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규│② 장성규가 선 넘는 법

2019.11.12 페이스북 트위터
최근 방송인 장성규가 ‘선넘규’라는 캐릭터로 화제가 되고 있는 현상은 주목할 만한 예능인의 등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존 TV 콘텐츠에 비해 윤리적인 기준 등을 ‘선넘기’를 통해 넘으려곤 하는 장성규의 인기는 유튜브 및 인터넷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선 없는’ 콘텐츠를 즐기는 정서가 주류로 부상했다는 방증처럼 보인다. 실제로 장성규는 ‘개나운서’(개그맨+아나운서)로 불리던 시절부터 JTBC의 유튜브 채널 ‘짱티비씨’를 통해 1인 크리에이터에 도전했고, 여러 도전 끝에 직업 체험을 하는 웹 예능 ‘워크맨’에서 구독자 약 329만 명을 모으며 인기를 얻었다. 그에게 ‘선넘규’라는 별명을 안겨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역시 인터넷 방송 특유의 아슬아슬한 발언들을 재미로 삼는다. 장성규가 ‘선을 넘는’ 방법들은 지금 인터넷을 중심으로 도는 웃음의 방식이 매스 미디어에서도 통하기 시작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그것들은 종종 재미있지만, 동시에 ‘선넘기’라는 말만큼이나 위험하다. 장성규가 ‘선넘는’ 순간들을 정리해 보니 더욱 그랬다.



언어 유희를 이용해 막 던진
장성규가 흔히 사용하는 개그 중 하나는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언어유희다. 그는 ‘워크맨’에서 엄지나 검지를 사용하는 지문등록을 굳이 새끼손가락으로 하겠다고 말하며 “뭐 이 새끼”라는 비속어를 언급하거나, 키즈카페에서는 어린이가 집어든 홍고추 조형물을 보며 “오 고추 크다, 부럽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한 단어에서 연상되는 다른 소재를 언급하는 화법은 소위 ‘아재개그’를 연상시키는 단순한 개그에 가깝지만, 장성규는 이를 비속어나 성적인 소재처럼 예상치 못한 주제로 연결하면서 웃음을 만들어낸다. 방송인 입장에서는 쉽게 거론하기 어려운 영역의 소재를 웃음으로 다루는 것은 그의 장점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어떨까. ‘워크맨’에서 장성규는 PC방에 방문한 유튜버가 메이크업을 의미하는 ‘화장’을 촬영하고 왔다고 말하자 “저희 할아버지도 화장하셨는데”라고 말했다. 또한 2012년 방송된 JTBC ‘김국진의 현장박치기’에서는 “(청결을 위해) 물 관리를 한다”라는 목욕관리사에게 “오늘 물 좋아요?”라고 물었고, 2016년 JTBC 유튜브 콘텐츠 ‘짱티비씨’에서는 “(‘아는 형님’에서 서장훈이) 계속 말을 걸어준다”라는 말에 대해 “(질문을) 따먹으라고?”라는 질문을 받자 “어 따먹으라고? 누구를?”이라고 답했다. 장례 방식을 웃음 소재로 삼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유흥업소에서 수익 창출을 위해 여성의 외모를 상품화하거나 여성의 신체를 음식에 비유하며 성적 대상화하는 문화는 웃음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문제다.‘아재 개그’ 같은 그의 언어 유희는 단지 욕설이나 성적인 농담이라는 ‘선’을 넘는 것을 넘어, 종종 타인 및 사회에서 하면 안 될 것들을 콘텐츠로 끌어들인다.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
장성규는 종종 청개구리처럼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과 반대로 행동하며 웃음을 유도한다. ‘워크맨’에서 는 메가박스에서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중 ‘롯데시네마’를 언급하거나, GS25의 카운터에서 “안녕하세요 CU입니다”라고 인사한다. 영화관 푸드코트에서는 취식할 경우 퇴사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팝콘을 주워먹고, 야구장에서 맥주보이 일을 체험할 때는 손님에게 판매하기 위해 따르던 맥주의 거품이 넘치자 컵에 입을 대고 이를 마시기도 했다. 직장에서 라이벌 회사를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일반적인 사내 문화의 분위기를 풍자하는 것은 유머의 영역이다. 하지만 일반 직원은 퇴사당할 수 있는 행동을 하거나, 손님이 마실 맥주를 마시는 것은 규정 위반이다. 설사 그 맥주를 팔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장면을 본 시청자에게는 해당 회사의 직원들도 그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위험이 있다. 최근 배달 업체 서비스의 일부 배달원들이 배달 중인 음식을 먹는 것이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장성규는 ‘워크맨’에서 피자를 배달하던 중 다른 경로로 이탈해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음식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고, 결국 두 시간 동안 두 장소에만 배달을 했다. 민속촌 아르바이트 체험 중에는 그림도깨비 역할을 맡은 직원의 얼굴을 돼지로 표현한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에서는 ‘맨손 두더지 잡기’로 정형돈에게 도전한 학생에게 “저는 조금 약하니까 얼굴을 칠게요”라고 말하고, 그와 주먹싸움을 한 후 상대의 얼굴을 향해 발차기를 했다. 피자 배달의 경우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합의된 부분일 수 있고, ‘맨손 두더지 잡기’ 참가자 역시 장성규와 주먹싸움을 하기 전 그에 대해 “진짜 팬”이라 밝혔다. 그러나 근로수당을 받으면서도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 초면인 사람의 얼굴을 돼지로 표현하는 것, 그리고 얼굴을 향해 발차기를 하는 것은 웃기기 위해 넘어갈 수 있는 선은 아니다. 물론 누군가는 웃을 수도 있다. 자신이 당하기 전까지는.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영역을 언급한다
“앞을 좀 가릴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이름표를 여기다 붙이죠.” Xtvn 웹 예능 ‘더 스트롱맨: 짐승들의 대결’에서 장성규가 타이트한 복장을 입은 참가자의 중요 부위에 이름표를 붙이며 한 말이다. 그는 ‘워크맨’에서도 “오늘은 술집 알바”라는 제작진의 말에 “와우, 내가 선수로 나가는 거야?”라고 말하고, ‘짱티비씨’에서는 단백질 보충을 위해 “하루에 (달걀) 6개는 먹는다”라는 필라테스 트레이너에게 “방구 냄새나겠다”, “뀌어보세요”라고 대답했다. 적나라한 이야기가 여과없이 나오는 인터넷 방송 채팅의 아슬아슬한 정서를 살린 개그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짱티비씨’에서 장성규는 “여자친구가 인스타그램 중독”이라는 연애 고민 사연을 소개하던 중 “여자친구 명존쎄(‘명치 쎄게 때리고 싶다’의 준말) 각”이라는 코멘트를 보고 “우리 남자친구분 여자친구 명치를 한번 존X게 세게 후려치시기를 바랍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또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에서는 아이즈원 멤버 강혜원이 발로 집었던 종이컵에 대해 “이 물컵은 앞으로 제 물컵입니다”라고 언급하거나 매운 음식을 먹은 후 “모유 생각이 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명존쎄’가 주로 얄미운 상대를 비난하는 맥락에서 쓰이는 인터넷상의 속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여성의 명치를 가격하는 것은 데이트폭력이다. 또한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여성 출연자의 신체를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을 당사자 앞에서 하는 것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를 보는 여성에게 성희롱이 될 수 있다. 지난 10월 8일 MBC 라디오 가을 개편 기자간담회에서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를 연출하는 박혜화 MBC 라디오 PD는 장성규의 캐릭터에 대해 “(징계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항상 하고 있다”라고 농담삼아 언급했다. 그러나 징계를 받는 이유가 “우리 남자친구분 여자친구 명치를 한번 존X게 세게 후려치시기를 바랍니다” 같은 말을 하기 때문이라면, 그건 그냥 잘못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마음의 준비”는 채널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발언을 해야할 출연자 본인이 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과장한다
“성규야, 넌 재밌는데 넌 늘 과해.” tvN ‘일로 만난 사이’에서 유재석은 장성규에게 이렇게 말했다. 웃으면서 한 말이었지만, 실제로 장성규가 자주 사용하는 화법 중 하나는 상대의 말을 과장하거나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워크맨’에서 그는 미용실 직원으로부터 반바지 복장을 지적받자 “벗고 할까 그냥?”이라고 말하거나, 영화관 유니폼이 몸이 맞지 않자 직원에게 “지퍼 열고 다녀도 괜찮아요?”라고 묻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에서는 빨래집게 많이 달기 대결을 하러 온 참가자가 “(엑시가 신었던 양말을) 코에 걸면 5개로 쳐주겠다”라고 말하자 한 걸음 더 나아가 “입에 걸면?”이라고 반문하고 코에 양말을 걸었다. 이처럼 상대의 발언을 과장하고 때때로 행동으로 옮기기도 하는 장성규의 개그 방식은 단순하지만, 그만큼 즉각적인 웃음을 유도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종종 타인을 난처하게 하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짱티비씨’에서 장성규는 게스트로 출연한 캐스퍼가 이상형 월드컵에서 송민호와 바비 중 바비를 선택하자 “송민호는 너무 못생겼다”, “송민호는 얼굴도 아니다”라고 그의 의도를 왜곡하다가 캐스퍼가 “왜 그러세요”라고 당황스러움을 표현하자 뒤늦게 사과했다. ‘워크맨’에서는 항공사 직원의 가족에게도 항공권 할인이 적용된다는 말에 “배다른 자식도 돼요 혹시?”라고 묻기도 했다. 가족 할인제도의 허점을 과장하는 과정에서 혼외자 당사자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사안을 개그의 소재로 삼은 것이다. 장성규가 스스로 옷을 벗겠다고 말하거나 양말을 코에 거는 것처럼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그 자신이 책임지게 될 문제다. 다만, 그는 이런 과장이 때때로 타인에게 곤혹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 ‘워크맨’ 등 그가 일반인과 많이 만나는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는 지켜야할 선이 있다는 걸 배워야할 필요가 있다.


일단 선을 넘은 후 수습한다
‘워크맨’에서 자주 반복되는 편집기법 중 하나는 장성규의 선을 넘는 아슬아슬한 발언을 다 보여주지 않고 자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가 “뭐 이 새끼”라고 말하는 장면은 “뭐 이 새ㄲ”까지만 자막이 표시되고, 화면상으로도 빠르게 다음 장면으로 전환된다. 시청자들은 장성규가 문제적 발언을 끝까지 말했는지, 혹은 이에 대해 주변에서 어떻게 반응했는지 알 수 없다. ‘선넘규’의 아슬아슬한 캐릭터가 유지될 수 있는 이유다. ‘워크맨’의 편집은 장성규가 선을 넘는 방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짱티비씨’에서 방송국 사무실을 누비며 노래에 맞춰 춤을 추다가도 마지막에는 손석희 사장의 등신대를 향해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JTBC ‘아는 형님’에 대해 언급하는 영상에서는 “한 상황에 대해서 애드리브를 3개는 준비해라”라는 김영철의 조언에 대해 “당당당 그거 하나만 준비한 거 아니야?”라고 비꼬는 태도를 보이다가도 “농담이야”라고 덧붙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에서 발로 병뚜껑 떨어트리기로 경쟁을 할 때에는 온갖 반칙을 하다가 마지막에 “저도 이제 마음이 좀 편하지 않으니까”라면서 참가자의 승리를 인정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장성규는 자신이 선을 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자각하고, 이것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수습하면서 다음에 다시 선을 넘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예능인으로서의 요령을 익혔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선을 넘는 발언을 한 뒤 수습하면서 정작 농담의 피해자가 된 사람은 제대로 화를 낼 기회조차 잃어버린다. 모든 게 다 농담으로 웃고 넘어갈 때, 유리한 쪽은 언제나 농담으로 상대를 비웃은 사람이다. 농담이라 수습해도 발언도, 발언으로 인해 남은 파장도 사라지지 않는다. ‘일로 만난 사이’에서 장성규는 자신의 꿈에 대해 “방송 은퇴하는 날까지 사고를 한 번도 안 쳤으면 좋겠다. 그래서 제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피해가 안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고를 치지 않은 걸까? 그보다는 농담이라 치고 일단 넘어간 것은 아닌지. 아슬아슬하게.



CREDIT 글 | 김리은