에 “민형사상 법적 청구를 제기할 수 없다”라고 명시하기도 했다(제7조13항). ‘악마의 편집’등 Mnet이 출연자에게 일으키는 문제들에 대해 사실상 법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 해 4월 CJ ENM 측에 출연자 계약 조건과 관련된 불공정 약관 12개를 바로잡도록 명령했다. 그에 따라 부당한 촬영 내용 편집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해도 일체의 이의 제기를 금지하는 조항, 출연자의 저작권 등 법률상 권리를 사업자에게 귀속시키는 조항 등이 시정되었다.

2018년 4월, Mnet 측은 '프로듀스 48'에서 출연자들에게 방송 1회당 10만 원을 지급하고 음원을 발매하게 되는 연습생들에게 한 곡당 가창비 100만 원씩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OSEN’) 그러나 지난 10월 4일 MBC ‘뉴스데스크’가 단독 보도한 ‘프로듀스X101’의 출연 계약서에서 10만 원의 출연료는 중도 탈락할 경우 받지 못하는 비용이었다. 또한 노래에 대한 수익은 기획사 측에 1곡당 100만 원만 지급되고 추가 수익은 모두 CJ ENM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불공정한 계약에도 불구하고, 무한 경쟁에 놓인 아이돌 연습생에게 아이오아이(I.O.I)나 워너원 같은 스타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낸 CJ ENM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절실한 기회일 수밖에 없다. 거대한 기업이 만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정한 계약이란 처음부터 불가능한 환상이 아니었을까.


‘쇼미더머니 4’, 아수라장이 된 10분

‘쇼미더머니 4’는 미국 래퍼 스눕독을 초대한 자리에서 참가자들의 몸싸움을 유도해 경쟁 과열 논란을 일으켰다. 2015년 7월 10일 방송 말미 제작진은 스눕독 앞에서 사이퍼가 진행될 것을 예고하며 참가들이 마이크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장면을 짧게 공개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댓글을 통해 “그냥 결방했으면 좋겠다”, “이건 힙합에 대한 모욕”, “나라 망신 제대로 시킨 것 같다” 등의 의견을 제작진에게 전달하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그러자 제작진은 다음주 방송에서 이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그대로 화면에 띄우고 “논란을 일으켜 정말 죄송하다. 한국 힙합 발전에 보탬이 되는 ‘쇼미더머니’가 되겠다”라는 사과를 전했다. 그러나 이후 방송 내용은 사과가 무색할 정도였다. 28명의 래퍼들은 10분 안에 마이크를 잡고 스눕독에게 인상깊은 랩을 들려줘야했고, 제한된 시간 내에 마이크를 잡지 못하면 탈락됐다. 탈락을 면하기 위해서는 랩 실력과는 무관한 몸싸움이 불가피했다. 제작진이 설정한 극한의 경쟁 상황은 래퍼들에 대한 존중(respect)이 전무한, 방송 첫머리에 언급한 “한국 힙합 발전”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양홍원(영비)에게 마이크를 양보한 서출구는 규칙을 지키지 않은 탈락자임에도 시청자들에게 찬사를 받는 모순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는 방송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인터뷰를 1시간 넘게 한 것 같은데 다 편집됐다”라며 “마이크를 양보한 건 착해서가 아니라 내가 하기 싫어서였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프로듀스 101’ 시즌 2 제작진,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 발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101명의 아이들이다.” 2017년 4월, ‘프로듀스 101’ 시즌 2 제작발표회에서 안준영 PD가 한 말이다. ‘프로듀스 101’ 시즌 2가 A부터 F까지의 등급으로 나뉜 연습생들의 식사, 화장실 사용, 퇴근 등을 레벨에 따라 진행해 차별을 조장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자 이에 대한 해명이었다. 그는 “불가피하게 그룹별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화장실 사용이나 식사 순서가 A등급부터 진행된 적은 없다. 평가를 위한 경연곡 담당 팀별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부당한 느낌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용범 CP 역시 공정성 논란에 대해 "어쩔 수 없는 경쟁이 있을 수 있지만, 공정성 문제에 있어 잡음이 없도록 투표 시스템을 완비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프로그램이 종영한 이후인 2017년 6월에도 안준영 PD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의 정신 건강, 육체적인 건강에 가장 힘을 썼다”, “무엇보다 가장 신경 쓰고 중요하게 여긴 것은 아이들 자체다”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5일 안준영 PD와 김용범 CP는 ‘프로듀스X101’ 생방송 투표 조작 관련 사기 및 배임수재,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고, 14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안준영PD는 투표 조작을 한 프로그램들에 출연한 연습생들의 일부 소속사로부터 청탁성 접대를 40여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습생들의 소중함과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강조하던 그들의 말은, 말 그대로 말뿐이었다. 

CREDIT 글 | 김리은, 임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